-
열린우리당이 7․26 재보선에서 재기에 성공한 민주당 조순형 전 대표의 당선의미 깎아내리기에 혈안이 된 모습이다. 조 전 대표가 지난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의 주역이었던 만큼 조 전 대표의 당선 자체가 탄핵의 정당성으로 비칠 공산이 크다는 판단인 것으로 보인다. 가뜩이나 참여정부와 열린당에 대한 민심 이반이 심각한데 민주당발(發) 정계개편 가능성마저 제기될 수 있는 상황을 막는 한편, 조 전 대표의 당선 의미 폄하를 통해 당내 ‘반노(反盧)’기류 확산과 호남 출신 의원들의 동요를 차단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열린당 우상호 대변인은 28일 서울 영등포 중앙당사에서 브리핑을 통해 김근태 의장이 조 전 대표에게 축하전화를 했는데, 조 전 대표가 "놔둬라‘하면서 축하전화를 받지 않았다는 보도를 거론하면서 “조 전 대표가 축하전화를 받지 않고 오히려 김 의장을 비난하는 듯한 발언을 한 것으로 보도됐다. (이는) 옳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우 대변인은 이어 “축하전화조차 받지 않을 정도로 협량하고 아량이 없는 분인지 의아했다”면서 “이것은 정치지도자들간에 보여야할 원숙한 모습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또 그걸 보도하도록 만든 것도 썩 좋은 모양새는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면서 조 전 대표의 태도를 문제삼았다. 그는 “정치를 수십 년간 해온 분들 사이에 국민들이 보면서 존경할만한 관계, 아량, 우정, 이런 것들이 필요할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면서 ‘충고’(?)도 했다.
우 대변인은 이에 앞서 조 전 대표의 당선 의미에 대해서도 “탄핵지지의 뜻을 보낸 것이라는 해석은 과도하다고 본다”면서 “한나라당 견제를 위해 당선가능한 후보에게 투표한 것이 조 후보의 득표율이지, 탄핵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한 투표 행위였다고 평가하는 것은 옳지 않은 해석”이라고 했었다. “조 전 대표의 당선이 곧바로 그의 과거 행적 모두를 정당화하는 논거로 쓰이는 것은 정치적 비약이라 규정할 수 있다”고도 했었다.
원혜영 사무총장도 이날 오전 KBS 라디오 시사프로 ‘안녕하십니까, 이몽룡입니다’에 출연, “탄핵이 가장 핵심적인 이슈라고 보면 17대 총선에서 국민들이 명확하게 심판을 한 것인데 그것을 부정하는 결과가 된다. (조 전 대표의 당선은) 정치권, 특히 집권 여당과 제1야당을 중심으로 한 정치를 주도하고 있는 세력에 대한 경고”라고 했다. 원 총장은 “결국 열린당에 실망했던 보수적 중도층, 또 개혁을 바라는 보수층이 한나라당에도 실망하고 결국 제3의 지역으로 간 것으로 해석해야 될 것 같다”고도 했다.
원 총장은 “민주당이 한석이 늘어 12석이 됐다고 해도 원내 교섭단체를 꾸릴 수가 없는 미니 정당이다. 국회 중심의 정치에서는 미니 정당의 한계를 갖고 있다고 보고 있다”면서 “그러니까 범 여권통합이나 정계개편 같은 것은 보다 큰 틀에서, 그리고 국민의 동의와 역사발전에 기여한다는 큰 원칙 하에서 이루어져야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사실상 민주당 주도의 정계개편 가능성을 일축한 것이다.
이와 함께 전략기획통인 민병두 의원도 27일 당 홈페이지 의원칼럼란에 올린 글을 통해 “시민들이 조순형을 선택한 것은 탄핵행위에 대한 사면복권, 정당성 부여와는 거리가 멀다. 현 정부에 대한 극단적인 증오를 갖고 있는 일각에서는 그처럼 해석하고 싶겠지만 이성적인 관찰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민 의원은 민주당의 ‘반한 비노세력을 통한 정계개편 주도권’에 대해서도 “실제로 반한 비노세력의 정치세력화 가능성은 없다. 실체도 애매하거니와 그같은 중도세력의 결집은 역사적으로 한계가 있어 왔다”면서 그 가능성을 부정했다.
이번 7․26 재보선에 서울 성북을에 출마했다가 낙선한 조재희 후보도 27일 낙선인사를 통해 “민주당 주장대로 한국정치의 새판짜기를 위한 국민의 명령이라고 해석하기 어려운 것 같다”면서 “조순형 후보 승리를 탄핵의 정당성을 국민이 인정해준 것이라고 평가하는 주장은 견강부회”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탄핵사태가 발생한지 이미 2년이 흘렀다. 더구나 당시 촛불집회 등을 통해 탄핵반대를 외치던 국민과 헌재의 판결이 잘못된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사리에 전혀 맞지 않다”고 강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