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끝으로 아킬레스는 한나라당을 비아냥 거리는 것으로 칼럼을 마친다. 

    「한나라당은 참 부러운 집단이다. 국회를 마비시키는 파업,태업을 해도 그 누구도 제대로 비판하지 않으니 말이다. 나는 저들이 어떻게 노동자의 파업에는 그리도 단호한지 궁금하다. 무노동 무임금의 원칙은 국회의원부터 지켜야 한다. 자기 의무를 방기하면서도 오히려 큰소리치는 저들. 그런 저들을 오히려 치켜세우는 언론 역시 똑같은 놈이다.」

    아킬레스의 논리가 그럴 듯 하지만 그래도 맹점은 있다. 국회의원은 그 자체로 헌법기관이지 노동자가 아니다. 국회의원은 세비를 받고 있지 월급을 받고 있는 것은 아니다. 세비란 국회의원의 직무활동과 품위유지를 위해 지급하는 보수이다.

    국회의원들은 해당 지역구의 민심을 대변한다. 당연히 한나라당 역시 1000만 한나라당 지지자의 민심을 대변한다. 1000만 지지자의 민심이 사학법을 반대한다. 한마디로 단순히 국회에서 법안 통과시키는 것만 정치가 아니라 길거리에 나가서 투쟁하는 것도 정치다. 그런 것을 하라고 나라에서 세비를 지급하는 것이다. 이를 노동자와 똑같이 취급하는 것은 비논리적이다.

    아킬레스의 이런 논리적 오버는 어디에서 나올까? 권력을 갖고자 하는 몸부림이다. 권력을 갖고자 하고 이권을 챙겨먹고 싶은데 한나라당이 반대하니, 보수사회가 반대하니 배가 아픈 것이다. 한마디로 한나라당하고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이들 때문에 화가 나서 참을 수 없는 게다.

    한나라당하고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국민들만 제압하면 속 편하게 잘 먹고 잘 살 수 있다. 강남 땅부자들이야 부패와 불로소득으로 재산을 일군 사람들이니 재산을 뺏어다 서민과 빈민을 위해 나눠주면 될 일이다. 그런데 그것을 한나라당 지지하는 자들이 자본주의가 어떻고 하며 반대를 하니 화가 날 수 밖에.

    자본주의니 관용정신이니 하는 것이 뭐가 중요한가. 과거 히틀러가 유태인들을 학대했던 것처럼 강남 땅부자나 강남주민들에게 화끈한 맛을 보여줘야 하지 않겠는가.

    아킬레스는 파시스트

    나는 아킬레스를 파시스트라고 본다. 파시스트란 전체주의자다. 네이버 백과사전의 파시스트 풀이는 다음과 같다.

    「개인은 전체 속에서 비로소 존재가치를 갖는다는 주장을 근거로 강력한 국가권력이 국민생활을 간섭·통제하는 사상 및 그 체제 」

    그렇다면 아킬레스는 나를 어떻게 볼까? 극우수구꼴통이라고 볼 것이다. 어떻게 보든 상관없다. 하지만 아킬레스의 논리구조를 보면 아킬레스가 전체주의자라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아킬레스의 논리에 따르면 국민 70% 이상이 지지하는 주장은 무조건 따라야 한다. 이 주장에 안 따르면 몰상식하단다. 나는 이런 발상 자체가 몰상식하다고 본다.

    나는 지난번에 「공희준과 조갑제」라는 글을 통해 공씨와 조씨의 논리구조가 서로 일치하는 측면이 강하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이제는 공씨와 조씨, 아킬레스의 주장의 논리구조가 비슷하다는 사실을 증명할 것이다.

