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철새는 날아 남한으로 갔는데 내 몸은 가지 못하고 이곳(북한)에 남아있다”

    1975년 납북된 것으로 알려진 천양호 선원 최욱일씨가 부인 양정자씨에게 보낸 비밀서신 내용의 일부이다. 양씨는 14일 뉴라이트전국연합과 피랍탈북인권연대가 서울 중구 을지로 국가인권위원회 11층에서 연 ‘납북자 송환 및 특별법 제정을 위한 민간 청문회’에서 이러한 편지 내용을 밝히며 연신 눈물을 흘렸다.


    양씨는 “남편이 납북된 뒤 7개월 된 아이를 비롯한 4명의 자녀와 함께 거지나 다름 없는 신세에 처했다”며 “행상과 연탄배달 등으로 생계를 유지했고 하루하루를 연명하는 것만 생각하고 살기도 벅찬 세월이었다”고 힘들고 어려웠던 자신의 삶을 회고했다. 양씨는 “형사들이 자꾸 조사 나오고 뒤를 밟아서 이사를 여러 번 다녔다”면서 “2000년 남편이 살아있다는 소식을 처음 들었고 2002년 중국 브로커가 남편을 만나게 해준다면서 1500만원을 요구했으나 당시 아이들 키우기에도 벅찬 하루하루를 살았기 때문에 그 돈은 내게 터무니 없이 큰 액수였다. 이북에 끌려갔으면 국가가 찾아줘야 하는 것 아니냐. 남편의 생사만이라도 확인해달라”고 호소했다. 지난 2월 이봉조 전 통일부 차관이 양씨의 집을 방문하기도 했었다.

    77년 전남 신안 홍도 해수욕장에서 납북될 당시 고교 2년생이었던 이민교씨의 어머니 김태옥씨는 “행방불명된 줄 알고 산지 10년 정도 됐을 때 안기부 직원 두 사람이 찾아와서는 아들 사진을 보여 달라 길래 보여줬더니 ‘민교가 남파간첩에 납치된 후 이북에 살아있다’고 하더라, 그 말을 듣는 순간 그 사람들을 붙잡고 울기만 했다”고 말하면서 일순간 설움에 잠긴 후 “우리 아들 민교도 (납북고교생인 김영남씨 가족과 같이) 하루속히 만날 수 있게 해달라”고 말을 이어갔다.

    김씨는 납북자 가족으로서 대한민국 사회에서 당했던 피해와 차별에 대해 “언니 아들이 공군조종사 시험을 봤는데 납북자가족이라는 이유로 신원조회에서 탈락됐다”며 “언니가 내 처지를 알면서도 원망을 했다. 언니와 조카에게 정말로 미안했다”고 서술했다. 김씨는 ‘월북이 아닌 납북인데도 이른바 연좌제에 의한 피해를 입었다는 말이냐’는 뉴라이트전국연합 제성호 공동대표가 재차 질문하자 “그렇다”고 짧게 답하면서 “아들의 송환과 상봉을 위해 (이달말 방북하는)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호소편지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납북자 가족들의 증언이 끝난 후 뉴라이트전국연합, 납북자가족모임, 피랍탈북인권연대 등은 이날 성명을 통해 조건없는 납북자 송환과 납북가족지원특별법 연내제정을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북한은 6.25 전쟁 이후 500여명에 달하는 한국인을 납치했으며 일본을 비롯한 세계각국에서 자행된 납치행위는 국제사회가 더 이상 이와 같은 반인륜적 범죄행위를 용납할 수 없다는 공분을 불러일으키고 있으며, 급기야 국제사회에 대북 제재의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는 실정”이라고 전제한 뒤 “남아있는 납북자 가족들에 대한 한국정부의 지원책은 의지만 있다면 벌써 해결됐을 일임에도 불구하고 그 동안 정부와 국회는 납북가족들의 최소한의 희망인 특별법 제정마저 회피해 왔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노무현 정부는 허울뿐인 6.15 공동선언의 환상에서 벗어나 납북자의 조건없는 송환만이 남북화해의 시작이라는 점을 명심하고 ▲정부와 국회는 남아있는 납북자가족들의 소망이자 국가차원의 최소한의 자국민보호책인 납북자지원특별법을 연내 제정하고 ▲김정일 정권은 수많은 납북자를 조건없이 송환하고 반인륜적 범죄행위의 재발을 막고 납치피해 가족들에게 머리숙여 사죄할 것 등을 요구했다.

    이번 청문회에는 김씨와 양씨 외에 납북자 가족 2명이 자신들이 겪었던 고단한 삶과 연좌제피해 등에 대해 증언했으며 뉴라이트전국연합 공동대표 제성호 중앙대 교수, 피랍탈북인권연대 도희윤 대표, 사단법인 무지개재단 김성호 이사장 등이 청문위원으로 참석했다.

    납북자 가족모임의 최성용 대표는 향후 계획에 대해 “김영남을 납치했던 전향간첩 김광현이 한국에서 잘 살고 있는데 여러 단체와의 협력을 통해 김광현의 증언을 토대로 진실을 밝히는 자리를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청문회에 참석한 통일부 유종열 사회문화총괄팀장은 “특별법을 이달 내로 입법예고 하고 정기국회에 상정할 예정”이라면서 “납북자의 생사확인과 상봉, 송환에 더욱 노력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믿어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