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26 재보선 전패라는 수모와 더불어 일순간에 정계개편의 ‘객체’로 전락해버린 열린우리당에 재보선 후폭풍을 우려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열린당은 재보선 불똥이 어디로 튈지 안테나를 곤두세운 모습이지만, 일단 김근태 의장 체제가 직·간접적인 위기에 직면했다는 것은 부인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탄핵 주역인 조순형 후보의 당선이 가져올 정치권의 역학관계 변화와, 특히 전통적인 지지기반이었던 서울 성북을 지역의 호남 표심이 민주당으로 쏠리면서 제3당으로 전락했다는 점과 맞물려 전통적 지지기반의 심각한 이탈 현상은 아무리 여권에 대한 민심이반 현실을 감안하더라도 ‘중차대한 위기가 아닐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당장 이같은 위기의식이 김 의장 체제에 대한 직접적인 책임론으로까지 번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돌고, 아직까지 실현가능성은 회의적이지만 김 의장이 사퇴하는 등의 극한 상황으로 치닫을 지 여부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단 직접적 책임론은 제기되지 않더라도 ‘김 의장 체제 흔들기’는 한층 매몰차게 진행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당초 ‘정기국회 이후 정계개편을 논의하자’는 암묵적인 합의가 이번 재보선을 계기로 일순간 깨지면서 당내 각 계파의 움직임이 활발해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재창당 수준의 당 리모델링 작업에서부터 ‘당 간판 바꿔 달기’, 민주당과의 통합론 등 당내에서 복잡·미묘한 정계개편 논의 움직임이 본격적으로 가시화될 것인 만큼, 김 의장 체제는 정계개편 논의의 소용돌이 속에서 별다른 위상을 갖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김 의장계로 분류되는 이목희 전략기획위원장은 27일 오전 MBC라디오 시사프로에 출연, 최근 정대철 당 상임고문이 한화갑 민주당 대표를 만나 논의한 것으로 알려진 범여권통합론 등 정계개편 소문에 대해 “그 정도 얘기는 당에 위임을 받은 분이 가서 해야 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당에서 누구에게도 그런 걸 위임한 적이 없다. (정 고문의)그 말은 어리석고 주제넘은 얘기”라고 발끈했다. 정계개편 논의가 김 의장 '힘빼기'로 이어질 공산이 다분하다는 우려감 때문에 이를 사전 차단하고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김병준 전 청와대 정책실장을 교육부총리에 기용한 '7.3개각'을 놓고서도 부정적인 당내 기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면서 김 의장의 리더십에 대한 불신 기류가 적지 않게 일었던 만큼, 김 의장 지도력에 대한 반대세력의 앙금도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서도 김 의장 흔들기는 한층 가열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정계개편 논의 과정 등에서 김 의장 체제에 대한 노골적인 불만이 터져 나올 수 도 있다는 관측이다.

    이와 함께 여권 ‘제3의 대선 후보’로 급부상하고 있는 천정배 전 법무부 장관의 당 복귀와 맞물려 계파간 미묘한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는 점도 김 의장 체제에 대한 불안감을 한층 증폭시키면서 '김 의장 흔들기'로 비쳐지고 있다. 과거 김 의장과 대척점에 섰던 정동영 전 의장계로 분류되는 의원들이 속속 천 전 장관 쪽으로 합류하고 있다는 소문도 무성한 만큼, 천 전 장관이 본격적인 당내 조직싸움에 나설 경우 정계개편 논의와 당권 장악이 맞물리면서 당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빠져 들 수도 있다는 판단이다. 

    그러나 이같은 우려를 의식한 듯 초선의원 그룹인 ‘처음처럼’은 김 의장 체제를 지지한다는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중도파 의원모임인 ‘희망21’ '국민의 길'등도 김 의장에게 힘을 실어준다는 방침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누가 맡아도 마찬가지다. 특별한 대안이 없다’는 생각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