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곤, 정진석에게 실형 선고… "정치성향 개입했나"조국 비판한 언론에 "약자에게만 강한 건 깡패" 글 게재법원행정처장 "법관의 중립성 갖춘 규범 논의 중"
  • ▲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국민의힘 정진석 의원이 8월1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6개월을 선고받은 뒤 법정을 나서는 모습 ⓒ연합뉴스
    ▲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국민의힘 정진석 의원이 8월1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6개월을 선고받은 뒤 법정을 나서는 모습 ⓒ연합뉴스
    서울중앙지법 박병곤 판사가 정치성향을 드러내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린 것과 관련, 대법원이 '엄중 주의'를 처분을 내렸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대법원 행정처는 "해당 법관이 임용 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게시한 일부 글 중 정치적 견해로 인식될 수 있는 부분에 관해 소속 법원장을 통해 엄중한 주의를 촉구했다"고 밝혔다.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는 판사가 SNS에 글을 쓸 때 신중하게 처신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지만 관련 징계 규정은 없다.

    박 판사는 지난 8월10일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사자명예훼손)로 기소된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에게 검찰 구형 벌금 500만원보다 높은 징역 6개월의 실형을 선고한 바 있다.

    이후 박 판사가 자신의 SNS에 올린 게시물이 알려지면서 정치성향이 판결에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박 판사는 '정진석사건' 선고 이후 지난 8월15일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을 비공개로 전환했다.

    박 판사는 지난해 3월9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대선에서 낙선한 직후 "이틀 정도 소주 한잔하고, 울분을 터뜨리고, 절망도 하고, 슬퍼도 했다가 사흘째부터는 일어나야 한다"는 게시물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박 판사는 이어 "포기하지 않고 자꾸 두드리면 언젠가 세상은 바뀌니까. 더 두드려야 더 빨리 변할 것"이라는 취지로 이 대표의 낙선에 따른 소감을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박 판사는 2021년 4월9일 서울시장보궐선거에서 박영선 민주당 후보가 패하자 '승패는 언제나 있을 수 있다. 피를 흘릴지언정 눈물은 흘리지 않는다'는 내용의 중국 드라마 장면을 캡처한 사진을 올렸다.

    2019년 10월10일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자녀 입시비리 의혹이 불거지자 "권력 측 발표 그대로 사실화" "약자에게만 강한 건 깡패" 등의 내용을 담아 조 전 장관에게 부정적 보도를 한 언론을 비판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박 판사는 2004년 초 블로그에 자신을 "수원 영통지역의 좌경화를 선동하고 좌파 언론 '진보누리'에서 기자로 활동한 한편 법조계의 적화를 도모하라는 지하당의 명을 받아 한양대학교 법대에 진학해 예비 법조인들의 좌경화를 선동하고 있는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0월10일 대법원 국정감사에서 박 판사 사례를 언급하며 "법관의 정치적 중립을 해칠 수 있는 SNS 이용 행위에 관한 검토가 진행된 바 있느냐"고 물었다.

    이에 김상환 법원행정처장은 "법관은 SNS에서 공정한 재판에 영향을 줄 외관을 만들지 않도록 신중하게 처신해야 한다"며 "표현의 자유를 존중하면서도 중립성의 외관을 갖춘 규범을 만들 수 있는지 논의를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