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자들이 ‘정동영 때리기’로 선거 전략을 세운 듯 한 모습이다.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자리를 놓고 첨예한 대립을 벌이고 있는 박주선 전 의원과 김경재 전 의원이 6일 ‘의례적으로’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의 ‘한나라-민주 공조’ 발언 비판에 한 목소리를 냈다.

    그러나 박 전 의원과 김 전 의원의 ‘정동영 때리기’에는 곧 미묘한 차이점이 드러난다. 한화갑 대표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전략공천 받을 가능성이 높은 박 전 의원은 ‘정동영 때리기’로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굳히기’에 들어간 모습인 반면 김 전 의원은 ‘서울시장 후보 알리기’에 이용하며 당내 경선 실시를 압박하고 있다. 

    박주선 "오만과 교만의 극치 보이는 정동영, 민주당 공천 통제권 가졌나"

    박 전 의원은 이날 정 의장에게 보내는 공개질의서를 통해 “열린당이 지역감정을 조장하는 언사를 서슴지 않고 있다”며 “사실무근의 ‘한나라-민주 공조’를 들먹여 반(反)한나라당 정서를 자극하고 박주선의 서울시장 출마에 대해 ‘호남인을 기회주의자로 만든다’고 노골적으로 호남인의 지역감정을 부추기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전 의원은 “지역차별에 눈물 흘리고 지역주의 극복을 위해 역사적 선택을 해온 호남인들을 향한 지역주의 조장은 중대한 범죄행위”라며 “정 의장은 당내 이 같은 반역사적 언동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고 공세를 폈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이 한나라당과의 대연정을 제안하고 적극 찬성의사를 밝힌 열린당은 ‘한-민 공조’를 말할 자격이 없다”며 “‘열린-한나라 대연정’은 지역적으로 호남을 고립시키고 영남지역당과의 연대를 통해 집권 기반을 강화하겠다는 발상을 하더니 선거 때가 되니 태도를 바꿔 반한나라당을 외치고 사실무근의 ‘한-민 공조’ 운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나의 서울시장 출마에 대해 ‘호남인을 기회주의자로 전락시키는 기만’이라고 운운한 것은 ‘열린당을 찍지 않으면 곧 기회주의자’라는 오만과 교만의 극치”라며 “호남인의 정치적 선택권을 빼앗고 오직 열린당만을 강요하는 협박”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열린당이 민주당 후보 공천 통제권을 갖고 있다고 오만한 발상을 하고 있느냐”고 따졌다.

    그는 이어 “열린당의 지지율 하락 원인은 국정운영 과정에서의 실정과 무능”이라며 “그간의 국정운영을 냉정히 평가해 민심이반의 원인을 찾고 국정 쇄신 등 민심치유책을 내놓는 정도를 가야 한다”고 충고하기도 했다.

    김경재 “정동영 ‘한-민 공조’ 발언은 최약체 후보 박주선 출마 기정사실화용”

    박 전 의원에 이어 서울시장 후보 당내 경쟁자인 김경재 전 의원도 ‘정동영 때리기’에 가세했다. 김 전 의원도 정 의장의 ‘한-민 공조’ 발언을 문제 삼았지만 비판의 핵심은 ‘왜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로 박주선을 기정사실화 하느냐’는 것이다. 김 전 의원은 이날 ‘민주당의 심장부’인 광주에서 서울시장 출마 기자회견을 갖고 박 전 의원을 전략공천하려는 한 대표의 움직임에 배수진을 쳤다.

    김 전 의원은 “민주당 분당의 주역인 정 의장과 그 일행은 광주에서 민주당 후보의 서울시장 출마를 ‘한-민 공조’라고 맹비난했다”며 “그들이 민주당의 서울시장 출마에 대해 광주에 와서 비난하는 이유는 호남의 민심이 서울의 표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벌써부터 민주당의 서울시장 후보 흔들기에 나섰다”며 “자신들이 판단하기에 최약체 후보 박주선씨의 출마를 기정사실화하는 것 역시 정략적인 의도”라고 정 의장을 이용해 박 전 의원을 깎아내렸다.

    그는 “그들의 광주 발언은 모두 거짓이며 논리도 없다”며 “그들 스스로 이미 한나라당에 연정을 제안할 때 한나라당과 열린당은 아무 차이가 없다는 사실을 실토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정 의장에게 경고한다. 민주당의 서울시장 후보는 박주선이 아니라 민주당만의 아름다운 경선을 거친 김경재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전 의원은 이어 밖으로 돌렸던 비판의 칼을 내부로 돌렸다. 그는 “한 대표의 일방적인 황제공천 발언으로 호남인들은 민주당이 서울시장 선거를 제대로 치를 수 있을지 의심스러워한다”며 “서울의 세는 너무나 미약하고 텃밭이라는 호남에서조차 잇따른 공천파문으로 지지자들의 마음을 씁쓸하게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한 대표의 황제공천에 맞서 ‘아름다움 경선’을 관철시키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