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정부가 ‘정치적 화풀이’ 대상으로 삼은 ‘4대강 사업’
  • ▲ 문재인 전 대통령이 민주당 전 대표 시절인 2016년 8월경 부산·경남지역 국회의원들과 함께 부산 낙동강 유역을 찾아 녹조 실태를 파악하는 모습. ⓒ연합뉴스
    ▲ 문재인 전 대통령이 민주당 전 대표 시절인 2016년 8월경 부산·경남지역 국회의원들과 함께 부산 낙동강 유역을 찾아 녹조 실태를 파악하는 모습. ⓒ연합뉴스
    ‘보수정권 탓’하며 어깃장 놓은 문재인 정부

    문재인 정부의 ‘남 탓 타령’과 ‘자기 합리화’는 끝이 없었다. 불리한 상황이 닥치면 언턱거리를 찾아 모면하려했고, 틈만 나면 자화자찬을 늘어놓으며 5년을 보냈다.

    경제 사정이 나빠진 것은 미국과 중국의 분쟁 탓이고, 서민들이 받는 경제 고통은 재벌 횡포 때문이라고 했다. 소득주도성장을 추진하다 고용 참사를 빚게 되자, 인구 구조와 통계 탓, 야당과 언론 탓을 했다. 그도 모자라 애꿎은 날씨까지 끌어들여 핑계를 댔다. 코로나가 터지니 바이러스 탓을 하며 경제 정책 실패의 책임을 비켜 가려 했다.

    문 정부의 ‘남 탓 타령’ 중, 유독 심했던 건 ‘보수정권 타령’이었다. 한반도 위기 고조는 물론 경제성장률 추락과 민생 파탄 등 국정 전반의 모든 책임을 전 정권들의 정책과 적폐 탓으로 돌렸다. ‘집값 폭등’은 규제 철폐 때문이고, ‘수해’는 4대강 사업 때문이라고 우겼다. ‘20대의 국정 지지도가 낮은 것’마저 전 정권의 잘못된 교육 탓이라며 억설(臆說)했다.

    정책 실패를 대하는 태도에 있어서도 역대 정부와 달랐다. 역대 정권들은 실패가 확인되면 자제하고 방향을 수정했다. 하지만 문 정부는 정책 실패가 반드시 정치 실패가 아니라는 지론을 가지고 진영 논리로 비틀어 정치 싸움판을 만들며 줄기차게 밀어붙였다. 실패를 감추고 비판을 면하기 위한 통계조작과 평가조작을 하는 것도 다반사(茶飯事)였다. 야당과 언론이 정책 오류와 실패를 지적하면, ‘그래도 박근혜 시절보단 낫다’거나, ‘그럼 이명박 때로 돌아가자는 거냐’고 깐족깐족 대들며 어깃장을 놓았다.

    적개심으로 밀어붙인 ‘4대강 보 해체’


    문재인 정부는 단순히 보수정권을 탓하기에 그치지 않았다. 전 정부들이 추진했던 주요 정책들을 적폐로 몰아대며 보수정권의 흔적을 깡그리 지우려 했다. 국가 이익이나 과학적인 검증 등 정책 결정에 필수적인 요소와 과정들도 고려되지 않았다. 그 중, 대표적인 게 이명박 대통령 시절 추진된 ‘4대강 사업’이었다.

    전 정부의 실정과 과오는 바로잡아야 한다. 그러나 문 정부는 4대강 사업에 대해 무조건적인 반감을 드러냈다. 혐오로 가득 찬 ‘복수심’에 가까웠다. 문 정부의 적개심은 정책 추진과정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보수정권에 대한 화풀이라도 하듯, 보 해체를 넘어 기본적인 하천 준설과 제방 보수 작업에 쓰일 예산까지 아예 반 토막 내버렸다.

    박근혜 정부 당시인 2015년도의 수자원 부문 예산 총액은 2조 4,407억 원이었으나, 문재인 정부 기간인 2020년엔 1조 2,910억 원으로, 1조 1,497억 원이나 줄었다. 하천관리 및 홍수예보 예산도 지역 하천 지류 등의 제방 관리와 강바닥 준설 등에 대해서는 엄두도 낼 수 없는 수준으로 삭감했다.

