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 소장파의 대표격인 남경필 원희룡 정병국(남·원·정) 세 의원과 당내 비주류의 대표격인 김문수 이재오 홍준표(김·이·홍) 의원의 명암이 뒤바뀌는 모양새다.

    지난해 연말 한나라당 소장파 의원모임인 '새정치수요모임'(수요모임) 소속 의원들이 선출직 당직 선거에서 잇달아 패배하며 위기에 몰렸다가 기사회생하고 있는 반면, 김·이·홍 의원이 주축을 이루고 있는 '국가발전전략연구회'(발전연)는 고민에 빠진 모습이다. 이유는12일 치러지는 한나라당 원내대표 경선.

    사학법개정안 통과를 막지 못한 책임을 지고 물러난 강재섭 전 원내대표의 후임자를 선출하기 위해 한나라당은 12일 원내대표와 러닝메이트인 정책위의장을 뽑는 선거를 치른다. 박근혜 대표가 진두지휘하고 있는 사학법 반대투쟁에 대한 소속 의원들의 찬반 주장이 맞서고 있는 가운데 치러지는 선거인만큼 '차기 원내대표-정책위의장' 선거는 한나라당의 최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한 원내대표 경선 앞두고 수요모임-발전연 명암 엇갈려'

    원내사령탑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향후 진행될 사학법 반대투쟁의 방향에도 큰 영향이 미칠 수 있어 박 대표 뿐만 아니라 '반박그룹'에서도 이에 대해 촉각을 세우고 있다. 또 이번에 선출되는 원내대표는 전임 대표와 달리 5월 지방선거라는 큰 정치일정을 소화해야 하고 5월말 임기가 끝나는 각 상임위원회 위원장 배분 등 어느 때 보다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어 그만큼 개인적인 당내 정치세력 확산에도 플러스가 될 수 있는 '노른자' 자리다.

    때문에 지방선거 예비 후보군들 중 당선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는 의원들 및 당내 3선 의원들 상당수가 이번 원내대표 경선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자천타천으로 거론되는 인물만 5~6명. 지난 11월 17일 당혁신안 통과로 사무총장직에서 물러난 김무성 의원은 이미 출마를 기정사실화 했다. 안택수 권철현 의원과 차기 서울특별시장 경선에 출사표를 낸 이재오 의원이 원내대표로 방향선회를 두고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출마를 저울질하던 안상수 의원은 4일 공식적으로 불출마를 선언했다. 지난 11월 법사위원장을 맡은지 1개월여 밖에 안돼 이를 포기할 경우 정치적인 비난이 클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현재 당내에선 김 전 사무총장이 가장 유력시되고 있는 상황. 그러나 당내 비주류와 소장파를 중심으로 '반(反)김무성 전선'이 암묵적으로 형성되고 있어 차기 원내대표 경선이 자칫 당내 계파간 감정대립으로 번질 가능성마저 관측되고 있다.

    발전연+수요모임, '김무성 대항마 찾아야 하는데…'

    문제는 출마결심을 굳힌 김 전 사무총장에 대적할 대항마가 없다는 것. 김 의원의 경우 지난 혁신안 통과 당시 사무총장으로 당내 비주류, 소장파와 극한대립을 펼친 데 대해 서로 불편한 감정을 아직 털어내지 못한 상황이다. 또 김 전 사무총장이 당 소속 의원들에게 박 대표의 몇 안되는 최측근으로 인식돼 있다는 점도 반김무성 전선 형성의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특히 장외투쟁에 부정적인 의원들 사이에선 '김 전 총장의 원내대표 선출을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분위기다. 때문에 '김무성 원내대표'를 막기위해선 3선 의원 다수가 모임에 참여하고 있는 발전연의 역할이 어느 때 보다 크게 부각되고 있다. 현재 거론되는 안상수 이재오 의원 모두 발전연 소속이며 수요모임 측에서 내심 출마해주길 바라고 있는 김문수 의원 역시 발전연 소속이다. 따라서 발전연은 이번 원내대표 경선 문제로 상당한 고민을 하고 있는 모습이다.

    발전연은 3일 긴급회의를 소집해 '차기 원내대표 경선' 문제를 주제로 대책회의를 가졌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모 의원은 "김무성 의원은 사무총장 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당내 친화력이나 이념적 지향점이 부족하다는 데 의원들이 공감하고 있다"며 "앞으로 수요모임, 자유포럼, 국민생각 등 모든 정파 연구모임과의 접촉을 통해 대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대항마로 '이재오' 의원을 꼽았다. 그는 "가장 유력한 분이 이 의원인데 이미 서울시장 선거를 위해 많이 뛴 상황이라…"며 "이 의원의 결단이 중요하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발전연 '이재오, 원내대표로 방향선회해줬으면'

    다른 한 참석도 "난국이기 때문에 투쟁과 협상경험이 풍부한 사람이 나서야 하는 것 아니냐. 의원들간 공감대가 형성됐다. 일단 김무성 의원은 아니라는 결론이 나왔다"며 "누구를 딱 지정하진 않았지만 의원들 다수가 이재오 의원의 출마를 바라는 분위기였다"고 회의분위기를 설명했다.

