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표율과 함께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경선의 승패를 좌우할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 '후보자 연설'에서도 세 후보는 각자 자신만의 색깔을 강조하며 지지를 호소했다.

    맹 '의원직까지 던지며 준비한 자만이 이미지에 승리할 수 있어'

    첫 번째로 후보자 정견발표를 위해 연단에선 맹형규 후보는 자신이 '준비된 후보'임을 강조하며 자신의 당선당위성을 역설했다. 특히 의원직까지 던진 점을 상기시키며 누구보다 서울시장 선거에 총력을 기울였음을 부각시켰다.

    그러면서 맹 후보는 '감성정치' '이미지 정치'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맹 후보는 "탄핵의 광풍 속에서 정동영의 국회 절규는 국민의 감성에 불을 질렀고 한나라의 너무나도 훌륭한 후보들이 추풍낙엽처럼 낙선의 고배를 마시고 말았다"며 "정동영의 감성정치 결과는 양극화의 심화와 국민의 분열 뿐"이라고 주장했다.

    노무현 정권 심판을 외치며 입고 있던 양복 재킷까지 벗어 던진 맹 후보는 '이미지 정치'에 대한 비난을 이어갔다. 순간 맹 후보 지지자들의 환호성이 터졌고 맹 후보도 이에 보답하듯 더욱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열린우리당 강금실 예비후보를 겨냥해 "(열린당이)이제 보라색 이미지 후보를 내세우고 있고 눈물과 감성에 이어 이미지 정치가 등장했다"며 "노풍에 당했고 탄핵광풍에 당했지만 이미지 바람에 또 다시 당할 수는 없다"고 외쳤다. 그러면서 "이번에 이미지 바람을 끝장내지 못한다면 2007년 대선에서도 저들의 사악한 광풍에 우리는 또 패배할지 모른다"며 오 후보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이어 차기 서울시장은 '준비된 후보'가 나서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정치에는 더 준비해야할 때가 있고 더 기다릴 줄 알아야 할 경우도 있다"며 "인구 1000만명에 시청직원만 해도 5만 명, 일년 예산 15조원이나 되는 수도서울을 책임지기 위해서는 '준비된 사람' '검증된 후보'가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맹 후보는 또 "강금실을 실력으로 이길 수 있는 후보가 누구냐. 바로 준비된 후보 맹형규"라고 외치며 청중의 호응을 이끌어 냈다.

    홍준표 '깨끗한 오세훈, 점잖은 맹형규로는 정권 못찾아'

    두 번째로 연단에 오른 홍준표 후보는 '투사형 서울시장만이 정권을 되찾아오고 대선후보를 지킬 수 있음'을 부각시켰다. 특히 홍 후보는 자신의 기호 1번을 십분 활용했다. 그는 "나는 항상 기호1번으로 선거를 치렀다. 기호 1번은 한나라당의 것이었고 2번과 3번은 한나라당의 기호가 아니다"며 "반드시 기호 1번을 되찾아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 후보는 이어 조순 고건 전 시장과 이명박 서울시장을 각각 세 후보에 비유하며 자신의 당선 당위성을 강조했다. 그는 "서울시장은 5만 공무원을 통솔하고 15조 예산을 집행하고 1000만 시민의 재산과 안전을 책임지는 자리"라며 "확고한 추진력과 리더십이 있어야만 가능하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오세훈 후보를 조순 전 시장에, 맹형규 후보를 고건 전 시장에, 그리고 자신을 이 시장에 각각 비유하며 차별화를 시도했다. 그는 "조순의 깨끗한 이미지는 서울을 바꾸지 못했고, 고건의 점잖은 이미지도 서울을 바꾸지 못했다"며 "이명박의 강한 추진력만이 서울을 바꿨다"고 외친 뒤 "이 시장과 손학규 지사는 준비를 해왔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다. 서울시장은 아무런 준비없이 등떠밀려 하는 자리가 아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홍 후보는 이어 "우리가 여당이라면 맹형규 후보가 나가도 되고 오세훈 후보가 나가도 된다. 그러나 우리는 야당이다. 야당 서울시장은 정권과 맞서 싸울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 뒤 "10년 동안 총풍, 병풍, 안풍이 터졌을 때 누가 앞장서서 싸웠느냐. 정형근 이재오 김문수 홍준표가 이것을 막았고 당이 어려울 때 항상 최전선에서 싸웠다"며 야당 시장으로서 자신이 가장 적임자임을 거듭 강조했다. 홍 후보는 "40일 남은 선거에서 우리가 뭉치면 어떤 후보가 나가도 승리할 수 있다. 홍준표를 믿어달라"며 연설을 마무리했다.

    오세훈 “40대 지지율을 끌어오고 강풍(康風) 잠재운 사람이 누구냐”

    마지막으로 연단에 오른 오세훈 후보는 우선 경선에 참석한 선거인단에게 큰절부터 했다. 오 후보는 이어 각종 여론조사에서 열린우리당 강금실 후보를 앞선 점을 부각, ‘본선에서의 경쟁력’을 강조하며 ‘확실한 승리 후보’를 선출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녹색 타이를 메고 온 오 후보는 “지난 대선의 악몽이 떠오른다. 4년 11개월 동안 한나라당이 이기고 있다가 단 한 달 만에 모든 것을 잃고 역사의 죄인이 된 그 날이 자꾸 떠오른다”며 “이번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 자리를 열린당에 내주면 우리에게 내년 대선은 없다. 역사의 죄인인 한나라당의 미래는 없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맹형규·홍준표 후보에 대한 경계심을 드러냈다. 그는 경쟁자 홍 후보를 ‘용장, 맹장’에 비유하며 “앞장서서 화살을 맞으며 고군분투해 왔다”고 칭찬한 뒤 “그러나 홍 후보가 새로운 정치, 참신한 정치를 바라며 중간지대에 망설이는 사람을 끌어 올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그는 또 맹 후보를 ‘덕장, 지장’에 비유하며 “한나라당을 위해 많은 희생을 한 따뜻한 분”이라고 추켜세우면서도 곧 “맹 후보가 건전한 보수, 젊은 보수, 희망의 보수를 결집시키는 한나라당의 미래 청사진을 제시하는데 적격이라고 보느냐”고 꼬집었다.

    그는 “40대 지지율을 이미 한나라당으로 끌어온 사람, 강금실 바람을 잠재우고 격차를 20% 이상 벌려 놓은 사람, 신물 나는 노무현 정권에 쐐기를 박고 서울시장 선거를 승리로 이끌 후보가 누구냐”고 반문한 뒤 “승리후보 오세훈이 서울시장 선거를 승리로 이끌어 대선 승리도 되찾아 오는 초석이 되겠다”고 지지를 호소했다.

    경선열기로 달아오른 잠실 올림픽펜싱경기장에는 미리 정해진 투표소 별로 현재 투표가 한창 진행되고 있다. 개표 후 결과발표는 오후 6시 전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