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6년에도 사립학교법 무효투쟁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는 한나라당이 똑같은 형식의 장외집회만으로는 여론몰이가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종교․사학단체와의 연대에 적극 나서는 모습이다.

    이는 박근혜 대표의 강경한 투쟁의지에도 불구하고 당내에서 ‘회의론’이 끊임없이 제기돼 내부 투쟁동력에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외부의 종교․사학단체와의 연대로 새로운 투쟁 활로를 모색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은 4일 400여개의 종교․사학․시민단체로 구성된 ‘사학수호범국민운동본부(본부장 김성영 성결대 총장·이하 국민운동본부)에서 주최하는 사학법 무효투쟁 관련 집회와 행사에 적극 동참하겠다고 밝혔다. 이계진 대변인은 이날 대책회의 비공개부분 브리핑을 통해 “우리의 ‘사학법 원천무효 및 우리아이지키기운동’ 투쟁 환경에 새로운 국면이 전개될 것 같다”며 “국민운동본부를 비롯한 관련 단체들이 본격적인 날치기 사학법 무효화 투쟁을 위한 행동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고 강조했다.

    이 대변인은 이어 “한기총을 비롯한 개신교계는 피를 흘릴 각오가 돼 있다는 자세를 견지하고 있고 오히려 한나라당의 투쟁기조가 약화될까 우려하는 분위기라고 한다”며 “사학수호운동본부가 1월 17일 서울시청앞 광장에서 대규모 투쟁대회 및 1000만명 서명운동 발대식을 가질 예정이어서 한나라당도 적극 동참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이 집회 참석을 위해 당초 17일로 예정돼 있던 경남 창원 장외집회를 20일로 연기하기로 결정하며 “날치기사학법 원천 무효화 투쟁을 범국민 운동으로 확산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또한 사학수호운동본부가 19일 영락교회에서 개최할 예정인 ‘사학수호비상기도회’에 대한 동참 의사도 밝혔다.

    한나라당은 또한 외부에서 일고 있는 사학 관련 단체들의 움직임도 상세히 소개하며 ‘사학법 무효 투쟁’이 한나라당만의 ‘외로운 싸움’이 아님을 부각시키기도 했다. 이 대변인은 “뉴라이트네트워크 소속인 자유주의교육운동연합은 현재 전교조에 대항할 새로운 ‘자유교원조합’(가칭)을 창립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소개한 뒤 “사학단체는 사학 수호를 위해 옥쇄를 결의하는 한편, 사학법 개정안도 동시에 마련하기로 했다더라”며 “사실상 날치기 사학법 무효투쟁은 이제 전면 투쟁 국면으로 접어들었다고 판단할 수 있는 소식들”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종교·사학단체와의 연대로 장외투쟁의 불길을 다시 살리려는 한나라당의 모습에서는 의지가 너무 앞선 나머지 ‘다급함’이 묻어나기도 했다. 이는 한나라당이 이날 오전 대책회의를 통해 국민운동본부의 17일 집회 동참 결정을 ‘성급히’ 발표했다가 아직 날짜가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자 오후에 ‘황급히’ 보류하는 ‘해프닝’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국민운동본부장인 성결대 김성영 총장은 이날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출범식을 갖고 1000만명 서명운동을 전개할 계획은 잡고 있지만 17일로 날짜를 확정하지는 않았다”며 “17일 서울시청 앞 투쟁대회는 금시초문”이라고 부인했다. 김 총장은 그러나 19일 비상기도회에 대해서는 한나라당이 발표한 내용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이 대변인은 오후 긴급 브리핑을 통해 “사학수호운동본부와 관련된 내용과 일정 전반에 대해서 일정 변경, 추인절차 등의 사정이 있어 브리핑 내용을 일단 취소하겠다”며 “구체적인 내용이 결정, 확정되는 대로 다시 알려주겠다”고 상황을 수습했다. 그는 “아직 내부에서 확정된 사안이 아닌데도 한나라당이 주최하는 것처럼 보도가 나간 것에 대해 항의가 들어왔다”며 “추후 구체적인 내용이 확정되면 국민운동본부측에서 발표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운동본부에서 하는 집회 등의 행사에 한나라당이 적극 동참한다는 기조는 바뀌지 않았으며 그쪽 일정에 맞추겠다”고 연대의지를 나타냈다. 따라서 1차 20일로 연기된 창원 집회의 경우 국민운동본부의 결정에 따라 2차 변경이 이뤄질 가능성도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