    ‘4대강 사업’은 이명박 정부가 한국형 녹색 뉴딜 정책으로 추진한 치수(治水) 사업으로, 자연재해를 예방하고 피해를 줄여주는 안전장치다. 주요 사업 내용은 4대강(한강, 금강, 낙동강, 영산강) 본류(本流)의 강바닥을 준설(浚渫)해 ‘저수량’을 크게 늘리고, 제방을 쌓아 홍수를 예방하며, 친환경 보(洑)를 설치해 물을 가둬 가뭄에 대비하는 것이다. 보는 소수력발전(1만kW 이하 수력발전)을 통해 재생에너지도 생산한다.

    과학적으로 입증된 4대강 사업의 긍정적 효과
    ‘수질은 좋아졌고, 수해도 줄었다’


    2021년 1월, 문 정부는 5개 보 해체와 상시 개방을 결정했다. 민주당과 환경단체 등이 주장하던 ‘4대강 사업과 보 설치가 수질 악화 등 환경 파괴의 주범’이라는 게 그 이유였다. 그러나 4대강 사업의 결과는 문 정부의 결정과 정반대로 나타났다. 20년에 걸친 장기 수질 변화 분석으로 4대강 사업의 긍정적 효과가 확실히 입증된 것이다.

    서울대와 국립환경과학원이 금년 5월 열린 ‘2023 한국환경분석학회 춘계 학술대회’에서 밝힌 공동 연구 결과에 따르면, ‘4대강 사업’ 전후 10년간 4대강 본류 및 13개 보 인근의 수질이 큰 폭으로 개선됐다. 4대강 사업 이전 10년(2000~2009)과 이후 10년(2013~2022)의 수질을 비교한 결과, 4대강 보의 경우, ‘개선’이 81%, ‘악화’가 6%, ‘유의미한 변화 없음’이 13%로 각각 나타났다. 4대강 공사가 진행된 2010년부터 2012년까지 3년은 조사에서 제외됐다.

    수질이 악화한 것으로 조사된 낙동강 상류에 위치한 3개 보(상주, 낙단, 구미)는 야당과 환경단체가 보 해체의 단골 근거로 제시하는 ‘여름철 녹조 라테’가 발생하는 곳이다. 그런데 이번 연구 결과, 낙동강 상류의 수질 악화는 보 건설보다 주변 농가의 가축 수가 증가한 것이 더 큰 원인으로 분석됐다. 수온과 분뇨 속 물질이 결합하면 녹조가 폭증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동안 환경단체 등은 녹조 발생 원인을 ‘보가 물 흐름을 늦춘 것’이라고 주장했다.

    4대강 사업은 최근 기후 변화가 일으킨 극한 호우와 가뭄에서도 그 효과가 확인됐다. 준설 등 정비를 하지 않은 지류와 지천에서는 제방이 무너지고 물이 넘치는 등 큰 피해가 일어났지만, 4대강 사업이 끝난 주요 하천의 본류에선 홍수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  지난 7월 발생한 오송 지하차도 참사 역시 정비하지 않은 지천이 범람한 것이었다. 문 정부 시절 목소리가 커진 환경단체들이 ‘4대강처럼 만들 셈이냐’는 주장에 준설과 제방 쌓기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들은 ‘4대강 보 전면 철거’를 여전히 주장하고 있다. 참사로 생명을 잃은 이들과 유족을 생각하면 울화가 왈칵 치민다.

    최악이었던 올봄의 가뭄에도 4대강 보와 가까운 지역은 가둬둔 물을 이용해 피해가 적었다. 문 정부는 보 해체를 결정했지만, 보의 필요성과 혜택을 잘 아는 지역 농민들의 반대에 막혀 실제 보를 허물지는 못했다.

    ‘4대강 사업’ 망가뜨린 충격적 조작실태
    대학교수 등은 ‘배우’, 문재인 정부는 ‘총감독’


    문 정부 특유(特有)의 조작실태는 보 해체 추진 과정에서 또 한 번 드러났다. 그 방식도 혀를 내두를 만큼 충격적이었다. 대학교수와 시민운동을 한다는 자들이 배우가 되어 말도 안 되는 왜곡, 조작을 자행했고, 문 정부는 이를 총감독하며 독려했다.

    감사원은 지난 7월 20일 ‘금강·영산강 보 해체와 상시 개방 관련 공익감사청구 감사 보고서’를 공개했다. 감사원은 환경부는 2018년 11월 보 해체 여부를 결정하게 될 ‘4대강 조사평가위원회’를 구성하기에 앞서 문재인 정부가 임기 첫 달인 2017년 5월부터 ‘4대강 보의 처리 방안을 2018년 말까지 확정한다’고 반복해서 발표한 상황이었고, ‘청와대가 환경부에 이 시간표를 지키라는 압력을 가했다’고 밝혔다. 결론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는 얘기다.

