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회자는 노인 귀신이 비슷한 말을 계속 늘어놓자 노인 귀신을 단상 아래로 내려보냈다.

    ‘자, 이제는 대통령님 말씀을 좀 들어보겠습니다. 대통령님 일정이 바쁘시니… 아, 박 대통령 말씀을 못 들었지요. 박 대통령님 말씀 듣고 대통령님 답변 말씀 듣겠습니다.’

    박 전 대통령이 뚜벅뚜벅 단상으로 올라왔다.

    ‘나, 이 사람 별로 말할 것도 없는데…. 자, 긴 말 안하겠습니다. 대통령, 힘내시오. 국민들하고 대화 많이 하고 경제 문제 풀고, 경제 문제는 전문가들이 해법을 갖고 있는 게 아니라 국민들이 해법을 갖고 있소. 국민들과 대화 많이 하시오. 국민들이 해달라는 대로 해주면 되는 거요. 보니까 배고픈 국민들에게는 복지예산 늘려서 돈 주고, 돈 벌고 싶은 이들에게는 돈 많이 벌도록 세금도 깎아주고 공직자들이 귀찮게 안 굴도록 하시오. 그리고 저승에서 요즘 돌아가는 모양을 보니 이공계가 푸대접받는 모양이던데, 거 대통령. 임자는 맨날 청와대에 앉아 뭐하는거야. 이공계 살려. 이공계. 나는 수시로 대전 과학기술연구소에 들어가서 살았어. 똑똑한 기술자 군대 보내지 마시오. 유능한 기술자 전 세계에서 데려 와. 수출 2배 달성! 목표 뚜렷하게 세우고 국민들, 기업들 막 족치라고. 수출만이 살 길이오. 수출만이 살 길!’

    박 전 대통령은 힘 주어 말했다.

    ‘아니 이거 우리 딸내미한테 말해줘야 되는 걸, 대통령에게 말해주면 안되는데….’

    박 전 대통령이 농담을 던지자 좌중이 웃음바다로 돌변했다. 박 전 대통령이 단상을 내려 간 이후 대통령이 쭈뼛거리며 단상으로 올라왔다. 잠옷차림의 대통령은 어렵게 입을 열었다.

    ‘국민 여러분…아…돌아가신 국민 여러분, 맞습니다 맞고요. 임기가 거의 끝났지만 잘 해보겠습니다. 그리고 솔직히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잘 해보려고 노력 많이 했습니다. 그런데 잘 되지 않아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대통령 노릇하면서 이래저래 고충이 많았습니다. 일단 청와대에 들어 앉으면 민심이 잘 안 들린다고 하는데 실제로 그렇습니다. 그동안 빈둥거리며 댓글이나 올린다 맨날 엉뚱한 짓이나 한다, 실력 부족하다 비판 많이 받았습니다. 예. 실력 부족한 거 인정하겠습니다. 그리고 그동안 잘못한 거 많았다는 거 인정하겠습니다. 남은 기간 동안 잘 하겠습니다. 우리 사회 서민 여러분들과 대화 많이 하겠습니다. 국민의 눈높이에서 생각하겠습니다. 경제가 살아날 수 있도록 경제주체들과 대화 많이 하고 중산층, 부유층들이 경제활동을 보다 열심히 할 수 있는 길을 찾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야당과 협의해서 가난에 허덕이는 우리 이웃들을 도울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 보겠습니다.’

    ‘거, 그 놈의 위원회부터 줄이쇼.’

    귀신 가운데 한 명이 말에 끼어들었다.

    ‘북에 퍼주지 마쇼!’

    노인 귀신 한 명이 소리를 질렀다.

    ‘가진 자들에게 세금 좀 많이 받으쇼!’

    30대 또래의 젊은이 귀신 한 명이 말했다.

    ‘미군들한테 주둔비 좀 많이 받으세요!’

    20대 젊은 여자 귀신이 소리를 질렀다.

    ‘전라도 좀 푸대접허지 말랑께. 부산 정권이 머여. 부산 정권이! 참말로 속이 다 디집어 진 당께! 99% 지지해줬드니 은혜럴 원수로 갚냐 씨방?’

    50대 호남 말씨 쓰는 귀신이 고함을 쳤다.

    ‘아유, 대통령님. 세금 좀 작작 받으세요!

    40대의 부유해 보이는 복장을 한 여자 귀신이 소리를 질렀다.

    이런 식으로 귀신들이 너도 나도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자 좌중은 이내 시끄러워졌다. 귀신들은 아예 자리에서 일어나 대통령에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대통령은 귀신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에게 걸어오자 두려움을 느끼고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때 허둥지둥 도망치는 대통령 옆에 이승만 전 대통령 귀신이 나타났다.

    ‘니들이 과거를 알아?’

    이승만 전 대통령이 웃으며 대통령에게 말을 걸었다. 이승만 전 대통령 귀신은 웃으며 말했지만 대통령은 온 몸에 소름이 쫙 끼쳤다. 대통령은 세종실에서 나가는 문을 찾아 잡아 당겼지만 문은 열리지 않았다. 대통령이 아무리 문을 잡아 당겨도 문이 열리지 않았다.

    으아아아아아!

    대통령은 비명을 질러댔지만 소용이 없었다. 대통령의 눈 앞에는 귀신들이 우글우글 몰려 와 있었다.

    ‘이 놈아, 날 살려내라!’

    ‘이 놈아, 나라 망친 놈아!’

    ‘거짓말쟁이 정치꾼 놈아!’

    ‘온 백성을 실망시키고 네 놈이 잘 살 성 싶으냐?’

    ‘이 배신자 놈아, 반미면 어떠냐고 주절대더니 감투 씌워놓으니 우리를 배신해?’

    왼편에서는 좌파 귀신들이 오른 편에서는 우파 귀신들이 나타나 대통령을 에워쌌다. 그리고는 대통령에게 달려 들어 목을 조르기 시작했다.

    캐애애애애액!

    죽습니다아아아아! 죽어요오오오오오!

    귀신들에게 목을 졸려 정신이 혼미해가는 대통령 앞에 이승만 전 대통령이또 나타났다.

    ‘니들이 민족을 알아?’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대통령은 한 없는 어둠 속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캑캑캑!

    대통령은 자신의 목 위에 영부인의 팔뚝이 올라와 있는 것을 알았다. 영부인의 팔뚝이 원체 굵은데 그 팔뚝이 대통령의 목을 누르고 있으니 숨을 쉴 수가 없었던 것이다.

    아이구, 뭔 놈의 꿈도.

    마음이 심난하니 꿈도 이상한 꿈을 꾼다. 하지만 꿈의 기억은 생생했다. 대통령이 꿈의 기억을 되새기며 남은 임기를 잘 마쳐야겠다고 생각한 순간, 영부인이 우렁찬 소리로 대통령의 다짐에 화답했다.

    뿌우우우우우우웅!

    영부인의 당당한 방귀 소리에 대통령은 이렇게 생각했다.

    그래, 니 팔뚝 굵다!

    <시민기자의 소설은 뉴데일리의 편집방향과는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