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31지방선거를 계기로 민주당 내 ‘친(親)한화갑계’와 ‘반(反)한화갑계’에 대한 교통정리에 나선 한화갑 대표. 한 대표는 ‘전략공천’을 당 장악을 위한 정지작업으로 이용해 다가올 지방선거를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으려 하지만 당내 분란은 더욱 심각해지는 양상이다.  

    한화갑 체제를 공고히 하기 위한 한 대표의 '친한(親韓) 인사' 등용’이 ‘반한(反韓)’ 진영의 결집 강화를 불러오고 있는 모양새다. 이에 주요 지역에 대한 ‘전략공천’이 오히려 부메랑이 돼 지방선거 이후 있을 정계개편에서 우위를 선점하려는 한 대표의 발목을 잡을 공산도 커 보인다.

    ‘반한’인사 교통정리로 자신감 얻은 한화갑 “민주당 주적은 열린당”

    박주선 전 의원의 서울시장 후보 출마 결심으로 한 대표의 반한 인사 정리 작업은 일단 성과를 거두는 듯하다. ‘서울시장 박주선 카드’를 통해 전라남도지사는 친한 인사인 박준영 현 지사의 공천이 확실시됐고, 서울시장 후보 출마를 선언한 대표적 반한 인사 김경재 전 의원의 중앙 진출도 막을 수 있게 된 것.

    이 같은 전략이 먹히자 한 대표는 광주시장에 대한 교통정리에도 돌입했다. 대권으로 방향을 선회한 강운태 전 의원을 대신해 반한인 전갑길 전 의원이 광주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자 한 대표는 광주 광산구청장 전략공천 카드를 꺼냈다. 민주당 후보 출마가 곧 당선인 광산구청장 자리로 전 전 의원을 ‘달래고’, 광주시장엔 친한인 박광태 현 시장을 ‘심어’ 한화갑 체제를 공고히 하려는 포석으로 보인다.

    전 전 의원은 한 대표의 제안에 대해 “광주시장 경선 후보로서 한 대표의 제안을 거절했으나 현재 광주시장 후보자간의 TV 토론 일정도 잡히지 않고 있는 갑갑하다”며 “경선후보 사퇴 등을 포함해 모든 가능성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고 광산구청장 출마가능성을 열어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의 의도대로 공천 작업이 진행되자 한 대표는 자신감이 붙었다. 그는 29일 수원시에서 열린 ‘민주당 경기도 필승전진대회’에 참석해 “이번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의 주 표적은 열린우리당”이라며 “정치자금법으로 대법원 재판을 받고 있지만 내일 쓰러지는 한이 있더라도 5·31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앞장서겠다”고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이어 “지금 구름처럼 열린당 지지층이 떠나가고 있다. 전라도에서는 후보조차 못 내고 있다”며 “이번 선거에서 본전을 찾아오느냐 못 찾아오느냐에 따라 민주당의 장래가 걸려 있다”고 열린당에 대한 전선을 확실히 그었다. 그는 “우리는 본거지인 호남을 싹쓸이할 것으로 확신한다”며 “이제 열린당이 '나쁘다, 배신했다'고 할 필요도 없다. 행동으로 승리해 철퇴를 가해야 한다. 이길 수 없다는 패배의식을 떨쳐버리자”고 당원들을 독려하기도 했다.

    “민주당이 한화갑 사당이라는 것 증명됐다” 반한화갑 진영 결집

    그러나 한 대표의 이 같은 전략공천이 오히려 민주당이 ‘한화갑 사당’이었음을 드러냈다는 지적과 함께 반발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당 대표라는 직위와 ‘전략공천’이라는 무기로 당내 민주적 절차를 무시했다는 것이다.

    박주선 전 의원의 전략공천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는 서울시장의 경우 이미 공천신청을 해 놓은 김경재·김영환 전 의원 등이 강력 반발하고 있다. 특히 대표적인 반한계인 김경재 전 의원은 박 전 의원을 서울시장 후보로 공천하는 것은 자신의 중앙 진출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냈다.

    김 전 의원은 29일 일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전남지사 준비를 하고 있던 박 전 의원을 서울로 불러오려는 것은 내가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로 당선될 가능성이 높아 보여 이를 막기 위한 것”이라며 “당을 한화갑 마음대로 운영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그는 “민주당만의 아름다운 당내 경선을 통해 감동적인 드라마를 연출해야 한다”며 경선 실시를 거듭 요구했다.

    김 전 의원은 서울시당 운영위원장들과도 만나 서울시장 후보경선이 실시돼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 하고 이들을 통해 한 대표를 압박하고 있다. 서울시당 운영위원장들은 30일 한 대표를 만나 이 같은 의견을 전달할 예정이다. 김영환 전 의원은 탈당도 불사한다는 생각을 할 정도로 강한 배신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지방선거 공천 과정을 통해 한 대표의 당 운영 방식에 또 한 번 ‘실망’한 반한 진영은 2002년 민주당 대선 경선 자금에 대한 대법원 판결만을 남겨두고 있는 '한 대표 이후'를 준비해야 한다며 결집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이들 사이에서는 “이용훈 대법원장만이 민주당을 살릴 수 있다”며 노골적으로 한 대표의 유죄 판결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한 대표의 ‘반한 교통정리’가 오히려 이들에게 위기의식을 불러일으키며 결집하게 만든 계기가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