    보고서에서 드러난 환경부 ‘4대강 조사평가기획위원회’의 구성 역시 ‘처음부터 4대강 사업을 망가뜨리기 위한 것’이라고 밖에는 볼 수가 없다. 위원회의 43명 위원 중 58%를 특정 시민단체 인사로 꾸렸고, 4대강 사업에 찬성하거나 방조했던 전문가는 환경단체의 사전 검열을 통해 모두 제외시켰다. 김은경 당시 환경부 장관도 여기에 관여했다. 국가의 중요 정책 방향을 결정하면서 친위부대 성격의 위원회를 구성하고 마치 공론화로 중지를 모은 것처럼 국민을 철저하게 기만한 것이다.

    보 해체와 상시 개방의 결정 근거였던 수질악화와 관련한 측정 항목도 문제였다. 위원회가 수질 평가를 하며 사용한 항목은 ‘COD(화학적 산소 요구량)’이었으나, 이는 2016년 법적으로 폐기된 것이다.

    정치 논리 앞세운 ‘경제성 평가’로 수천억 날려


    더욱 황당한 사실은 위원회가 ‘세종보와 죽산보 해체, 공주보 부분 해체, 백제보와 승천보 상시 개방’의 최종 결정을 내리는 데 활용한 경제성 평가를 말도 안 되는 방법으로 왜곡했다는 점이다.

    보 해체의 편익(benefit)은 대부분 보를 해체할 경우 수질이 개선될 것이라는 가정에서 출발하기에 수질 개선이나 악화 여부를 미리 알 수 없다. 이에 문 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보 수문을 열고 수질 모니터링을 실시했다. 그런데 영산강 하류 끝에 위치한 죽산보 수질이 뚜렷이 나빠지는 등 수질 악화 사례들이 나오자, ‘보 건설 전 수질’을 ‘보 해체 경우의 수질’로 간주했다. 4대강 사업으로 대규모 준설작업이 이뤄져 강의 형상 자체가 완전히 바뀐 상태였기에 일부 위원들도 ‘반대편 전문가들이 무식한 얘기를 한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렇지만 위원회는 그대로 결정했다. 정치 논리에 빠진 현장에서 과학이 머물 자리는 없었다.

    지난 8월 국가물관리위원회가 문재인 정부의 보(洑) 해체 및 개방 결정을 취소하면서 ‘4대강 사업’은 제자리를 찾게 됐다. 그러나 이미 문 정부는 4대강 대못질에 수천억 원의 혈세를 날려버렸다. 문 정부가 보 해제로 날린 세금과 손실액은 2026년까지 최소 3,576억 원(최대 3,587억 원)으로 추산된다. 4대강 보를 개방해 부족해진 물을 확보하기 위한 취수 및 양수장 공사비, 농업용수가 말라 지급한 보상금 등, 보를 그냥 놔뒀으면 낭비하지 않았을 금액이 2,680억 원이나 된다. 보의 물을 이용한 소(小)수력 발전을 하지 못해 발생한 손실도 872억 원, 완전 개방으로 망가진 세종보 복구비용이 최소 24억 원(최대 35억 원) 등이다.

    ‘광기’로 변모한 문 정부의 ‘보수정권 탓하기’


    문재인 정부의 유별난 ‘남 탓’은 14년 전에 생겼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불행을 이명박 정부와 검찰의 악의(惡意) 탓으로 돌리면서다. 소위 ‘친노’ 세력 중 상당수는 자신들의 지도자를 지키지 못했다는 자괴감 해소와 존재감 유지를 위해 치졸한 ‘남 탓’ 타령을 하며 똘똘 뭉쳤다. 그리고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 했고, 문재인을 대통령으로 만들었다.

    ‘4대강 보 해체’도, ‘조국 수호(守護)’도, ‘검수완박 통과’도, 그 바탕에는 번지수(番地數) 크게 틀린 구원(舊怨)이 짙게 깔려있다. 이 과정을 거치며 구원(舊怨)은 광기(狂氣)로 바뀌었다. 이제 그들에게 시시비비(是是非非)는 고민거리가 아니다. 오직 내편만 따지고, 그를 지키면 된다. 그걸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정치판에서 지켜야할 최소한의 금기(禁忌)와 정도(正度)마저 사라졌다. 넋이 나간 듯 그들의 광기에 환호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것에서 사태의 심각성은 배가 된다.

    광기에 사로잡힌 정치 괴물들과 추종 세력에 대한 국민적 탄핵과 심판이 참으로 절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