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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신년연설을 밤 10시에 하는 이유가 뭔가”
18일 이례적으로 늦은 시간에 방송 3사를 통해 동시 생중계된 노무현 대통령의 대국민 신년연설을 놓고 네티즌들은 싸늘한 반응과 ‘파격’이라는 의견이 교차하고 있다.
청와대가 올해 처음 시도된 TV신년특별연설 시간을 9시 뉴스가 끝난 뒤 가장 주목도가 높다고 판단한 밤 10시로 잡은 것은 “보다 많이 시청토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알려졌다. 그러나 통상 낮에 이뤄지는 대통령 신년연설을 밤으로 잡은 데 대해 일부에서 대통령이 ‘프라임 타임’을 일부러 골라 방송사들의 황금시간대를 ‘독점’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이날 연설이 9시 뉴스와 오후 11시30분 축구 국가대표팀의 대 아랍에미리트 평가전 생중계 사이에 이루어져 ‘시청률을 높이기 위한 선택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축구 생방송 직전에 연설을 배치해 국민들의 집중도를 높이겠다는 의도가 아니냐는 것이다.
노 대통령의 '심야연설'에 대해 각 방송사 홈페이지와 주요 인터넷 포털사이트에는 “한곳에서만 방송해도 될 일을 왜 방송 3사가 한꺼번에 대통령 연설을 중계해 시청자의 권리를 빼앗느냐”, “왜 하필 밤 시간에 대통령 연설을 하느냐”, “시청률이 안 나올까봐 인기 프로에 편승하려는 거냐”, “모든 채널이 의무적으로 신년연설을 방송하는 것은 과거 권위주의 시대와 다를 바 없다” 등 비아냥거리는 시청자와 네티즌의 글이 올라오고 있다.
네티즌 ‘flyingcloud’는 "완전 독재자 방송"이라며 “방송보기 싫은 국민이 더 많을텐데 야당 할 때는 민주 찾고, 여당하니까 독재가 더 좋으냐”고 비난했다. ‘goethe1’는 “왜 채널은 전부 점령해서 텔레비전을 못 보게 하느냐”고 불만을 표출했다. ‘hisstory2’는 “채널3개씩 동시에 하는 것은 전파낭비"라며 “중요하다고 생각하면 찾아서 보면 되고, 그냥 드라마 보고 싶은 사람은 드라마 보면 되지 않느냐”고 시청자의 채널권을 주장했다.
‘trara’는 “얼마나 인기가 없으면 밤 10시에 남들이 좀 봐줄까하고 기획했겠느냐”며 “하여간 쇼 벌여 후리려는 짓은 변함이 없다”고 일갈했다. ‘yeois2’는 “밤에 하는 연설이라서 난 또 재방송인지 알았다”며 실소했다. ‘kht5169’은 “인터넷에 빠진 애들은 밤새우는 것은 보통이다”며 “우리 대통령도 인터넷에 글 올리고 댓글 다는데 빠져 흔히 밤을 새울 것이다. 밤을 새우면 낮에는 자야 한다. 국정연설을 그 시간에 할 수 밖에 없지 않느냐?”고 비꼬았다.
반면 “대통령 연설만 좋으면 되지 시간이 무슨 상관이냐”, “좋은 말 들었다 생각하고 이해하자”는 등의 의견을 올린 네티즌도 있었다.
‘ford1114’는 “대통령이 새해에 나라를 이끌어 갈 계획을 국민들에게 설명하고, 이야기하는 것을 방송 3사가 모두 방송하는 게 시청자의 권리를 빼앗는 것이냐”며 “오히려 드라마보다는 대통령 연설이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tonggy’는 향해 “드라마할 시간에 연설해서 광고비 때문에, 그러니까 밥그릇 건드렸다고 그러느냐”고 방송사를 비난했다.
이에 앞서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신학림)은 18일 성명을 내고 "청와대의 일방적인 밀어붙이기로 방송사 프로그램 편성권과 국민들의 시청권이 침해됐다"며 "편성자율권과 시청권 침해 여부가 충분히 고려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언론노조는 특히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은 방송 뿐만 아니라 여러 매체를 통해 보도된다”며 “꼭 지상파 방송3사가 동시 생중계를 해서 시청자들이 다양한 프로그램을 볼 권리를 막을 이유가 있느냐"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방송국에 2주전 대통령의 신년연설의 방송여부는 알아서 판단하라고 말했다. 방송시간을 오후 8~10시로 요청했는데 10시로 잡힌 것은 SBS 8시 뉴스와 KBS, MBC 9시 뉴스를 피하다 보니 그렇게 됐다”면서 “축구 대표팀의 평가전 일정보다 노 대통령의 신년 연설 일정이 먼저 잡혔다”고 해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