    ① 조씨의 경우

    일부 가진 자들이 자기 집 주변에 임대아파트 건립을 반대한다
    → 나쁜 사람들이다. 경멸해야 마땅하다
    → 이런 부류의 사람들은 보통 애국운동을 기피하고 호화판 생활을 한다

    ② 공씨의 경우

    강남부자들이 자기 이익만 챙기고 사회에는 자기 것을 내놓지 않는다
    → 나쁜 사람들이다. 경멸해야 마땅하다
    → 이런 부류의 사람들은 보통 타 지역 사람들을 무시하고 호화판 생활을 한다

    ③ 아킬레스의 경우

    한나라당이 국민 70%가 지지하는(?) 사학법을 반대한다
    → 나쁜 사람들이다. 경멸해야 마땅하다
    → 이런 부류의 사람들은 보통 국민들을 무시하고 호화판 생활을 한다.

    다시 정리하면 전체의 이익을 위해 무조건 소수집단이 양보해야 한다는 것이 아킬레스 식 발상이다. 국민 70%(?)가 사학법을 지지하니까 상위 1% 강남 땅부자의 권익(?)만 옹호하는 한나라당은 가만 있으란 이야기다. 한마디로 불만으로 똘똘 뭉친 가난한 군중의 권력을 갖고 소수를 억압하는 파시스트 논리인 셈이다.

    대개 이런 파시스트들은 이해관계와 정치적 성향이 다른 상대를 무조건 ‘악’으로 치부한다. 한국 사회의 소위 ‘극우파’가 보이는 양태가 그러하며 상대정당을 ‘암 덩어리’로 비하하는 아킬레스의 언행이 또한 그러하다. 나는 지난번 뉴데일리 칼럼에서 한국 사회에 반드시 극좌파가 존재한다고 말한 바 있다.

    아킬레스는 자신을 돌아보라

    나는 아킬레스의 글에서 깊은 원한과 파시즘을 느낀다. 뭐든지 지나치면 해가 되는 법이다. 아킬레스는 자기가 미워하는 사람들을 스스로 닮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한번 생각해 보라.

    아킬레스는 권위주의자를 미워하고 파시스트를 미워하던 선량한 시민이었을 게다. 물론 지금도 일부 논리에서 비약이 발견될 뿐 사악한 시민이라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아킬레스는 지금 자기가 미워하는 사람들을 은연중에 닮아가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신발을 발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 신발에 발을 맞추는 오류를 범하고 있지는 않은지, 또한 목적을 위해 수단은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식의 그릇된 발상을 하고 있지는 않은지, 과도한 편견을 갖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 볼 때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오늘날까지 비판을 받고 있는 최대의 이유는 목적을 위해 무슨 수단이든 가리지 않아도 된다는 그릇된 사고방식을 우리 사회에 만연시킨데 있다. 그 잘못을 박정희 전 대통령 스스로도 알고 있었을 것으로 믿는다. 보수사회는 그의 잘못을 시간이 많이 지났다며 묻어주려 하지만 그래도 그의 그릇된 행동을 비판하는 목소리는 지금도 강하다. 이는 그가 남긴 역사의 업보인 셈이다.

    아킬레스는 아마 보복하고 싶을 것이다. 가난하다고 무시하는 가진 자들을 향해 보복하고 싶고, 강자의 입장에 서 있다고 약자를 짓밟는 일부 보수들에게 보복을 가하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보복을 하려거든 좀 더 치밀하게 생각해 보고 해야 할 필요가 있겠다. 그리고 한나라당에 ‘부화뇌동’하는 1천만 시민은 아마 아킬레스의 적이 아닐 것이다.

    아킬레스는 제대로 적을 찾아 겨냥하기 바란다. 어설프게 쏘아대는 화살은 결국 자신에게 돌아오기 마련이다. 나는 아마도 민주노동당이 10% 내외의 지지율을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가 그들의 주장의 현실성 부재에도 이유가 있지만 아무에게나 막연하게 쏘아대는 화살이 결국 그들에게 돌아오고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아킬레스는 아우슈비츠와 킬링필드로 대표되는 파시즘의 추악한 말로를 되새겨 보고 자기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을 갖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