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로 꼽히는 고건 전 국무총리가 18일 국정 현안과 관련, “국가에 대한 강한 열정을 갖고 있으며 내게 맡겨진 시대적 역할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있다”며 차기 대선 출마를 놓고 고심 중에 있음을 내비쳤다.

    차기 대선과 관련한 정치적 발언을 자제해온 고 전 총리는 이날 동아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대통령 임기가 2년 이상 남아있기 때문에 시기적으로 적절치 않고 현 대통령의 레임덕을 부추길 우려가 있다”며 향후 대선 행보와 관련된 구체적인 질문에는 답변을 꺼리면서도 대권을 향한 의지를 시사했다.

    고 전 총리는 최근 이명박 서울특별시장이 ‘청계천 효과’에 힘입은 지지율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데 대해 ‘시제 그리고 홍보의 문제와 스타일의 차이’라고 전제한 뒤 “내가 한 일(서울을 세계 5대 지하철 도시로 만든 것, 내부순환도로와 월드컵경기장 건설, 서울시 민원처리 온라인 공개 등 부패방지 시스템 도입)은 과거 완료형이고 그(이 시장)쪽은 현재진행형”이라고 지적했다고 동아일보는 전했다.

    그는 ‘너무 신중한 스타일이 아니냐’는 지적에 “신중하게 판단하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5.17 비상계엄확대조치 때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에 참석하지 않고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직 사표를 냈던 것과 탄핵 정국 때 63일간 대통령권한대행으로서 국가 비상사태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지난해 5월 총리직에서 자진해서 물러났던 점 등을 예로 들며 “결단한 시점에는 반드시 결단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헌법 개정에 대해 “국회의원과 대통령의 임기가 엇박자로 다르기 때문에 매년 선거를 치르는 것은 국력낭비”라며 “20년마다 한번씩 두 임기가 일치하는 때가 2008년이므로 임기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정부의 대북 인권정책에 대해서도 “할 말은 해야 한다”며 “한국으로 오기 위해 탈북한 사람들을 강제 송환시키는 것은 가혹하다. 국군포로와 납북자 송환문제 등에 대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제기하고 협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정자정야(政者正也, 정치는 바르게 하는 것)’를 강조하며 “현 정부는 지금부터라도 국민의 협조를 얻는 쪽으로 노력해 성공한 대통령, 성공한 정부가 돼야 한다”며 “정치가 올바로 돼야 모든 것이 올바르게 된다”고 충고했다.

    창조적 실용주의 리더십과 ‘시중’론 

    한편 이 신문에 따르면 고 전 총리는 “개혁을 위한 개혁은 구호이고 이념에 빠진 것”이라고 운을 뗀 뒤 “이념의 굴레를 벗어나서 꿈을 가지고 미래를 열어가는 창조적이고 실용적인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창조적 실용주의’ 리더십을 제안했다.

    그는 우리나라가 “내적으로는 내수투자 부진, 외적으로는 ‘비용의 중국’, ‘효율의 일본’ 사이에 낀 상황”이라며 정부 정책에 대해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 규제를 개혁하고 기업의 설비투자를 촉진할 수 있는 정부의 경제 마인드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시중(時中)’이라는 말을 언급한 뒤 “성장과 분배 어느 하나 무시할 수 없고 때에 따라 다르지만 지금은 성장이 중요한 때”라며 “교육도 마찬가지로 어느 때는 평준화가 필요했지만 지금은 수월성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