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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 내정자는 7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도덕성과 자질 시비를 이유로 한 거듭된 자진사퇴 요구에 대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들의) 의견을 수용하겠다”고 말해, 보건복지위의 부적합 의견 여부에 따라서는 용퇴할 의사가 있음을 내비쳤다.
헌정 사상 처음 실시된 국무위원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해당 상임위가 국무위원 내정자에 대해 장관으로서의 직무 부적합 의견을 내리더라도 인사권자는 참고만 할 뿐 임명 여부에 대한 강행 의무가 주어져 있지 않은 만큼, 유 내정자의 이런 발언은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유 내정자는 이날 “그간의 선동적 독설적 언행은 (정책추진에 있어 여야의) 통합을 이끌어 내야 하는 장관의 자질로서는 심각한 고려대상이 아닐 수 없다. 스스로 거취를 결정해야 한다고 보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한나라당 정화원 의원의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유 내정자는 “오늘 어느 언론사에서 (저에 대해) ‘잡티투성’이라고 평가했는데 정확한 평가”라면서 “잡티가 있는데도 일을 맡겨야 하느냐는 문제를 인사권자가 국회에 맡겼기 때문에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들이) 의견을 내놓으면 수용하겠다”고 말했다.
유 내정자는 정 의원이 재차 “우리(국회 보건복지위원)가 제대로 판단을 해 주면 안 할 수도 있다는 것이냐”고 발언의 의미를 묻자 “보건복지위원 다수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안하는 것이 맞지 않느냐”고 언급하면서 사실상 국회 의견 여부에 따라 용퇴 가능성을 내비쳤다.
유 내정자는 또 “통합과 타협을 이끌어 내야할 내정자가 ‘독불장군’식 인품으로 과연 야당의 정책 협조를 이끌어 낼 수 있겠느냐”는 정 의원의 질문에 대해서도 “여야간 논전을 벌이다 보면 자극적이고 심한 말도 오간 것이 국회의 풍토였다. 여기에 일조를 해서 송구스럽다”면서 “내가 야당을 존중하고 타협하려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며 물러섰다.
유 내정자는 아울러 한나라당 안명옥 의원이 “개각과 관련해 이렇게 논란이 많았던 적이 전무후무하다. 내정자로 지내면서의 소감을 말해달라”는 질의에 장시간 계속된 인사청문회로 다소 피곤한 듯한 표정으로 “과천가는 길이 참 멀다는 느낌이 들고 자신에 대해서도 덜 엄격했구나 하는 반성을 하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이날 인사청문회에서는 ‘서울대 프락치 사건’과 관련한 피해자들의 진술이 담겨있는 영상자료 방영을 놓고 여야 의원들간에 설전을 주고 받았다.
한나라당 이성구 의원은 “(‘서울대 프락치 사건’과 관련) 보건복지위에 피해자를 증인으로 부르려 했지만 증인채택이 안됐다”면서 “당시 피해자들의 인터뷰가 담긴 영상 자료를 방영해 (유 내정자의) 도덕성에 대한 참고자료로 활용하고자 한다”면서 영상 자료 방영을 요청했다.
이에 이석현 위원장은 “사실상 제3자를 불러서 발언하는 것과 같기 때문에 화면을 내보내는 것은 안 되겠다”면서 양당 간사의 의견을 물었으며 한나라당 박재완 의원(간사)는 “국회법 어디에도 ‘상임위원회 발언 도중에 제3자의 발언을 녹취 또는 녹화해 제시해선 안된다’는 규정은 없다”면서 재차 방영을 요구했다. 열린당 간사인 이기우 의원은 “회의에는 룰이 있어야 한다”고 발끈했으며, 열린당 문병호 의원도 “증인 신문을 하면 쌍방심문이 돼 균형이 잡히게 되지만 영상물 방영은 일방적인 것으로 균형잡힌 심문이 이뤄질 수 없다”고 반박하자, 한나라당 의원들만 국회 기자실로 가서 별도 브리핑 후, 영상물을 상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