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열린우리당 문희상 의원의 여동생인 이화여대 문재숙(국악) 교수가 무형문화재 예능보유자로 지정된 것에 대해 4일 ‘정치권 실세의 개입 의혹’을 제기한 민주당 손봉숙 의원이 “(의혹을 제기한 과정에서) 국정원 측의 압력을 받았다”고 밝혀 파장이 커지고 있다.
손 의원은 4일 CBS 라디오 ‘시사자키 오늘과 내일’에 출연해 문 교수의 무형문화재 지정 의혹에 대해 “(관련) 자료를 (문화재청과) 주고받는 과정에서 국정원 직원이 내 방에 두 번이나 찾아와 ‘왜 이런 걸 하느냐, 우리도 지방선거를 앞두고 예민하니까 곤란하다’는 식의 압력을 행사했다”고 주장했다.
또 진행자가 ‘국정원의 정치적 중립위반’을 지적하자 손 의원은 “국정원이 의원들의 일상적인 의정활동을 방해한 것이다. 다 녹음을 해뒀다”고 답했다. 그는 이어 “문 교수의 남편이 현직 국정원 국내담당 제 2차장으로 재직 중”이라며 “통상적인 의정활동에 대해 국정원이 부당한 압력을 행사한 것”이라고 의혹의 눈길을 거두지 않았다.
그는 의혹을 제기한 배경과 관련해 “문화재청에서 온 자료를 보니 가야금 산조 및 병창 분야에 두 사람이 동시에 무형문화재로 지정됐는데 그 중 한 사람이 문교수”라며 “한 스승에게 사사한 제자 두 사람을 한날 한시에 같이 지정한 적은 여지껏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2001년 무형문화재 평가에서 네 명의 심사위원으로부터 ‘문교수는 기량은 부족하나 이론가로서는 능력이 있다’는 평가 내용이 나와 2002년에 무형문화재 지정이 보류됐다”면서 “심사위원 전원이 반대했고 이들이 ‘지정을 강행하면 사표를 내겠다’고 말한 내용이 적힌 회의록을 (문화재청이) 내게 갖다줬다”고 했다. 손 의원은 “4~5년 동안 (문 교수의) 기량이 향상된 증거가 있느냐, 평가서를 갖다달라고 요청했더니 평가서도 없고 회의록도 없다고 해서 문제를 제기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도 정치적 개입 의혹을 주장하고 나섰다. 한나라당 정인봉 인권위원장은 5일 국회에서 열린 주요당직자회의에서 “지방선거를 앞두고 국정원이 요덕수용소 같은 정치범 수용소가 있는지는 밝히지 않고 이런 짓 하고 있는 것을 중앙지검에 고발하겠다”면서 “당 법률지원단을 통해 지원방안을 찾겠다”고 말했다.
한편, 동생의 무형문화재 지정에 대해 논란이 벌어지자 문 의원은 4일 보도자료를 내고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근거없이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무책임한 처사”라며 “무형문화재 보유자들과 한국의 문화예술계 인사 모두를 모욕한 것”이라고 손 의원을 비난했다.
문 의원은 또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재숙아 미안하구나’라는 제목의 글에서 “정치인인 나로 인해 이런 일들이 비롯됐다는 자책감에 문 교수에게 너무나 미안하다”며 “문교수의 훼손된 명예를 찾아줄 수 있다면 정치인생을 기꺼이 그만두고 싶은 심정”이라고 표현했다. 문 교수는 국가정보원 이상업 국내담당 2차장의 부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