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학법 저지'를 위해 장외투쟁을 강행하며 정부·여당과 전면전을 벌이고 있는 한나라당에 가장 절실한 건 당 외곽세력의 지원사격일 것이다.

    13일 박근혜 대표가 엄동설한에도 불구 첫 장외투쟁을 벌였지만 시민들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때문에 사학법 반대 여론을 확산시키기 위해선 종교계와 시민단체 등 외곽세력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차기 서울특별시장 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박진 의원이 '뉴라이트 진영'과의 연대를 통한 반(反)노무현 세력 결집의 선봉에 섰다.

    이미 뉴데일리와의 단독인터뷰를 통해 당과 뉴라이트 진영과의 허브 역할을 자임하고 나선 박 의원은 14일 백범기념관에서 '한국 보수정치의 진로와 선택'이란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하고 "선진적이고 개혁적인 뉴라이트 정치가 필요한 때"라고 주장하며 당과 뉴라이트 세력과의 보다 적극적인 연대 필요성을 강조했다.

    박 의원은 개회사를 통해 노무현 정부에 신랄한 비판을 쏟아냈다. 특히 노 정부가 방향타를 잃어버려 대한민국이 중심을 잡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 대한민국은 정치 경제 교육 외교 등 모든 분야에서 중심을 잡지 못한 채 기로에 서 있다"며 "미래에 대한 비전은 찾기 힘들고 과거를 재단하는 데 더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대부분 선진국가들이 성장의 엔진을 달고 달리고 있는데 유독 우리만 낡은 분배의 엔진을 고치려 하고 있다"며 "이는 획일을 추구하는 현 정부의 정책방향에서 기인한 바가 크고 이렇다 보니 어느새 사회의 주류도 분배와 평등만을 강조하는 사람들로 채워지게 됐다"고 성토했다. 박 의원은 최근 국가정체성 논란을 부추기고 있는 '사학법'과 '북한인권문제' 등을 거론하며 "곳곳에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우리의 국가정체성이 도전받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 정부에 대한 비판과 동시에 '올드라이트' 즉 기존보수세력의 무기력함도 지적했다. 기존 보수세력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 그는 "보수세력의 현 주소는 무엇이냐"고 물은 뒤 "이 같은 흐름을 막고 국민들에게 새로운 비전과 희망을 제시해야 하는 보수세력은 방향 감각을 상실하고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보수는 지난 수십년 동안 국가의 중추세력을 자임했지만 과거의 보수세력이 남긴 잘못된 유산인 수구와 부패로 국민들에게 많은 실망을 주었다"며 "90년대 후반부터 진보를 자처하는 세력들이 정권을 유지해오고 있지만 정작 이를 견제하고 중심을 잡아야 하는 보수 세력은 과거의 구태를 벗어나지 못해 국민들의 지지를 획득하는데 실패했다"고 진단했다.

    "뉴라이트는 올드레프트에 맞서 국민결집에 기폭제 역할해"

    그러면서 "이런 상황에서 뉴라이트가 등장한 것은 당연한 결과"라며 "올드라이트의 구태를 벗고 시대의 흐름에 맞는 새롭고 개혁적이며 도덕적으로 당당한 국가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건강한 보수를 요구하는 것은 바로 국민들의 요구"라고 주장, 뉴라이트 세력의 등장이 시대적 요구임을 강조했다. 그는 또 "뉴라이트는 올드레프트에 맞서 국가를 바로잡기 위한 국민적 결집에 기폭제 역할을 하고 있다"며 뉴라이트를 높이 평가했다.

    박 의원은 이어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의 편집장인 존 미클레스웨이트와 워싱턴 특파원인 아드리안 울드리지가 공동집필하고 자신이 번역판을 출간, 당내에서 뿐 아니라 일반인들도 이목을 집하게 한 '더 라이트 네이션(The Right Nation)'이란 책의 내용을 상세히 소개하며 한국 보수의 변화 방향을 제시했다.

