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무현 대통령의 28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양극화와 동반성장을 주제로 한 강연과 관련, 야당은 노 대통령의 경제에 대한 관점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일제히 비난하고 나섰다.

    한나라당 이계진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특강을 하기보다 특강을 듣는 것이 좋을 듯하다”며 “대통령이 기업인들에게 경제관련 국가정책 방향을 설명하는 것이 정부정책을 예측 가능하게 하지만 노 대통령이 오히려 전문가나 기업인들에게 특강을 청취하든지 기업환경에 대한 여론을 수렴하는 것이 좋았겠다”고 평했다.

    이 대변인은 “오늘의 특강은 원론적이고 상식적인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양극화와 고령화를 해결하기 위한 정부 정책을 제시해야 하는데 부족했다”고 전제한 뒤 ‘소득적은 사람들은 평등에 대한 요구수준을 낮추고 일자리에 대한 눈높이도 조절해야 한다’는 노 대통령의 발언을 문제삼으면서 “그 말을 듣고 안심하거나 안도할 국민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노 대통령은 여전히 큰 정부는 없다고 부인하고 세무조사와 세원 발굴로 세금을 거두겠다며 세금폭탄을 퍼부으려는 의지를 다시 한번 공언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그는 “2년 만에 4조 5000억원의 이익을 챙겨 떠나는 론스타 사태나 권력층 어디까지 번질지 모르는 김재록 윤상림 게이트 하나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면서 경제 낙관론만 펼치는 노 대통령 말을 국민이 얼마나 신뢰할 지 모르겠다”고 폄훼했다.

    민주당 이상열 대변인은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기업하기 좋은 나라로 만들겠다고 구호만 외칠게 아니라 기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기업 규제를 풀고 정책 일관성을 가져야 한다”면서 “실질적으로 기업인들이 투자할 수 있는 투자 여건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의 증세 방안에 대해 반대한다면서 “세금감면 제도를 정비하고 확충하면 세금을 올리지 않을 수 있다”며 “고소득자의 탈루를 적발하고 기존의 세금정책에 대해 우선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민주노동당은 “노 대통령은 한국의 마리 앙뚜와네뜨다”는 표현으로 노 대통령의 경제관을 비꼬아 눈길을 끌었다. 민노당 박용진 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브리핑을 통해 “노 대통령이 강연에서 했던 발언들은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프랑스의 루이16세의 부인이었던 마리 앙뚜와네뜨의 일화를 소개했다.

    박 대변인은 “앙뚜와네뜨가 ‘빵이 아니면 죽음을 달라’고 배고픔을 호소하며 봉기직전에 있는 백성들에게 ‘빵이 없으면 과자를 먹으면 된다’고 말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노 대통령은 불평등 해소와 차별철폐를 주장하는 국민들의 요구를 어이없게 묵살했다”면서 “국민들의 불평등과 차별해소 요구를 ‘우리도 고기를 먹고 싶어요’쯤의 사치스런 요구로 이해하는 모양인데 국민들이 원하는 것은 고기가 아니다”고 쓴소리를 퍼부었다.

    그는 현 정부의 세금정책과 관련해 “노 대통령이 올들어 줄기차게 세금관련 주장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후속조치나 논의의 진전도 없고 구체적인 계획도 제출되지 않고 있다”고 비난하면서 “노 대통령은 조세개혁 할 것처럼 변죽만 올리고 있고, 장단을 맞춰줘야 하는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은 사회양극화 해소와는 아무런 관계도 없는 개발공약과 선심성 공약만 남발하면서 국민 혈세를 쓰는 일에만 관심이 있다”고 싸잡아 비난했다.

    그는 노 대통령이 국부유출에 대해 ‘원칙적으로 시장원리를 존중해 가겠다’고 한 발언을 꼬집으며 “해외자본의 전횡을 그대로 방치하겠다는 무책임한 태도”라고 비판했다. 그는 2003년 외환은행 매각 과정의 의혹과 론스타의 ‘먹튀’ 논란을 언급하면서 “논란의 핵심은 정부가 국책은행을 부실은행으로 몰아 부실매각에 앞장서고 아무런 제재나 과세도 없이 방치하고 있다는 데 있다. 정부의 무책임을 시장원리라는 핑계로 가리려 하고 있다”고 조목조목 따졌다. 

    그러면서 그는 “오늘의 대통령 특강을 점수 매긴다면 C학점 이하가 될 것”이라며 국민과 인식차이가 너무 큰 대통령의 태도에 더 실망하는 일도 이제는 지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