    발전연이 수요모임 등 각 의원연구모임과의 접촉작업을 벌이는 이유도 이 의원으로 후보를 압축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이 의원 측은 "생각해봐야겠죠"라며 가능성을 차단하지 않았다. 이 의원의 출마 여부가 결정되는 시기는 차기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놓고 박계동 의원과의 단일화 작업이 마무리될 것으로 알려진 5일일 전망되고 있다. 하지만 박 의원이 출마의지를 강하게 내비치고 있어 단일화 여부도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다. 발전연 소속 의원들 역시 두 사람의 단일화 결과에 촉각을 세우고 있는 모습이다.

    수요모임 "당직선거에서 안티운동 벌어놓고 이제와 도와달라니"

    그러나 발전연의 더 큰 고민은 원내대표 경선에서 힘을 합쳐야 할 수요모임의 입장이 시원치 않다는 것. 원내대표 선출의 경우 127명의 한나라당 현역 의원들에게만 투표권이 주어져 있기 때문에 선거를 유리하게 이끌어가기 위해선 의원 20명이 참여하는 수요모임의 지원사격이 절실한 상황이다.  

    문제는 수요모임 소속 의원들이 발전연 소속 의원들에 대한 불만이 상당하다는 것. 이유는 지난 연말 실시된 선출직 당직 선거에 나선 수요모임 의원들이 잇따라 패배했기 때문. 당시 당내 다른 의원들이 조직적으로 수요모임 의원들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고 이에 대한 수요모임 소속 의원들의 감정이 아직 누그러들지 않았다는 것.

    수요모임 소속의 한 의원은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발전연에서 어떻게 후보가 정해지느냐에 따라 입장이 달라질 것"이라며 "김문수 의원이 나오면 적합하다는 분위기지만 김 의원은 이미 경기도지사 출마를 결심했기 때문에 나오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수요모임 '발전연 입장 정리한뒤 도와달라 부탁해라'

    그는 이어 발전연에 대한 불만을 여과없이 표출했다. 그는 "여성위원장과 청년위원장 선거 당시 '수요모임 안티운동'을 벌여놓고 지금와서 도와달라고 하는 건 굉장한 욕심"이라며 "우리에게 도와달라는 것은 원내대표 경선에 지고나서도 책임을 면피하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지금와서 도와달라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거듭 불만을 나타낸 뒤 "선배들이 비록 우리 선거에서 도와주지 않았지만 현재 상황에서 선배들이 이러이러한 입장을 취하겠다는 것을 분명히 밝히면 비록 우리 선거에 도와주지 않았다고 해도 도와줄 수 있다. 그렇지만 그런 것도 없이 막연하게 도와달라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못박았다.

    수요모임 역시 김 전 사무총장의 원내대표 당선은 막아야 한다는 분위기다. 그러나 발전연에 대한 불만도 그만큼 큰 상황. 따라서 이재오 의원이 입장을 정리하고 사학법 문제 등에 대해 수요모임과 공감대를 형성한다면 양측은 원내대표 경선에서 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작업에 차질이 생길 경우 수요모임은 부산시장과 원내대표 출마를 놓고 저울질을 하고 있는 권철현 의원을 후보로 내세울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수요모임은 이미 지난해 3월 치러진 원내대표 경선에서 권 의원에게 표를 던졌었다. 

    '수요모임 차원에서 권철현 독자후보로 내세울 가능성도'

    권 의원은 김 전 총장과 같은 PK(부산·경남)출신이며 김 전 총장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고 당내에서도 친박그룹보다는 반박그룹으로 분류되며 수요모임과의 관계도 친밀하다. 이와 관련, 수요모임 소속 모 의원은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권 의원도 발전연에서 입장을 정리해 나와주면 다행인데 그렇지 않을 경우 본인이 출마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고 밝혔다.


    '박근혜-이명박' 차기 대선 전초전 될 듯

    이와 함께 이번 한나라당 원내대표 경선이 관심을 끄는 또다른 이유는 이번 선거가 '박근혜-이명박' 두 대권후보의 대리전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이미 출마의지를 굳힌 김 전 사무총장은 대표적인 친박그룹으로, 안상수 이재오 권철현 의원 등은 반박 또는 넓게 봤을 때 친이명박 의원으로 각각 분류되고 있기 때문. 차기 원내대표의 위상이 이전과는 다를 뿐 아니라 지방선거 이후 당으로 복귀하는 이 시장의 대권행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이 시장 측 역시 이번 원내대표 경선에 촉각을 세우고 있는 분위기다. 이 시장 측에선 자신들이 생각했던 정치일정 보다 강 전 원내대표가 일찍 사퇴해 당혹스러워 했다는 후문. 오는 12일 치러질 원내대표 경선 결과에 따라 한나라당의 사학반대투쟁 진로와 당내 대권구도가 변화될 가능성이 높게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