    '더 라이트 네이션(The Right Nation)'은 미국 공화당이 진보주의의 도전을 극복하고 집권에 성공한 비결을 담은 책으로 박 의원이 소속 의원들에게 공개하며 당내 브레인들의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그는 "2002년 한나라당 대선 패배 이후 방향타를 잃고 흔들리는 대한민국호를 보며 과연 한나라당과 보수세력은 어떻게 변화하고 국민들에게 다가가야 하는지 고민하던 차에 접한 이 책은 신선한 충격이었다"며 "미국 공화당의 집권 성공 전략에는 한나라당을 비롯한 우리 보수세력이 배워야할 점이 크다"고 강조했다.

    그는 ▲적극적인 이슈선점을 통한 진보적 아젠다 흡수 ▲미국 헤리티지 재단, 미국기업연구소(AEI)와 같은 싱크탱크의 활성화 ▲미국의 자생적 보수성향 시민조직 활동의 벤치마킹 ▲합리적, 개혁적 보수노선을 추구하는 자생적 시민단체와의 연계 등을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신지호 "한나라당은 온실형 체질을 들판형 체질로 개선해라"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자유주의연대 신지호 대표는 한나라당을 향해 쓴소리를 퍼부었다. 신 대표는 축사를 통해 "나라가 갈 길을 잃고 헤매고 있다"며 "정당이 이익집단이긴 하지만 진정한 정당은 가치적 집단이어야 한다"고 주장한 뒤 "한나라당은 가치집단이 아니라고 본다"고 비판했다.

    그는 지난 11월 17일 통과된 한나라당 혁신안을 거론하며 "혁신안을 통해 한나라당이 공동체 자유주의를 주장했지만 쌀비준협상시 대다수 의원들이 불참하고 반대를 했다. 이는 자유주의의 A-B-C를 알고 있다고 할 수 없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한나라당의 온실형 체질도 문제"라며 "앞으로 새로운 우파는 여권이 공격하면 방어를 하는 수비중심적 우파가 아닌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정책을 생산해야 한다"고 강조한 뒤 "온실형이 아닌 들판형이 돼야한다"고 역설했다.

    한나라당이 장외투쟁을 강행하고 있는 사학법 문제에 대해서도 "방어를 할게 아니라 자유교원조합을 결성해야한다"며 "뉴라이트가 이를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더 라이트 네이션이란 책의 라이트가 우파를 뜻하기도 하지만 라이트는 '옳은 국가'를 뜻하기도 한다"며 뉴라이트 운동이 단순한 정권교체 운동이 아닌 '올바른 국가'건설을 위한 시민운동임을 강조했다.

    '노 정권엔 폐기처분된 이데올로기의 지속 위해 연연하는 사람 적지않다'

    발제자와 토론자로 참석한 이들도 한 목소리로 노무현 정권을 강하게 비판했다.

    발제자로 나선 이춘근 자유기업원 부위원장은 "말로는 자유주의 시장경제를 지향한다고 하지만 성장보다는 분배를 강조하고 사회주의적 색채가 많이 보이는 경제정책을 주도하는 정권이 이 나라를 지배하고 있던 기간동안 한국경제는 극히 둔화됐다"며 "국민의 생활도 나아지지 못하고 있고 국내외 전문가들이 보는 한국경제의 미래는 비관적"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황우석 교수 논란과 북한인권문제 등을 거론하며 "이들은(현 정권 세력) 그동안 한국의 국가 이데올로기였던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주의를 비판하며 당연히 반미·친북의 입장을 취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이어 "더 나아가 요즘 한국은 세계의 주류에서 자꾸 멀어져 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며 "세계는 이제 더 이상 사회주의 이데올로기를 효용성있는 이념으로 간주하지 않는데 역사의 쓰레기통에 폐기처분된 이데올로기의 지속에 연연하는 지식인들이 이 땅에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토론자로 나선 김형준 교수(국민대 정치대학원)와 조성환 교수(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강승규 한국 인터넷언론협회장 등은 한나라당을 포함한 보수세력의 변화와 뉴라이트 세력과 기존 보수세력과의 발전적 화합을 통한 새로운 보수세력의 외연확대 필요성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