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과 대법원, 헌법재판소가 정부의 영향력 아래 들어갔다. 정부가 사립학교까지 통제하려고 한다”

    개정사학법의 재개정을 촉구하는 3만명의 함성이 서울시청앞 광장을 가득 메웠다.

    사학수호운동본부가 주최한 ‘사학법 재개정 촉구 범 국민대회’가 11일 오후 서울시청앞에서 열렸다. 이날 대회에는 종교계, 사학계, 시민단체 회원 등 3만여명(주최측 추산)이 참가,사학법 재개정을 한 목소리로 요구했다. 

    1부 기도회와 2부 궐기대회로 나뉘어 치뤄진 이날 행사에는 조용기 한국사학법인연합회 회장, 김선도 목사(기독교감리회 전 감독회장), 최성규 목사(한국기독교총연합회 전 대표), 박홍 신부(서강대 이사장), 윤종건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회장, 서경석목사(기독교사회책임 공동대표), 서정갑 국민행동본부 본부장 등 종교계와 시민단체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또 지난달 말 열린우리당 김한길 원내대표와의 북한산 산상회담에서 사학법 재개정 논의를 이끌어낸 한나라당 이재오 원내대표가 참석했다. 이 원내대표는 두시간 가량 진행된 행사 내내 자리를 지켜 눈길을 끌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3만여명의 시민들은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사학법 재개정하라’, ‘아멘’등을 연호하며 사학법 재개정을 강하게 촉구했다.

    1부 기도회의 설교를 맡은 CCC(한국 대학생 선교회) 총재 김준곤 목사는 노무현 대통령과의 인연을 소개하며 사학법 개정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김 목사는 지난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민주당 후보가 축복 기도를 받기 위해 자신을 찾아왔었던 일화를 소개했다. 그를 찾은 노 후보는 "아버지가 기독교 안수집사인데 부산에서 인권운동을 하면서 천주교 영세를 받게됐다. 그래서 종교란에는 천주교로도, 개신교로도 쓸 수 없어 무교라고 쓴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노 후보는 이렇게 기독교와의 인연을 강조하며 축복기도를 받기 위해 김 목사를 찾은 것이다. 

    김 목사는 "당시 노 후보가 ‘축복 기도를 받고 당선이 되면 링컨같은 정치를 하겠다’고 말했고 그래서 축복 기도를 해줬다. 나 또한 노 후보를 찍었다”고 말했다. 기독교의 영향을 받은 노 대통령이 기독교 사학의 위기감과 박탈감을 이해해달라는 호소였다.

    김 목사는 “여기 많은 이들이 모인 것은 기독교의 선교권과 교육권을 지키기 위해서"라며 “노 대통령은 구한말부터 교회와 학교, 병원을 세워온 기독교를 소중히 여겨야 하고 사학을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사학법인연합회 조용기 회장은 2부 궐기대회의 대회사를 통해 “기독교와 천주교, 불교등 주요 종교 단체와 애국시민단체, 사학단체 등으로 구성된 사학수호국민운동본부가 거룩한 투쟁을 전개해왔다”고 평가하고 “이런 노력이 차츰 국민들의 편향된 시각을 바꾸어 개정 사학법의 실체를 바로 인식하는데 큰 도움을 주었다”고 말했다.

    조 회장은 사학의 투명성과 자율성을 한층 강화하는 재개정을 촉구하며 “사학의 비리 근절을 위한 어떤 제도적 장치도 환영한다. 그러나 사학 비리를 빌미로 사학의 자율권을 침해하는 독소조항은 절대로 반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와 여당이 국공립학교는 제쳐두고 사학에만 ‘보복적’이며 ‘표적감사’식의 대응을 했다며 “절대 다수의 건전 사학이 입은 상처와 실추된 명예는 누가 치유하며 보상할 것이냐”고 물었다.

    선진화정책운동의 공동대표로 사학법 재개정 운동에 왕성한 활동을 해왔던 서경석 목사는 이날 격려사를 통해 “기독교는 신앙과 종교의 자유를 위해 사학법을 반대하고 있고 시민단체들은 민주주의에 반하는 법이기 때문에 사학법을 반대한다”며 “이미 공중파 방송, 대법원, 헌법재판소가 정부 통제에 들어갔다. 이제 정부가 사학까지 통제하려 한다. 절대로 좌시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평소 사학법과 북한 인권문제 등에 강경하고 소신있는 발언을 자주해온 서 목사는 이날도 강한 목소리로 정부와 여당을 비판했다. 서 목사는 “인천경제특구에 들어설 외국 사학에는 규제가 전혀 없다. 이래가지고서야 어떻게 다른 나라와 경쟁을 하겠느냐”며 “우리는 지금 단순히 사학을 옹호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선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전국교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은 나라를 망치는 세력이다. 실천으로 이들에게 우리의 의지를 보여주자”고 말했다. 서 목사는 사학계에도 자율적인 정화노력을 요구하며 격려사를 마쳤다.

    김선도 목사는 격려사를 통해 “군국주의시대의 일본도 사학은 건드리지 못했다”며 “사학법 개정안은 정부와 사학간의 신의를 떨어뜨렸다”고 성토했다. 김 목사는 “정부가 역사를 역행하고 있다. 혁명적인 방법으로 교육을 흔들고 있다”며 “기독교는 나라를 살리는 정신으로 일어서자”고 촉구했다.

    박홍 신부는 “개정 사학법으로 민주화를 이룬 것 같지만 그 안에는 독소조항이 너무 많다”며 “민주화의 이름으로 내세우며 비 민주적인 요소를 잔뜩 집어넣었다”고 평가했다. 

    이날 대회의 지도위원 자격으로 참석한 국민행동본부 서정갑 본부장은 기자와 만나 “사학법은 사학에 전교조를 투입시켜 학교를 뺐겠다는 전략”이라며 “좌파들이 적화통일을 하는데 최대 걸림돌인 사학을 무너뜨리기 위해 만든 법률”이라고 말했다.

    박용진 민주사회운동시민단체연합 상임공동대표는 “정부는 사학의 부정부패를 명분으로 삼고 국민을 속이고 있다”며 “원래 목적은 국가 권력이 사학을 장악하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