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31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일단 현재의 체제로 일치단결해 선거를 치르자”(친한화갑계 유종필 대변인)
    “반대자들도 당무 운영에 참여할 수 있는 집단지도체제가 현 시점에서 가장 올바른 방법이다. 전당대회를 통해 한화갑 대표의 재신임을 묻자”(반한화갑계 김경재 전 의원)


    민주당 내홍이 심상치 않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 내 수면 아래로 가라앉아 있던 ‘친(親)한화갑계 vs 반(反)한화갑계’ 갈등이 한화갑 대표가 경선자금돠 관련해 2심 재판 집행유예 판결을 받은 것을 계기로 심화 되는 양상이다.

    한 대표의 당 운영방식에 대한 이견으로 시작된 친한(親韓)과 반한(反韓)의 대립은 집단지도체제 도입 논란, 열린우리당과의 통합론 등 여러 당내 현안에서 충돌하고 있다. 특히 대부분이 당내 비주류인 반한계는 집단지도체제 도입을 강력히 요구하며 당권을 노리고 있어 당내 주도권 다툼 양상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이런 양쪽의 대립은 급기야 폭행사태까지 불러왔다.

    민주당내 현안에 대한 친한과 반한의 이견은 14일 MBC라디오프로그램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한 유종필 대변인과 김경재 전 의원의 인터뷰 내용에서도 단적으로 드러난다. 유 대변인은 한 대표의 대표적 측근으로 얼마 전 반한계 당원들로부터 폭행을 당하기도 했으며 김 전 의원은 반한 인사로 분류된다.

    임시전대, 유종필 “바람직하지 않다” vs 김경재 “실정법 어겼으니 재신임 받아라”

    유 대변인은 ‘맥주병 폭행 사건’에 대해 “당 운영 방식에 대한 이견이 조금 과격하게 표출된 것”이라며 “현재 당 지도부는 임시전당대회에 대해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고 전당대회 개최 요구를 일축했다.

    그는 “한 대표는 지난해 2월 3일 전대에서 2년 임기의 대표에 83%의 지지를 받고 취임했다”고 강조한 뒤 “선거는 다가와 있고 바로 공천 작업에 들어가야 하는데 임시전대를 하느냐 마느냐부터 시작하면 선거 치르기가 어렵다”며 “일단 현재의 체제(단일지도체제)로 일치단결해서 지방선거를 치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김 전 의원은 “한 대표가 실정법을 어겼다는 문제가 있기 때문에 당과 국민에게 나름대로 사과를 하고 재신임을 묻는 것이 옳다”며 임시전대 개회를 거듭 요구했다.

    그는 “선거가 있을수록 당 차원에서 단합을 위해 전대를 해야 되는데 적어도 이 문제(전대개회) 가지고 당이 두 갈래 세 갈래로 갈라져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한 대표에게 물러나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전대를 통해 대의원들에게 재신임을 받는 것이 온당한 처사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혼자 당을 이끌어 나가는 게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처럼 카리스마가 있는 경우에는 가능하지만 (한 대표의 경우) 현실적으로 힘에 부친다는 것이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한 뒤 “민주당을 제외한 전 정당이 다 집단지도체제를 채택하고 있다”며 “반대자들도 당무운영에 참여할 수 있는 집단지도체제가 현 시점에서 가장 올바른 방법”이라고 말했다.

    유종필 “열린당 해체 전에 통합 없다” vs 김경재 “노 대통령 탈당하면 연대 가능”

    5·31지방선거를 앞두고 급속히 부상하고 있는 열린당과의 통합론에 대해서도 둘은 의견을 달리했다. 유 대변인은 “열린당의 해체 전에 통합은 없다”고 일축했지만 김 전 의원은 “노무현 대통령의 사과와 탈당이 전제되면 연대를 생각할 수 있다”고 긍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유 대변인은 “(열린당과의 통합에) 일부 개인적으로 찬성하는 분들이 있는가는 몰라도 작년 2월 3일 전대에서 만장일치로 분당세력과의 합당은 없다고 결의된 상태”라며 “통합을 주장하는 세력은 없다”고 통합론을 일축했다. 그는 “민주당을 부정하면서 태어난 정당이기 때문에 민주당으로서는 열린당을 인정할 수 없다”며 “노 대통령이 탈당하고 새로운 노선정립을 할 경우 그것은 사실상 열린당의 해체로 그런 경우에는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열린당과 호남에서는 경쟁하고 수도권에서는 서로 손을 잡는 것은 대국민 사기극이고 이런 정치는 현실에서 가능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김 전 의원은 “변화하는 격동의 정치흐름에 정권을 창출한 경험이 있는 민주당이 여기에 순응해 고 전 총리나 소위 민주정통세력의 발전에 가담해야 한다”며 “노 대통령의 자기반성과 탈당이 전제된다면 열린당과의 어떤 연대도 생각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김 전 의원은 “고건 전 국무총리라는 제3의 독립변수가 개입되면 충분히 정치적 화합 등식이 성립될 수 있다”며 이번 지방선거에서 열린당과의 연대 가능성을 높게 점쳤다. 그는 “민주당의 정책 방향이라는 게 광주·전남을 중심으로 지키겠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다”며 “진정한 의미의 지역정당이 되기 위해서는 전국정당을 지향해야만 가능하다”고 꼬집었다.

    고 전 총리가 ‘새시대정치연합(가칭)’을 발족하고 정치세력화에 나선다는 일부 보도에 대해 유 대변인은 “고 전 총리를 팔아서 정치하는 사람들이 지금 워낙 많기 때문에 고 전 총리 본인의 입으로 나온 것 외에는 믿지 않는다”며 큰 의미 부여를 하지 않았다. 반면 김 전 의원은 자신도 ‘새정치연합’에 포함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격변하는 정치권 변화 속에서 고 전 총리가 기존의 정당에 입당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본격적인 정치세력화의 신호로 받아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