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명숙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첫날 한 국무총리 후보자는 17일 아들의 병역문제 의혹을 비롯해서 사상 검증 등에 이르기까지 야당으로부터 집중 포화를 맞았다. 이날 청문회에서 한나라당 의원들은 한 후보자의 사상검증을 물론 자질검증까지 빠짐없이 짚은 반면 열린우리당은 ‘제식구 감싸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여 대조를 이뤘다.
     
    한나라당 김정훈 의원이 ‘통일혁명당’사건을 언급하면서 “한 후보자의 남편이 통혁당 사건으로 재판을 받았다. 또 후보자 등은 공산주의 관련 불온 서적을 필독하게 했다고 판결문에 나와 있는데 인정하느냐”며 “(인정하지 못한다면) 환경부, 여성부 장관을 하면서 왜 이에 대해 재심청구를 하지 않았느냐”고 압박했다.

    이에 한 후보자는 “그 판결문을 다 믿고 말하는거냐, 당시 나는 통혁당을 알지도 못했다”며 “정치적인 여건이 성숙되지 않은 상황에서 재심청구를 한다고 무엇이 달라지겠느냐”고 통혁당 사건과 무관함을 호소했다.

    김 의원은 한 후보자가 국보법 폐지를 주장한 데 대해 “북한 정권이 근본적인 문제에 변화가 없는데 계속 국보법 폐지만 주장할 것이냐”고 묻자 한 후보자는 “형법을 보완해서 안보 형법을 만들어 국보법을 폐지해야 한다는 당의 입장에 동의한다”고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에 대한 한 후보자의 평가가 6개월 전과 달라진 점도 논란의 대상이 됐다. 한 후보자는 한나라당 진수희 의원이 박 대표에 대한 평가를 한 마디로 요약해 달라고 하자 “우리 정치가 남성중심의 정당구조인데 여성의 몸으로 제1 야당의 대표직을 훌륭하게 수행하는 데 대해서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그는 불과 6개월 전인 지난해 10.26 재선거 당시에는 박 대표를 ‘독재자의 딸’이라고 표현했었다.

    이에 대해 진 의원이 "(박 대표에 대한) 생각이 바뀐 것인지 아니면 청문회를 통과하기 위해 이렇게 이야기 하는 것이냐"고 물었고 한 후보자는 “당시 (박대표가) 열린당의 정체성을 비판한 데 대응하는 발언이었는데 적절치 않은 표현이었다”고 유감을 표했다.

    이에 앞서 한나라당 이한구 의원은 “대통령마저 시원찮은 데 총리까지 능력이 딸리면 곤란하지 않겠느냐, 현 상황이 해방 직후 상황과 비슷하다”며 노 정부에 적대감을 내비친 뒤 “한 내정자가 과연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수용할 수 있겠느냐는 점에서 봤을 때 과거에 과격한 발언을 한 적이 있기에 이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고 사상검증의 정당성을 역설했다.

    한 후보자 아들의 병역 보직변경의혹도 거론됐다. 한나라당 주호영 의원은 한 내정자의 아들이 비편재로 여단장 당번병으로 배치 받아 자택에서 1시간 거리 내에 있는 부대에 배치 받은 사실을 지적하며 압력이 있었는지를 집중 추궁했다. 주 의원은 “한 후보자의 아들은 지뢰제거병으로 보직을 받았는데 어떻게 한달 만에 여단장 당번병으로 보직이 바뀌었느냐. 지뢰병이 많이 부족한 데 이런 주특기를 가진 사람을 여단장 당번병으로 데려다 놓았다”며 “편제도 없는 지뢰병을 전임병의 임기가 석 달이나 남은 상황에서 당번병으로 보낸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의혹을 제기했다. 

    또 이번 총리 내정이 ‘코드인사’라는 지적에 대해 한 후보자는 “국민들에 의해 선출된 정권의 철학과 노선이 맞는 사람을 데려다 정책을 펼치는 데 쓰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코드인사라기 보다는 정책 방향 철학이 맞다”고 답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