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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위20% 왕따시킨 정책은 물어보나마나

입력 2006-04-14 09:23 | 수정 2006-04-14 11:03
중앙일보 14일자 오피니언면 '노트북을 열며'란에 이 신문 한경환 국제부문 차장이 쓴 <'20 대 80 론'의 함정>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미국의 상위 1% 부자가 보유하고 있는 자산은 미국 전체의 33%나 된다. 상위 10%의 자산 보유 비율은 70%에 달한다. 한눈에 봐도 빈부 격차가 확 느껴진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전국의 4522가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상황이 이쯤 되면 어떤 정치세력이 절대다수인 상대적 빈곤층을 자극해 자기 편으로 끌어들이고 싶은 강한 유혹을 느낄 법하다.

미국의 빈부 격차 문제는 올 11월 중간선거에서 주요 쟁점이 될 것이라는 외신 보도도 이미 나왔다.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공화당의 '오너십 사회(Ownership Society)' 개념과, 민주당의 '해밀턴 프로젝트(Hamilton Project)' 간의 불꽃 튀는 정책 대결이 벌어질 것이라는 예상이다. 전자는 '개인의 책임 아래 개인의 소유를 늘린다'는 자유주의적인 발상에서 나온 것이다. 후자는 '날로 커져 가는 소득 격차가 민주적 자본주의의 근간을 해칠 수 있다'는 인식에서 출발한 사회적 격차 해소 방안이다. 그러나 미국에서 양극화 문제를 둘러싸고 소수의 부자와 다수의 상대적 빈자를 내 편, 네 편으로 가르는 이분법적 투쟁이 전개되고 있다는 소식은 들어보지 못했다.

중국으로 눈을 돌려보자. 개혁 개방을 앞세워 고도 경제성장을 하고 있지만 여전히 사회주의라는 국가체제를 갖고 있는 중국도 빈부 격차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여느 나라 못지않다. 상위 10%의 부유층이 전체 금융자산의 67%를 차지하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 이들은 또 최하위 20%보다 60배나 많은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신흥 경제 대국으로 떠오르고 있는 인도도 양극화가 심각한 나라 중 하나로 정평이 나 있다. 하루 1달러(약 960원) 이하로 살아가는 극빈곤층이 전체 인구 11억 중 2억6000만 명이나 된다.

부익부빈익빈(富益富 貧益貧) 현상이 고착화하거나 더 심해지는 현상은 비단 한국에서뿐만 아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잘사는 서구를 포함해 지구촌의 거의 모든 나라가 안고 있는 문제다.

다분히 계층 대결적 용어인 양극화란 말을 꼭 사용해야만 하느냐는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넓은 의미의 양극화 현상을 외면할 수는 없다. 진보건 보수건 중도건 이를 제대로 해결하지 않고서는 우리 사회의 안정적인 발전은 기대할 수 없다.

문제는 어떤 방식으로 이걸 해결해 나가느냐다. '잘나가는 20%'와 '희망 없는 80%'를 편 갈라 반사이득을 노리는 얄팍한 '정치 상혼(商魂)'으로는 결코 양극화 해소라는 본질적인 목적을 달성할 수 없을 것이다.

중남미 일부 국가에서는 양극화 장사로 더러 재미를 본 사람들이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부자와 상대적 빈곤층을 20 대 80이나 10 대 90으로 나눠 많은 쪽에 노골적으로 손짓하는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이렇게 해서는 일이 더 꼬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교훈도 잊지 말아야 한다. 도미니크 드 빌팽 총리는 최근 국민 다수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26세 미만 취업자에 대한 해고규정 완화 정책을 힘으로 밀어붙이다 결국 무릎을 꿇고 말았다. 빌팽 총리는 뒤늦게 "모두를 충분히 이해시키지 못했다"며 후회했다.

한국에서도 마찬가지다. 양극화 해소 정책의 입안과 실행에는 많은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 모두를 이해시키기는 어렵겠지만 최소한 이런 방향의 노력은 필요하다. 더구나 상위 20%의 국민이 소수라는 이유로 이들을 고의적으로 적대시하고 왕따시킨다면 결과는 물어보나 마나다.

진정성이 보이지 않는 정치적 구호는 갈등을 조장하고 국민을 분열시킬 뿐이다. 양극화 해소를 진정으로 원한다면 상위 20%의 참여와 지지도 끌어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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