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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행정 개편도 또 중앙에서 일률적으로 정해야 하나

입력 2006-02-08 10:07 | 수정 2006-02-08 10:07
중앙일보 8일자 오피니언면에 김광웅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가 쓴 시론 '지방행정 체제개편 또 일률 재단?'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국회가 도를 없애고 서울특별시와 부산광역시를 분할하려고 한다. 큰 것을 쪼개고, 시 군 구 등 기초자치단체는 몇 개씩 묶어 60~70개의 통합시를 단위로 하는 지방행정체제로 개편하려는 것이다. 이런 발상은 오래전부터 구상했던 것으로 광역시와 도의 기능에 문제가 있어 지금과 같은 지방행정의 중층 구조를 더 이상 유지할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 구체화된 것이다. 재편이 필요한 또 다른 이유는 예부터 법정 행정 생활 구역 등이 일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도는 같은 업무를 기초와 중복 관리를 하면서 '통과기관'(through organization) 이상의 역할을 수행하지 않고 사무권한은 아직도 많이 장악하고 있다. 도가 할 수 있는 중요한 역할은 기초기관 간에 야기되는 분쟁을 통합 조정하는 일이다. 그러나 지금같이 그렇게 많은 인력을 필요로 하지는 않는다.

시대의 흐름은 분할이고 분권이다. 역사는 집권(集權)과 분권의 변증법적 전개과정을 거친다. 한때는 집중이 좋다고 하다가 또 다른 때는 분산이 옳다고 믿는다. 계급을 중시하던 조직원리로는 중앙에 정부가 있고 지방에 층층이 크고 작은 하부기관들이 있어서 위로부터 명령이 하달되는 것을 당연시하던 때가 있었다. 중앙집권적 권력구조와 정부 형태 때 하던 관리패턴이다. 그러나 앞으로 변화는 층층시하 사람과 기관을 지배하는 그런 계층패턴이 아니다. 사람과 기관의 관계는 수평과 네트워크가 되고, 포스트모더니즘과 해체주의로 권위가 전도돼 주체가 객체가 되고 또 그 반대가 되는 그런 시대가 전개되고 있다. 

그러나 이런 변화를 맞아야 한다는 당위의 그늘에는 늘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가장 큰 모순이 지방의 변화를 중앙에서, 그것도 천편일률적으로 '관료적' 재단을 한다는 데 있다. 국가를 균형발전시킨다며 지방에 골고루 공공기관을 이전하는 것과 똑같은 발상(가장 큰 희극이 서귀포시로 외국과의 왕래가 가장 빈번한 국제교류재단이 이전하는 것이다)으로 산술평균해서 나라를 쪼개겠다는 것이다. 인도의 뉴델리와 올드델리, 미국의 미니애폴리스와 세인트 폴 등 쌍둥이 도시가 있듯이 원래 강북만이 서울이었으니까 구서울.신서울, 또는 북서울.남서울 하면 될 것을, 하나의 자로 재단해 위헌의 소지가 있는 서울 5개 분할론도 제기된다. 

지방행정이 안고 있는 문제 중 심각한 것이 상수원 확보, 상.하수도 증설, 식수오염 방지, 교통 해결, 환경(쓰레기) 처리 등의 조정.통제로 이는 하나의 권역에서 맡아야 마땅하다. 예를 들면, 지리산을 끼고 있는 남원.곡성.구례만이 하나의 통합시가 돼서는 안 되고 여기에 함양.산청.하동 등이 함께 포함돼야 지방이 안고 있는 문제를 종합적으로 풀어나가며 주민의 생활을 보호할 수 있다. 지긋지긋한 지역감정도 이런 때 해소해 볼 만하다. 이런 사정은 전국 여러 곳에 있다. 그러니까 크고 작은 차이를 감내하면서 런던광역시가 부활했듯이 진정 수요에 따라 크기는 상관하지 말고 지역분할을 기획해야 할 것이다. 편차를 1~3 정도로 해 통합시가 40~50개가 되어도 좋다. 

또 다른 문제는 제주도의 선례가 생기긴 해도 기초자치(선거)의 개념을 없앨지 의문인데 이를 유지하면 판은 중층구조인 현재로 회귀하고 만다. 사족 하나. 1000억원 정도가 들 60여 개의 지방정부 청사가 자태를 뽐낼 것을 생각하니 참으로 기가 막힌다는 생각부터 든다. 

정부가 미래를 잘 준비하려면 앞으로 세상에 대한 인식이 크게 달라져 '같음'보다는 '다름'에 대한 인정을 제대로 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지방정부를 포함해 정부기관의 도형적 차이(fractal distinction-성격.기능.크기가 다르다)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하나만 생각하지 말고 둘, 셋, 넷을 한꺼번에 아우를 수 있는 융합적 사고로 복잡성의 시대(era of complexity)를 헤쳐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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