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 7.11 전당대회에서 가장 돋보인 인물은 전여옥 의원이었다. 언론에서는 강재섭 대표의 승리를 부각하며 박근혜-이명박간 반목을 부추기는 듯한 뉘앙스를 풍기는 악성 기사들이 쏟아져 나오지만 실제 이날 최고의 스타는 뭐니뭐니해도 전 의원이었다.

    전 의원은 스스로도 초선에 비례에 여성이라는 3대 악재를 가지고 출마한 사람이라며 초반 열세를 시인했었다. 지역구도 없는 비례대표 의원이라 변변한 조직도 없이 의원회관에서 보좌진, 비서진들을 중심으로 단촐하게 선거를 치렀다.

    타 후보자들이 대의원을 상대로 짜증이 날 수위까지 전화를 걸어 지지를 독려했지만, 전 의원은 단 한통의 전화도 걸지 않았다. 하루에도 수십개씩 뿌려대는 문자메시지도 거의 보내지 않았다. 합동연설회때도 각종 홍보물이 홍수처럼 쏟아졌지만 전 의원은 명함 하나도 돌릴 수 없었다.

    전당대회 당일도 마찬가지였다. 이날 전당대회장은 그야말로 각종 현수막과 피켓, 응원도구와 명함등으로 기자의 눈이 어지러울 정도였다. 10m를 전진하지 못하고 홍보물을 나눠주는 사람과 계속 마주쳐야 했다. '기호 ㅇ번 ㅇㅇㅇ 잘 부탁드립니다'라는 소리를 수십번도 넘게 들었다. 동원인력으로 보이는 수많은 사람들이 옷을 맞춰입고 후보자의 이름을 연호했다.

    그러나 전 의원은 동원인력 하나 없이 치열한 대회장 앞 홍보경쟁속에서 현수막 몇개로 자신을 알릴 수 밖에 없었다. 본인도 그러한 현실을 잘 알았던지, 후보자 연설에 사활을 건 표정이었다.

    후보자 연설에서도 전 의원은 가장 돋보였다. 언론인 출신답게 청중의 마음을 움직이는 연설이 대의원들의 마음을 조금씩 움직였다. 지난 전당대회에서의 김영선 대표를 보는것 같았다. 동원인원은 가장 적었지만 열변을 토해내는 전 의원의 모습에 마지막에 가서는 모든 청중들이 우뢰와 같은 박수를 보냈으니까.

    결과가 발표되자 당선된 강재섭 대표만큼이나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열렬히 환호하는 사람은 다름아닌 전 의원이었다. 8명 중 4위. 수치로 봐서는 그리 대단한 성적은 아니지만(게다가 5위와는 1표차에 불과했다) 3대 악재를 뛰어넘어 가장 적은 비용을 들이고도 값진 수확을 거뒀다. 비례대표로 정계에 입문한지 2년에 불과했지만 그가 이룬 성과는 대단했다. 열우당의 조배숙 최고위원이 지역구에 재선임에도 불구하고 여성몫 배려로 당선된것에 비추어 볼때 전 의원의 4위는 1위보다 값진 것이었다.

    기뻐하는 전 의원을 보면서 친박-친이간 대리전이라는 언론의 보도가 참 무색하게 보였다. 이날 모인 1만여명의 사람들의 염원인 대선승리를 위한 축제의 장이었는데 대리전이라니. 모두가 그저 전 의원처럼 기뻐했으면 그것으로 전당대회는 성공적이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