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오 등 입교생 102명은 제 737기 교육생으로 입교했기에 신고합니다”

    한나라당 의원 107명은 30일 강원도 원주 가나안농군학교에서 1박 2일간의 수련회에 돌입, 지방선거에서의 선전을 다짐하고 의원들간 단합을 꾀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오전 국회 앞에는 이들이 타고 갈 관광버스가 줄지어 서 있었고 의원들은 평상복 차림으로 하나둘 나타났다. 얼마 전 열린우리당 김한길 원내대표와 산행 때 입었던 옷차림에 모자를 쓴 이재오 원내대표는 일찌감치 도착해 의원들을 웃으며 맞이했지만 표정은 결의에 차있었다. 홍준표 의원은 분홍색 터틀넥을 입고 나타나 눈길을 끌었다. 

    외부와는 동떨어진 채 한적한 산속에 자리잡은 가나안 농군학교는 띄엄띄엄 세워진 하얀색 건물들로 이뤄져 있었으며 짐승의 분뇨냄새가 일대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입교식에 앞서 의원들은 농군학교에서 단체로 점심식사를 했다. 점심을 마친 의원들은 마당 곳곳에 삼삼오오 모여 담소를 나누기도 했으며 짐 정리를 하러 숙소로 향했다. 의원 전원이 입은 파란색 트레이닝 복은 한나라당의 로고를 연상케 했다.

    산속에 자리잡은 하얀색 건물의 가나안 농군학교는 외부세계와 동떨어진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다. 이윤성 의원은 한선교 의원과 숙소를 빠져나오면서 “완전 군대식이야, 늦게 오는 사람 입교시켜주나 봐야지”라고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김용갑 의원은 “초등학교 입학식 때 했던 ‘차렷’ 이런 것도 하더라, 예전으로 돌아간 느낌”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술 담배 간식 등이 금지돼 있는 이곳에 뒤늦게 도착한 기자들이 가져온 간식을 몇몇 의원들에게 건네자 이들은 성급히 호주머니에 숨기면서 “가지고만 있고 나가서 먹으면 되는 거 아니냐”, “이거 먹고 싶어서 빨리 여기서 나가야겠다” 등의 농담을 주고받으며 웃었다. 간식을 미처 챙기지 못한 의원들은 볼멘 소리로 “기자들이 간식 넣어주고 말이야, 이럼 돼?라고 말하면서 웃기도 했다.

    정병국 의원이 “10시 넘으면 소등이고 완전 군대다”며 이곳의 시스템에 대해 설명하는 사이 입교식에 참여하기 위해 가파른 언덕을 올라 온 김문수 의원을 본 정 의원은 '설거지 담당이었다'며 김 의원의 노고를 치하했다. 이에 김 의원은 “집에서 매일 하는 거다”고 답해 웃음바다를 만들었다. 그러자 전재희 의원은 “테이블만 닦은 거 아니냐”고 되물었다.

    이와 대조적으로 이성권 의원은 심각한 표정으로 “당이 원칙대로 해야겠지만 지방선거를 생각하면 답답하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오후 2시 예정인 입교식에 참석하기 위해 언덕을 오르던 박 대표는 “지금까지는 한나라당이 정치 현안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연찬회를 했으나 이번에는 이름도 수련회”라면서 “한나라당 의원 모두가 나라 앞에 사명이 있다. 마음, 몸, 자세를 가다듬어 사명을 완수한다는 각오를 다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곳에서 공동체 의식을 강조하던데 서로를 배려해 한마음으로 국민의 뜻에 부응하는 한나라당이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박 대표는 “한나라당은 그간 많이 변했다. 뭉텅이로 모여 다녔는데 지금은 의원 한 사람, 한사람이 자율성을 갖게 됐다. (국민들에게) 한명 한명이 평가 받는 게 중요하다”고 개인역량과 역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국민의 민생경제 정책정당으로 가자는 취지에서 백서를 발간했다”고 설명하면서 “각자가 사명감을 갖고 국민에게 좋은 평가를 받아 당에 좋은 평가로 되돌아오게 해 달라”고 당부했다.

    박 대표는 공천과 관련해서도 “혁명적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획기적 시스템을 고안했다. 모든 공천은 시·도에서 담당하기 때문에 책임도 많고 자율성도 있다”며 “기초의원까지 포함하면 3500명이나 되는데 문제 있을 수 있고 잡음이 생길 수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심각한 문제는 발견되지 않고있고 그것이 드러나면 당연히 일벌백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입소식에 늦게 참석한 박 대표는 ‘시간은 지키라고 있는 것’이라는 교관의 지적에 주변에 있던 김정훈 의원을 비롯한 4명의 의원들과 함께 벌을 받았다. 그는 입소식이 열리는 강당 건물 앞에서 ‘정신개척’이라는 구호를 외치며 앉았다 일어섰다를 세번하는 벌칙을 받았다. 강당으로 들어서며 박 대표는 기자들을 향해 “여러분들 때문이다”며 농을 던졌고 김정훈 의원은 “아 이거 참, 대표님 기다리다 이렇게 됐네”하면서 웃었다.

    수련회에 임하는 박 대표의 의지는 입소식 인사말에서 그대로 묻어났다. 그는 “이번 수련회를 통해 몸 마음 가다듬고 각오를 새롭게 하는 시간을 갖자”면서 “그간의 당의 변화는 어떠했느냐, 한 두사람에 의한 변화가 아니라 모두가 함께 이루어낸 개혁, 혁명”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또 “열린당이 입만 벌리면 개혁을 이야기하지만 경선도 제대로 되지 않아 탈당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 한나라당만큼 앞서가는 정당이 있느냐”며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나부터 치열해야 한다”고 운을 뗀 뒤 “이제는 남을 서로 비판하면서 비난할 것이 아니라 나부터 사명감에 불타기 위해 노력해 수권정당으로 거듭날 수 있는 질적 변화를 가져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원내대표는 “우리들이 이곳의 737기 교육생이다. 이곳을 거쳐간 가장 모범적, 가장 훌륭한 교육생이었다는 평가를 받고 싶다. 교육기간 중에 고생해달라”는 짧은 말로 인사말을 대신했다.

    이윽고 이 원내대표는 입교생 대표로 선서를 선창했으며 ‘내가 먼저 근로하고 봉사하고 희생하자’는 이곳의 교훈을 복창하면서 마음을 다잡았다. 입소식이 끝난 후 황우여 의원 등 뒤늦게 도착한 5명은 트레이닝복을 갈아입느라 분주한 모습도 눈에 띄었다. 107명의 의원들은 4인 1조로 한 방을 사용토록 하되 평소 친하지 않은 의원끼리 룸메이트로 조를 짜 친분을 쌓는 기회를 만들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박 대표는 ‘예외적으로’ 독방을 사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