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시 7급 공무원 배모 씨… 경기도, 2018년 5급 사무관으로 임명해 '비서실' 근무경기도 "국회, 도의회 등 소통협력 담당"… 도의회 "배씨,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다"배씨 "이재명 일정, 구글로 김혜경에 공유" 시인… '혜경궁 김씨' 트위터 메일은 부인성남시의회 회의록에도 배씨 등장… 박완정 시의원 2012년 "이분이 사모님 수행"당시 성남시 행정기획국장 "공식적인 사항은 그쪽 수행"… '김혜경 수행비서' 시인 "김혜경, 행사마다 관용차로 배씨와 등장" 진술… 이재명·김혜경, 배씨 결혼식 참석'지방자치단체장 배우자의 사적행위에 대한 지자체 준수사항' 행안부 법규에 어긋나최춘식 의원 "도민 세금으로 가족 보좌진… 도민에 대한 명백한 배신" 지적
  •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와 배우자 김혜경씨가 성남시장 시절이던 지난 2016년 배씨의 결혼식에 참석해 사진을 찍은 모습.ⓒSNS캡처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와 배우자 김혜경씨가 성남시장 시절이던 지난 2016년 배씨의 결혼식에 참석해 사진을 찍은 모습.ⓒSNS캡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후보가 경기도지사로 재직할 당시 부인 김혜경 씨를 수행한 배모 씨가 3년여 동안 경기도청 공무원으로 이름을 올렸던 것으로 24일 확인됐다.

    배씨는 이 후보가 성남시장일 당시에도 배우자인 김씨의 공식 일정을 수행해, 성남시의회가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이 후보가 세금으로 자치단체장 부인을 보좌하는 인사를 둔 것에 비판이 나온다.

    경기도 홈페이지엔 국회·도의회 소통협력 업무 기재, 도의원들은 "모른다"

    국민의힘 소속 최춘식의원실의 자료와 본지 취재에 따르면, 배씨는 이 후보가 경기지사에 당선된 직후인 2018년 9월20일 총무과 지방행정사무관(일반임기제)에 임명됐다. 담당 사무는 대외협력과 정책요원이지만 비서실에서 근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도청 사정을 잘 아는 정치권 인사는 "비서실 소속이 총무과로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배씨가 경기도청에 근무하던 당시 경기도 홈페이지는 배씨의 소속을 '경기도청 총무과'라고 밝히고, 그의 담당 업무를 '국회·도의회 등 소통협력사업'이라고 공지했다. 하지만 경기도의회와 국회 관계자들은 배씨에 관해 들어본 적이 없다고 밝혔다.

    한 경기도의원은 통화에서 "도의회 여야 의원들 모두 비서실과 소통이 안 된다고 하는 일이 수도 없었다"며 "배씨에 대해서는 들어본 적이 없다"고 언급했다. 

    또 다른 경기도의원도 "경기도와 도의회에 소통협력과가 따로 있는데 총무과에 그런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이 있다는 말은 듣지 못했다"고 했다. 경기도 지역에 지역구를 둔 한 국회의원실 관계자도 "금시초문"이라고 말했다.

    이재명·김혜경, 배씨 결혼식도 참석

    배씨는 2018년 지방선거 당시 논란이 된 이른바 '혜경궁 김씨' 트위터에 사용된 이메일을 만든 것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을 비방하는 트위터 계정 '08_ hkkim, 닉네임 정의를 위하여)'의 정체와 관련, 같은 이메일(khk631000@gmail.com)을 사용한 이 후보 부인 김혜경 씨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당시 검찰은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불기소 처분했다. 

    한겨레신문은 2018년 11월20일 배씨가 통화에서 "이 지사의 성남시장 시절인 2012~13년쯤 구글 캘린더에 있는 이 지사의 일정을 부인(김혜경 씨)이 공유할 수 있게 내가 이메일을 만들어 구글 캘린더와 연결해 줬다"고 말했다고 한다. 다만 배씨는 "(이 이메일로) 어떤 트위터 계정도 만든 일이 없다"고 주장했다. 경찰이 '08_ hkkim'의 계정주를 김씨로 특정하고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한 다음날이다.

    또 2016년 2월에는 성남시장에 재직하던 이 후보와 배우자 김씨가 배씨의 결혼식에 참석해 사진을 찍을 만큼 각별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배씨는 약 3년여 간 경기도청에서 근무하다 지난 9월2일자로 퇴사했다. 이 후보가 경기도지사직에서 사퇴(10월25일)하기 약 한 달 전이다. 배씨의 직위인 사무관은 5급 공무원이다.

