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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잘못 반성하고 지방선거 승리하자”
‘열린우리당 당의장∙최고위원 선출 임시전국대의원대회’가 18일 오후 서울 잠실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뜨거운 열기 속에 시작됐다. 꽹가리 소리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대회장으로 향하는 길목에는 ‘열린우리당’이 쓰여진 노란색 풍선이 나부끼고 있었다.
대회장 입구 좌우 도로변에는 태극기와 함께 ‘우리의 희망 배달부 지방선거 필승카드-정동영’ ‘목마른 시대여 김근태를 가져라’ ‘정권 창출이 최고의 개혁-임종석’, ‘당이 아프면 나도 아프다-김영춘’, ‘전국정당 실현-김혁규’ 등의 플래카드가 내걸렸고 당원 및 열린당 관계자들은 박수를 치며 자신의 후보를 홍보했다. 일부 당원들은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의 사진과 기호를 옷 앞 뒤로 붙이는 등 열성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들만의 잔치’라는 평가를 받기도 하는 이날 대회는 2만 여명의 당원들이 참가한 가운데 오영식, 박영선 의원의 사회로 시작됐다. 대회가 시작되자 우레와 같은 함성과 노란색 긴 막대풍선의 물결이 일고 김한길 원내대표를 비롯한 10여명의 의원들은 단상에 올라 인사하며 정권재창출을 향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유재건 당의장이 무대에 오르자 우레와 같은 함성이 퍼져 나왔다. 유 의장은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당’으로 다시 태어나고자 노력하겠다며 “흔들림 없이 힘을 내 같이 가자”고 당원들을 독려했다.
다음으로 단상에 오른 김 원내대표는 “50년 만에 이룬 성공적 정권교체”라고 자화자찬 하며 5.31 지방선거를 앞두고 북한을 방북하는 ‘DJ 방북’에 대해 의혹을 제기한 한나라당을 언급하면서 “우리가 싸워야 할 대상은 우리 안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밖에 있다”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이때 마침 한나라당의 축하사절로 김영선 최고위원이 도착하자 김 대표는 당황하는 표정을 짓기도 했다.
노무현 대통령의 영상 축하메세지가 화면을 통해 나오자 소속 의원과 당원들은 노랑색 풍선을 흔들었으며 노 대통령의 발언 중간 중간 박수가 터져나와 노 대통령에 대한 변함 없는 지지를 과시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인사말을 통해 “열린당은 당사가 압수수색 당하는 전에 없던 일까지도 감내하면서 모범을 보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깨끗하고 투명한 정치를 위해 정정당당하게 승부하는 정당이 되자고 당부했다.
초록색 레이저빔이 무대를 비춘 가운데 정동영 김근태 김영춘 김혁규 김부겸 김두관 임종석 조배숙 등 후보자들이 입장하자 객석의 일부에서는 지지후보를 반영하는 색깔의 도화지를 흔들기도 했다.
후보자 합동 연설을 위해 김근태 후보가 가장 먼저 연단에 오르자 당원들은 그의 이름을 연신 외쳐대며 환호했다. 그는 “내가 패배하면 대 연합은 물러나고 절충은 없다”며 ‘대연합’을 통해 지방선거와 대선에서 승리를 이끌어 내겠다고 지지를 호소했다. 김영춘 후보는 “내 뼈를 묻을 곳을 찾았다”며 열린당의 마지막 당원이 되겠다고 말했다. 쉰 목소리로 호소하는 임종석 후보의 연설 도중에는 한 여성 당원이 ‘오빠’라며 그에 대한 지지를 보내기도 했다.
8명의 후보 중 유일한 여성인 조배숙 후보는 “내가 국민을 하나로 뭉치게 하는 희망의 불꽃이 되겠다”며 ‘민심이 떠난 열린당’이 제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당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개혁을 통해 한나라당의 박근혜 대표와 맞서 싸우겠다고 주장했다. 이어 연단에 오른 김혁규 후보는 ‘팔팔한 후보’라고 스스로를 지칭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정동영 후보가 단상에 서자 열기는 더욱 불을 내뿜었다. 그가 “과거를 청산하고 이번 대회를 구심점으로 삼아 열린당이 제자리에 서야한다”고 주장하자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져 나왔다. 그는 이어 “나는 ‘소득, 일자리, 기업, 교육의 양극화를 비롯한 한반도의 양극화’를 건너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지지를 호소했다.
김부겸 후보는 자신의 이력을 내세우며 “대구 경북 지역의 민심을 되찾겠다”며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와 이명박 서울특별시장에 맞서겠다고 주장했다. 뜨거운 박수 가운데 연단에 오른 김두관 후보는 ‘열린당은 전국 정당’이라고 주장하면서 ‘노무현 정신을 계승하겠다’고 말했다.
후보의 연설이 끝나자 마자 사람들은 투표장으로 몰렸고 노란 풍선과 피켓, 깃발을 흔들며 지지를 호소했다. 정당 선거 사상 처음으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관리와 감독 업무를 맡고 있는 가운데 개표가 시작된 후 열띤 분위기를 이어 가기 위해 후보들은 대회장을 돌며 유세대결을 펼쳤고 단상 앞에서 당가에 맞춰 각종 율동으로 대의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솟대 세우기, 대동놀이 등에 이어 ‘6인의 당원 교수 중창단’이 ‘열린당 파이팅’을 외치며 무대에 섰고 ‘네박자’, ‘희망의 나라로’ 등의 노래를 불렀다. 앵콜로 다시 무대에 선 중창단은 ‘OH HAPPY DAY’를 개사해 노래를 부르자 당원들은 박수와 함성으로 화답했다. 이윽고 ‘열린우리당’이라는 구호에 맞춰 당가가 다시 흘러나오면서 분위기는 한층 고조됐다.
득표결과를 발표하기 전 후보들은 단상에 다시 올라 손을 흔들며 인사했고 개표 결과 및 당선자 발표에 앞서 일순간 장내는 고요해지기도 했다. 정동영 후보가 당 의장으로 선출됐음을 선포하자 노란색 종이가 공중을 가득 메웠다. 정동영 신임 당의장과 김한길 원내대표는 서로 포옹한 뒤 악수로 화답했으며 최고위원으로 선출된 김근태 김두관 김혁규 조배숙 후보 등은 뒤에서 박수를 쳤다.
각 후보와 포옹한 뒤 단상에 선 정 의장은 당선자 수락연설에서 “40대 젊은 지도자 임종석 김부겸 김영춘 이종걸 네 사람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내달라”며 “여러분 사랑합니다”라고 승리자의 여유를 만끽하기도 했다. 한편, 이번 경선에 패한 김부겸, 김영춘 임종석 후보는 쓴웃음을 지은채 손을 들어 답례해 대조를 이뤘다.
경선이 끝난 뒤에도 대회장 밖에서는 당선을 축하하는 목소리와 탈락한 후보를 위로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뒤섞여 시끌벅쩍한 분위기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