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26 재보선 전패로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간의 관계에 균열 조짐이 가시화되고 있는 가운데, 열린당의 시선이 온통 노 대통령에게로 쏠리고 있다. 당장 열린당은 노 대통령이 이번에도 자신의 ‘전매특허(專賣特許)’인 ‘오기정치’의 ‘수완’(?)을 발휘, 위기 돌파구에 나서지나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최근 정국상황이 특별하니만큼, 노 대통령이 설마 이번에까지 또 오기정치를 벌이겠느냐는 입장을 내보이고는 있지만, ‘혹시나’하는 우려의 끈도 놓지 않고 있는 분위기다.

    일단 당내 대체적인 기류는 노 대통령이 이미 지난 달 당 지도부와의 청와대 만찬에서 “절대 탈당하지 않겠다”고 말한 바 있는 데다가, 오기정치가 재연되는 순간 당과의 관계가 어그러질 수 있다는 점을 누구보다 노 대통령이 더 잘 알기 때문에 그런 무리수까지 던지겠느냐는 반응이다.

    그러나 노 대통령이 각종 정책 추진 과정에서 보여 왔던 국정운영 스타일이나, 국정상황 위기 돌파구로 꺼내들었던 카드들이 항상 정치권에 혼란을 야기해왔던 만큼 ‘이번에도 또…’라는 등의 우려감도 포착되고 있다. 노 대통령이 28일 현재까지도 7․26 재보선 결과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점도 이런 우려를 한층 과열시키고 있는 형국이다.

    당장 논문관련 의혹 제기로 사퇴 여론이 높아지고 있는 김병준 교육부총리에 대한 거취 문제와 천정배 전 법무부 장관 후임 인선과 관련한 문재인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기용 여부 문제를 놓고 노 대통령이 어떤 결단을 내릴지에 관심이 쏠린다. 김병준 교육부총리에 대한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는 상황에서 또다시 자신의 핵심 측근이자, 당내 반대 의견이 강한 문재인 전 민정수석을 법무부 장관에 임명한다는 것은 오기정치이며 그 순간 대통령과 당과의 관계는 ‘극으로 치닫는 상황으로 갈 수 밖에 없다'는 우려섞인 목소리다. 

    이와 관련, 당 안팎에서는 ‘노 대통령의 8월말 탈당설’을 비롯, ‘노 대통령의 영남권 신당설’ ‘개헌카드제기’ 등 무성한 설이 난무하고 있다. 노 대통령이 최근 이종석 통일부 장관의 ‘대미 비판’ 발언을 두둔하고 나섰듯이 김병준 고수 및 문재인 장관 임명 강행 등을 통해 임기말 친정체제 구축에 강한 의지를 보이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이럴 경우 친정체제 구축 작업이 대체로 마무리되는 8월말 경 탈당의 움직임 일지 않겠느냐는 관측이다.

    또한 ‘지금의 열린당으로는 안 된다’는 의견과 더불어 레임덕 차단이라는 측면에서 신당 창당 등을 통한 새로운 정치권 역학 변화 발판 마련에도 나서지 않겠느냐는 관측이다. 5․31 지방선거 직전 불거진 문 전 수석의 '부산정권' 발언도 이런 차원이 아니었겠느냐는 관측이다. 이래저래 노 대통령이 이번에 또다시 특유의 오기정치로 대응할 경우, 여권 내부에 심각한 균열 양상이 벌어질 게 불가피하다는 것이 당내 대체적인 기류이며, 그 가능성도 일부나마 있다는 점에서 우려하는 모습이다.

    정치권에서는 노 대통령의 대표적인 ‘오기정치’로 연초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 내정과 작년 말 대연정 제안을 꼽고 있다. 노 대통령은 대연정이 한나라당의 거부로 분명히 실패했음에도 불구하고 대연정의 긍정성을 수차례 강변했었다. 그 때마다 정치권에서는 노 대통령이 여론과의 교감없이 괜한 파장만 불러일으킨다는 지적이 제기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