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 이재오 신임 원내대표가 사립학교법 재개정 카드를 국회복귀 조건으로 제시하고 협상에 들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힌 가운데, 장외투쟁을 지속해온 한나라당 강경 투쟁노선에 어떤 변화가 생길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나라당으로서는 등원을 요구하는 국민여론과 '병행투쟁' 등 투쟁방식의 변화를 주장하는 당내 압박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에서 새로운 해법찾기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미 새정치수요모임을 중심으로 한 소장파 의원들은 '사학법 재개정 투쟁을 새로운 단계로 높이는 차원에서 원내외 병행투쟁으로 전환할 것'을 요구했다. 손학규 경기도지사와 원희룡 최고위원의 등원 주장도 여전히 유효하다.

    경기도지사 출마를 노리고 있는 김문수 의원도 "너무 장외투쟁만 해 아쉬운 점이 많다"고 지적하면서 "유시민·이종석 장관 내정자 등에 대한 인사청문회에도 참여해 따질 것은 따져야한다"고 말했다. 이 원내대표의 러닝메이트로 함께 당선된 이방호 정책위의장 역시 15일 '인사청문회 불참'을 선언했던 기존 당 입장과 달리 "인사청문회를 놓칠 수 없다"는 의사를 나타냈다.

    이 원내대표의 당선으로 대여투쟁의 구심점이 당 사학법무효투쟁본부에서 원내로 이동하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은 '학생 학습권·학부모 교육권 수호 특위'(위원장 이군현)를 발족하고, 특위 주도로 열린당의 새 원내지도부가 구성되는 24일 이전에 재개정안을 마련해 대여 협상용 카드로 활용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 원내대표는 "사학법 투쟁을 노무현 정부 실정을 총체적으로 규탄하는 투쟁수위로 상향 조정할 생각"이라고 정부여당을 압박하면서도 "사학법 재개정안을 만들어 협상에 본격적으로 나서겠다"고 양공 입장을 밝혔다. 이는 '사학법 철회이전 협상불가'라는 당의 기존 입장과는 분명한 차이를 드러냈다. 이 원내대표는 지난 13일 청와대 김병준 정책실장을 통해 '사학법 재개정을 위한 노 대통령의 노력'도 요청한 상태다.

    그러나 장외투쟁을 주도해온 박근혜 대표는 여전히 확고하다. 박 대표는 이 원내대표 당선 직후 자신의 미니홈피에 "소신을 펴나가는 그 과정에서 비난을 받더라도 가슴에 다는 훈장 이상으로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갈 것"이라며 "소신을 절대 굽히지 않을 것"이라는 의지를 밝혔다. 이 원내대표의 대여협상이 원활치 못할 경우 박 대표의 강경입장과의 충돌도 예상되는 대목이다.

    열린당은 '사학법 재개정은 없다'는 기존 입장에서 '원내에서 논의는 가능하다'며 여지를 남겨두는 쪽으로 선회하고 있다. 원혜영 원내대표 대행은 등원을 전제조건으로 내걸고 "한나라당이 국회에 와서 재개정안을 내면 토론에 성실하게 응할 자세가 돼있다"고 말한 바 있다. 새롭게 구성될 열린당 원내지도부 역시 '국회파행 장기화'의 부담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한나라당의 '선(先) 재개정합의, 후(後) 등원'과 열린당의 '선 등원, 후 논의' 주장이 강력히 충돌하고 있는 가운데, 양측의 새로운 원내지도부가 국회정상화와 사학법재개정 논의에 어떤 접점을 찾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