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젊은 표심 잡아 지방선거서 승리하겠다’

    ‘보수’의 이미지를 풍기며 중∙장년층에 비해 상대적으로 젊은 층의 지지가 취약한 한나라당이 젊은 세대들을 겨냥해 헌정 사상 처음으로 국회의원을 모델로 한 패션쇼를 개최했다. 한나라당은 20일 오후 의원회관 로비에서 ‘대학생 선거 유니폼 작품발표회’를 열고 젊은 층을 겨냥한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내놓으며 ‘젊은 표심’ 챙기기에 나섰다.

    발표회 시작 전 의원들은 학생모델로 출연하는 사람들과 워킹을 맞추며 리허설 준비로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 한나라당의 젊은 표심을 향한 ‘러브콜’은 4인조 힙합댄스팀의 첫 무대를 통해 시도됐다. 빨간색 티셔츠를 입은 4명의 남학생은 현란한 힙합댄스를 추어 ‘보수 한나라당’이 아닌 ‘신세대, 젊은이들을 위한 당’이라는 이미지를 각인시키고자 노력했다.

    이윽고 총 9개의 학생 작품이 선을 보였다. 각각의 작품을 입고 무대에 올라온 의원들의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현 서울특별시장인 이명박 시장의 형인 이상득 의원이 첫 무대를 열었고 차기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 뛰어든 세 후보가 마지막을 장식했다.

    첫번째 모델로 무대에 오른 이 의원은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왼쪽 가슴에 건전지 그림의 로고가 찍힌 티셔츠와 모자를 쓰고 나와 젊은 이미지를 풍기는 데 성공했다는 평을 받았다. 특히 그는 의원들로부터 박수를 받으며 큰 호응을 얻었다.  

    ‘젊어지는 한나라당의 이미지를 표현하고 싶었다’는 대학생 디자이너의 의도와 걸맞게 두 번째로 나온 나경원 의원은 분홍색 모자와 청바지로 매치해 발랄하고 역동적인 이미지를 표현했다. 전여옥 의원의 특유의 워킹과 포즈는 객석을 웃음의 도가니로 만들며 큰 호응을 얻었다. 하늘색 바지를 입고 나온 전 의원은 두 팔을 자신감 있게 저으며 무릎을 부딪히면서 걷는 자신만의 특유의 워킹을 선보이며 무대 중앙으로 걸어 나온 후 엉덩이를 흔들며 트위스트 춤과 비슷한 제스처를 취해 좌중을 휘어잡았다. 의원들은 박수를 치며 박장대소 했고 객석에서 ‘역시 전여옥은 다르네’라는 말이 들리기도 했다.

    ‘희망이 싹트는 당의 이미지와 젊고 새로운 당의 이미지’를 강조하는 한나라당의 시도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서울시장후보 경선을 앞두고 있는 홍준표 의원과, 오세훈, 맹형규 전 의원이 순서대로 선거 유니폼을 입고 무대에 올라 다음주 예정인 경선에 불씨를 더욱 당기며 관심을 모았다.

    평소 원색의 터틀넥을 즐겨 입는 홍 의원은 이날도 역시 연초록 터틀넥에 빨간모자, 찢어진 청바지로 코디하고 올라와 ‘모레시계 검사’로 굳어진 무거운 이미지를 벗어 던지고자 했다. 그는 연신 객석을 향해 허리 굽혀 인사하며 무대중앙으로 걸어나가 빨간모자를 거꾸로 쓰고 포즈를 취해 박수를 받기도 했다.

    깨끗한 이미지를 주무기로 한 오 전 의원은 하얀색 면바지와 모자로 통일감을 주면서 파란잠바를 걸쳐 한나라당의 로고와 남성적 이미지를 연상시켰다. 또 두 손을 번쩍 들며 무대 중앙으로 걸어 나와 인사한 그가 반대쪽으로 퇴장하는 해프닝이 일어나기도 했다.

    편안함을 주무기로 한 맹 전의원은 컨셉에 맞게 트레이닝 복장으로 무대에 올랐다. 남색 트레이닝 바지를 입고 무대에 오른 그는 객석을 향해 거수경례를 하면서 힘차고 역동적인 느낌을 표현했다.

    세 의원은 발표회의 피날레를 장식하면서 무대에 함께 올랐다. 홍 의원은 두 손을 높이 쳐들었고 오 전 의원은 잠바를 펼쳐 보였으며 맹 전 의원은 주먹을 불끈 쥐어 보였다. 이들은 손을 맞잡고 인사를 해 다음 주로 예정된 서울시장후보 경선에 대한 긴장감을 고조시켰다.

    정병국 홍보본부장은 “한나라당은 고리타분하지 않은 정당, 국민들을 위한 정당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전문가의 손이 아니라 학생들의 손으로 만든 옷을 입고 국민과 대화할 수 있는 정당이 되려고 했다”고 행사취지를 설명했다.

    뒤늦게 도착한 이재오 원내대표는 축사를 통해 “모델을 내가 했어야 했다”고 농을 던지면서 “원래 정치는 이런 행사처럼 재미있고 신나고 즐겁게 해야 하는 것인데 열린우리당이 들어서고 (정치의) 오염이 더 심해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신나고 재미있고 웃을 수 있는 정치, 국민께 진실된 정치를 하려고 한다. 즐거운 세상을 만드는데 적극 동참해 달라”고 주문했다.

    이날 출품된 의상 중 이상득 의원이 모델이 돼 입고 나온 충북대 김정은 학생의 작품이 대상으로 선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