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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27일자 오피니언면 '오후여담'란에 이 신문 윤창중 논설위원이 쓴 글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김동길 교수가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방북을 비판하는 글이다. “국민의 혈세를 그렇게 많이 김정일의 호주머니에 넣어주고 또 무엇이 부족하여 5년 전보다 더 늙은 몸을 이끌고 거길 다시 찾아간다는 것인가. 정말 치가 떨린다. 하늘이 무섭지 않은가.” 김 교수는 이렇게 글을 마무리한다. “우리가 이제 살면 얼마나 더 살겠소. 제발 국민을 속이는 일은 이제 그만둡시다. 제발 부탁입니다.” 김동길 교수답다.
정치인은 왜 깨끗하게 정치 인생을 마무리하기 어려운가. 박관용 전 국회의장은 박수 칠 때 떠난 몇 안되는 정치인이었다. 국회의장직이 마지막 공직이라며 국회의원 불출마 약속을 지키고 정계에서 은퇴했다. 그러더니 돌연 한나라당에 복당해 상임고문을 맡는다는 보도다. 당에서 거듭 요청했기 때문이라며. 비록 고문 자리가 명예직이라 해도 3부요인의 한 자리까지 한 그가 다시 정계에 모습을 나타내는 것은 박수를 쳐줄 사람도 없는 빈 무대를 서성거리는 정치인의 질기디 질긴 권력욕을 떠올리게 한다. 그가 대통령 탄핵 때 의사봉을 두드린 것이 정계 복귀 불가 사유가 될 수는 없다. 그의 용기를 높이 평가해야 한다. 그러나 정계 원로로서 이런 식으로 약속을 깨서는 안된다. 뒤늦게라도 물려야 한다.
왜 국민이 김덕룡에게 감동했는가. “짧지 않은 정치 인생, 자존심과 명예를 생명같이 생각해왔는데 이렇게 하직인사를 하게 돼 참담한 심정이다.” 마음을 짠하게 했던 그 말도 거짓이었나. 복귀설이 나온다. 강삼재도 무죄를 받았기 때문에 금배지를 달아야겠다고?
맹형규는 말이 좋아 백의종군이지 사실상 ‘백수의 길’을 택했다. 서울시장 후보경선 패배 직후 오세훈에 대한 주저없는 지지선언, 그런 뒤 자신의 선거구였던 서울 송파갑 재출마, 전당대회 대표경선 등 모든 것을 훌훌 포기했다. 한국 정치인들로부터 찾아보기 어려운 ‘이질적 코드’의 탄생이다. 왜 인간적 고뇌가 없었겠는가. 눈 딱 감고 재출마해도 그만이다. 부인은 정신적 공황에 시달리고 있다고 하니 가장으로서도 보통 고통스러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그는 실리보다 명분을 택했다. ‘맹형규 코드’는 한국 정치가 그래도 희망이 있음을 말하고 있다. 인간적으로도 훌륭하다. 한국 정치는 맹형규를 더 큰 기둥으로 쓸 날이 오지 않을까.
[[윤창중 / 논설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