    성남시의회서도 문제 제기… "도대체 주 역할이 뭐냐"

    이런 배씨는 이 후보가 성남시장 시절이던 당시 성남시의회 회의록에도 등장한다. 본지가 확보한 2012년 2월23일 성남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록을 보면, 박완정 시의원은 "배씨의 분장사무에 총무과 과장 자료에는 '의전 수행'이라고 돼 있는데 비서실장이 가져온 자료에는 '외국인 의전'이라고 돼 있다"며 "의회에 제출하는 자료가 부서에 따라 달라도 되는 것이냐"고 따졌다.

    박 시의원은 이어 "'외국인 의전'이라고 비서실에서 써 놓고 이분이 시장님 사모님을 수행하는 것 아니냐고 했더니 또 수행도 한다고 했다. 도대체 이 직원의 주 역할이 뭐냐"고 물었다.

    이에 문기래 행정기획국장은 "의전 업무에 관련된 것은 물론 외국인도 (의전)하고 행사 수행도 한다. 전반적인 것이 의전에 다 포함되기 때문에 아마 그렇게 표현이 된 것 같다"고 해명했다.

    박 의원이 "사모님 수행도 하고 외국인 의전도 한다 이거냐"고 묻자 문 기획국장은 "그렇다. 외국인들이 상시 계속 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에둘렀다. 박 의원이 "외국인 의전이 없을 때는 사모님을 수행한다는 말인가"라고 재차 묻자 문 기획국장은 "네. 공식적인 사항은 그쪽 수행을 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전날 성남시의회 행정기획위원회 회의록에서 박완주 의원이 "배씨는 사모님이 공식적으로 시장님 대신 (행사에) 갈 때 수행하느냐"고 묻자 윤기천 비서실장은 "전부 가는 것이 아니고, 시장님께서 가셔야 할 행사 중"이라고 답했다.

    윤 비서실장이 "공식으로 가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하자, 박 의원은 "사모님 수행하는 사람 맞지 않으냐. 사모님이 가는데 이 친구가 같이 항상 있었다"며 "우리가 늘 행사장에서 보는데 무슨 딴소리를 하느냐"고 지적했다.

    7대 성남시의원(2014~18)으로 활동했던 한 전직 성남시의원은 통화에서 "당시 지역 행사마다 김씨가 나오는 곳에 배씨와 같이 나왔다. 관용차를 타고 나오기도 했다"며 "당시 성남시에서는 (배씨가 수행비서 역할을 한다는 것은) 모두가 다 알던 사실" 이라고 말했다.

    이는 정부의 준수사항을 어긴 행위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행정자치부(현 행정안전부)가 2016년 6월8일 발표한 '지방자치단체장 배우자의 사적 행위에 대한 지자체 준수사항'에 따르면, 공무원이 지자체의 단체장 배우자에 대해 의전을 해야 할 법규나 규정, 의전편람 등 근거는 없으며 단체장 배우자의 공·사적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비서요원 등으로 전담 배치 지원하는 것은 법령에 위반되는 사항이다.

    당시 행자부는 "○○도 지사의 취임 직후 이모 씨를 여성단체 활동 지원 요원으로 9급 상당의 지방 계약직 마호로 채용해 지사 부인의 행사 수행은 물론 정치활동의 일환으로 비칠 수 있는 모임을 지원한다"는 내용을 사례로 들었다.

    野 "세금으로 가족 보좌 인사, 세금의 사적 사용"

    성남시청 근무 당시 배씨의 직급은 7급이었다. 배씨는 2012년 10월께 성남시청 해외홍보부서로 옮긴 것으로 알려졌다. 2014년 10월17일 성남시의회 행정기획위원회 회의록에서 전형조 행정지원과장은 배씨가 성남시 자매결연 도시 기관원과 바이어들을 안내하는 역할을 한다고 소개했다.

    이기인 성남시의원이 "'시정 해외홍보를 이렇게 하고 있구나' 혹은 '이렇게 해서 이런 성과를 내고 있구나' 이런 것에 대한 설명을 듣고 싶다"고 하자 전 행정지원과장은 "구체적으로 자료를 별도로 만든 것은 없다"며 "그분(배씨)의 역할은 해외에서 오신 손님, 바이어들에 대한 애로사항 등 의전 관련 일을 하는 상황"이라고 답했다.

    야권에서는 이 후보가 경기도민 및 성남시민들이 내는 세금으로 자치단체장 부인을 수행하는 인원을 배치한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고 나섰다. 

    최춘식 국민의힘 의원은 "도민들의 피땀 어린 세금으로 자치단체장의 가족을 보좌하는 인사를 두는 것은 세금의 사적 사용"이라고 강조하며 "도민을 위해 일해야 할 공직자를 개인의 사적 영역으로 끌어들이는 행위는 권한을 위임한 도민에 대한 명백한 배신"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