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월드 장석우 대표, "깊이 반성" 선처 호소피해자 측 "또 다시 합의 시도...용서가 안돼"
  • 최근 '고영욱 성추행 사건'과 '연예인 프로포폴 사건' 등에 묻혀 관심 밖의 대상이 돼 버린 엽기적인 사건이 있다.

    연예기획사 대표가 여성 연예인 지망생들을 수차례 성폭행하고, 그것도 모자라 자사 소속 남자 아이돌 가수들과 관계를 맺는 장면을 몰래 엿보다 적발된 사건. 바로 오픈월드엔터테인먼트 성폭행 사건이다.

    이 기획사의 대표인 장석우(54)씨는 2010년 11월부터 2011년 8월까지 미성년자 2명을 포함한 소속 연예인 지망생 3명을 상대로 10여 차례 이상 성폭행을 저지른 혐의(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로 지난해 4월 구속 기소됐다.

    신인 연기자나 가수 지망생들을 자신이 있는 사무실로 불러 일탈 행위를 즐긴 장씨는, 갓 데뷔하거나 데뷔를 목전에 둔 남자 가수들에게 여성 연예인 지망생들과 관계를 맺을 것을 종용하고 이를 훔쳐 보는 엽기적인 행각도 벌였다.

  • 수년간 기획사 사무실에서 은밀히 자행돼 왔던 장 대표의 '만행'은 피해 여성 일부가 그를 경찰에 고소하면서 세간에 알려지게 됐다.

    장 대표의 파렴치한 행위가 하나하나 보도를 통해 전파되면서, 이 사건을 두고 '연예계 도가니 사건'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충격적인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당초 성폭행 과정에 가담한 것으로 알려져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별법상 특수강간' 혐의를 받았던 모 그룹 멤버들은 조사 결과, 범행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았다는 점이 인정돼 기소 대상에서 제외됐다.

    재판이 진행되면서 '피해 여성'의 숫자도 줄어들었다.

    당초 4명이 장씨에게 피해를 입은 여성들로 알려졌지만 이 중 한 명은 장씨와 합의, 공소가 기각되면서 이번 사건의 피해자는 총 3명으로 압축됐다.

    그러나 장씨의 혐의는 대부분 사실로 간주됐다.

    지난해 8월 진행된 선고공판(1심)에서 재판부는 오랫동안 여성 연습생들을 상습 성폭행해 온 혐의를 들어 피의자 장씨에게 징역 6년을 선고했다.

    나아가 재판부는 장씨의 신상 정보를 5년 간 공개하고 성폭력 치료프로그램을 40시간을 이수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피해 여성 중 일부와 합의를 했으나, ▲피고인이 미성년자들과 성행위를 가진 사실은 부정할 수 없고, ▲이 과정에 업무상 위력이 개입되지 않았다고 볼 수 없다"며 이번 사건을 죄질이 매우 나쁜 '성폭력 사건'으로 규정했다.

    이모양과 최모양 등 일부 피해자들은 피고인 장씨와 합의를 했지만 송모양은 여전히 합의를 하지 않고 있습니다.
    송모양 등 피해자들의 진술이 구체적이고 일관성이 있어, 상당히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됩니다.
    연예인 지망생인 피해자들과 연예 기획사 대표인 피고인과는 엄연한 신분상의 차이가 있습니다.
    가정적으로 사회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던 여성들이 30살 연상의 피고인을 만나 일탈 행위를 저질렀다는 것은 정상적인 성 관념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상황입니다.
    따라서 신분상의 차이에서 오는 '위력'이 동반됐을 가능성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연예기획사 대표라는 지위를 이용, 나이가 어린 여성들을 수차례 감음한 것은 죄질이 결코 가볍다고 볼 수 없습니다.
    이번 사건으로 동종 업계 종사자들에게 '박탈감'을 안겨준 점도 고려했습니다.

    장씨는 재판을 받아오면서 잘못을 뉘우치는 기색을 보이다가도 ▲피해 여성 측에게 전화를 걸어 합의를 시도하고, ▲탄원서와 반성문을 제출하는 등 처벌을 '감면'받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았다.

    이같은 장씨의 행동은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 일으켰다. 재판부는 피해자들과의 합의서·고소취하서 등을 내밀며 '보석'을 신청한 장씨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피해자들의 수치심과 상처 등은 고려치 않고 자신의 '감형'에만 초점을 맞춘 장씨의 행동에 정상 참작의 이유가 없다고 판단한 것.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해자의 행동을 보면 아직도 이번 사안의 중차대함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며 "피해 여성들의 입장을 배려하지 않고 여전히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지 못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 실형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결국 재판부로부터 1%의 동정도 받지 못한 장씨는 '초범'임에도 불구, '징역 6년'이라는 비교적 무거운 처벌을 받게 됐다.

  • 법원에 탄원서와 선처를 바라는 반성문을 잇달아 제출했던 장씨는 자신의 모든 계획이 무위로 돌가가자, 즉각 항소를 제기했다.

    장씨의 변호인은 항소심 공판을 통해 "장씨가 평소 한류산업 발전에 일조를 해왔고, 제작자와 연예인 권익보호에 앞장서 왔다"는 점을 강조하며 피고인에 대한 선처를 호소했다.

    반면 검찰은 "징역 6년이 적은 형량은 아니지만 여전히 일부 피해자와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고 언제든지 재발 가능성이 큰 사건이라는 점에서 원심 판결은 타당하다"고 강조했다.

    5일 오후 서울고등법원 형사10부(재판장 권기훈) 505호 법정에서 장씨와 또 다시 마주한 검찰은 "감형을 요구하는 피고의 항소를 기각해 달라"고 밝혔다.

    이날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장씨에게 원심과 동일한 징역 6년을 구형했다.
    반대로 변호인 측은 "피고인이 잘못을 뉘우치고 있고 동종 전과가 없다"는 점을 들어 집행유예 판결을 호소했다.

    현재 피고인은 자신의 잘못을 크게 뉘우치고 있으며 동종 전과도 없습니다.
    게다가 10살, 7살에 불과한 어린 자녀들이 있고, 노모를 부양해야 하는 가장입니다.
    더불어 나이가 54세이고, 그동안 한류 문화 발전에 이바지 해 온 점 등을 정상참작해 주시길 당부드립니다.

    장씨의 변호인은 선처를 호소하는 발언 외에도, 피고인에게 씌워진 누명(?)에 대해서도 사실 관계를 바로잡는 모습을 보였다.

    변호인은 "장씨는 조폭 출신도 아니고 아무런 관련도 없는 사람인데 검찰이 조폭이라는 단어를 언급했다"며 "이는 사실 관계조차 파악하지 못한 부적절한 언행"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지난달 15일 열린 공판에서 검사가 증인으로 출석한 현모씨에게 "장씨가 조폭 출신이라는 소문을 들어본 적 없나?" "장씨 몸에서 문신을 본 적이 있는가?"라고 심문한 것을 지칭한 것.

    이에 검사는 "장씨가 조폭 출신이라는 소문은 피해자들 사이에서 나온 것"이라며 "이같은 소문 때문에 피해자들이 더욱 수동적이 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한편 이날 공판에선 장씨 측이 또 다시 피해 여성들과 합의를 시도했다는 피해자 측의 주장과, 장씨 측에서 합의를 종용한 사실이 전혀 없다는 피고인 측 주장이 팽팽히 맞서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장씨에 대한 최종 선고 공판은 오는 21일 같은 법정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