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정보기술(IT) 및 전자 업계에서 일본 업체들을 까마득히 앞서가고 있는 삼성에 대해 견제론을 펴던 일본 언론과 지식인사회가 이제는 "일본에는 왜 이건희 회장같은 경영자가 없나"라는 한탄까지 쏟아내고 있다. 그러나 막상 삼성은 최근들어 두드러지고 있는 일본의 '삼성 경외론'을 문자 그대로 받아들여 자만에 빠질 것이 아니라 일본의 '속내'를 잘 읽고 이들의 거센 도전에 대응하기 위해 마음을 다잡아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21일 재계에 따르면 일본 마이니치 신문이 발행하는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일본 전자기업의 위기'라는 특집기사에서 "삼성과는 대조적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일본 전자업계의 위기는 근본적으로 훌륭한 경영리더가 없다는 데서 비롯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잡지는 "중국 하이얼과 제휴해 경영에 전혀 경험이 없는 초보자를 최고경영자(CEO)에 앉힌 산요전기와 '기술의 소니'에서 '소프트의 소니'로 방향을 돌린 소니"를 일본 일류기업들의 '경영자로 인한 인재(人災)' 사례로 지목했다. 

    잡지는 "그러나 창업 2세인 이건희 회장이 개혁을 추진하고 있는 삼성의 연간 순이익은 1조엔을 돌파해 일본 7대 전자기업의 총순익보다 배나 많다"면서 "이는 삼성의 반도체와 휴대전화, LCD 등에 대한 집중투자와 젊은 인재 등용, 세계 각지 연구.기술 인력의 대량 스카우트 등에 기인한다"고 분석했다. 

    잡지는 "지적재산권과 디자인, 마케팅 등 각 지표에서 삼성은 세계 톱 클라스로 계속 성장하고 있으며 삼성의 뒷모습은 날로 멀어지고 있다"면서 "왜 일본 업계에는 이 회장과 같은 경영자가 없는 것일까"라는 자문을 던졌다. 

    최근 일본 경영 컨설턴트 기타오카 도시아키씨와 토론모임인 '디베이트(Debate) 대학'이 펴낸 책 '세계 최강기업 삼성이 두렵다'도 비슷한 논리를 펼치고 있다. "투지도 전략도 없는 일본의 월급쟁이 CEO들은 정말 한심하다"고 지적한 이 책은 "일본 업체들은 앞으로도 삼성의 뒤를 따라만 가야하는 것은 아닐까"라고 의문을 던졌다. 

    이 책은 "활력이 없는 일본 기업과 역동적인 삼성 등 한국기업과의 차이는 어디서 생기는 것일까"라고 재차 물은 뒤 "그것은 경영자의 전략능력과 의사결정의 차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이 책은 "이 회장은 천재 경영자"라면서 일본 기업이 삼성을 이기려면 "이 회장과 같이 100년 앞을 내다보는 리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책은 그러나 "일본의 사장들은 여러가지 행사로 바쁘기만 하고 정작 장기적인 전략 때문에 고심하지도 않고 시간도 부족하다"고 이 회장과 일본 경영인들을 비교했다. 이 책은 이밖에 "삼성이 타사를 벤치마킹하는 방식이나 제품, 디자인보다 인재양성을 더욱 중시하는 철학을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의 언론이나 지식인사회 일각에서 스스로를 비하해가면서까지 '삼성 예찬론'을 펴고 있는 것에 대해 삼성의 한 관계자는 "일본인 특유의 겸손한 화법이 반영된 것으로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오히려 스스로를 낮추는 일본의 이 같은 언급의 이면에는 삼성을 꺾겠다는 무서운 투지가 자리하고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면서 "최근들어 삼성에 대한 '보급로 차단', '포위공격'을 주장한 일부 언론의 시각이 오히려 일본의 본심에 가깝다고 본다"고 밝혔다. 

    재계의 다른 관계자들도 일본의 일부 언론과 지식인그룹이 삼성의 경영권 상속을 둘러싼 논란이나 여러 비리의혹 등을 거론하지 않은 채 장점만을 부각해 예찬론을 펴는 것은 '삼성 타도'를 위한 내부의 결속과 결의를 다지기 위한 의도라고 풀이하고 있다.[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