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출신 SBS 8시뉴스 앵커, 자질미달이거나 여권편이거나…
  • 지난 12일 조성은 씨와의 단독 인터뷰를 방송한 SBS 8시 뉴스. ⓒSBS 8시 뉴스 방송 화면 캡처
    ▲ 지난 12일 조성은 씨와의 단독 인터뷰를 방송한 SBS 8시 뉴스. ⓒSBS 8시 뉴스 방송 화면 캡처
    SBS가 전 미래통합당 선거대책위원회 부위원장 조성은 씨를 단독 인터뷰했던 9월 12일 방송에서 조씨 인터뷰 중 박지원 국정원장과 관련한 내용 일부분을 들어냈다. 정확히 말하면 고발 사주 의혹 제보자인 조씨가 뉴스버스 최초 보도 시점 등 보도 전 박 원장과 상의했다는 것을 은연 중 시인한 내용, 그래서 조성은, 박지원, 뉴스버스 측 삼각 커넥션 의혹을 충분히 제기할 수도 있는 내용을 뺀 영상을 홈페이지에 올려놓은 것이다.

    5분이 좀 넘는 사전녹화했다는 이 영상에는 다음날 많은 언론이 보도한 핵심 내용이 쏙 빠져있다. 이를테면 조씨가 “날짜와 어떤 기간 때문에 저에게 자꾸 어떤 프레임 씌우기 아니면 공격을 하시는데 사실 이 9월 2일이라는 날짜는 우리 원장님이나 저가 원했던 거나 저가 배려 받아서 상의했던 날짜가 아니거든요” “그냥 이진동 기자(뉴스버스 편집인)가 ‘치자’고 결정했던 날짜”라고 설명하는 부분이 영상에선 찾아 볼 수 없다. SBS 공식홈페이지에는 “제보자 조성은 씨의 인터뷰 풀영상은 유튜브 SBS 뉴스 채널에서 볼 수 있습니다”라는 안내 문구가 올라 있다.

    우선 드는 생각은 SBS가 풀영상을 홈페이지에 올려놓아도 될 것을 왜 굳이 찾아 들어가야 볼 수 있도록 유튜브 채널에만 올려놓았을까 하는 점이다. 홈페이지에 게재된 인터뷰 동영상은 핵심 발언이 빠진 편집본이다. 이미 12일 당일 방송을 통해 보도가 나갔고, 많은 언론도 이날 보도를 근거로 얼떨결에 털어놓은 조씨 발언의 심각성을 지적, 의혹을 제기하는 기사를 썼다. 곤란한 처지(?)인 SBS가 뒤늦게라도 어떻게든 노출이 덜 되도록 하자는 의도가 있지 않고서야 굳이 그럴 필요가 있었을까. 국민을 위한다면 홈페이지에도 유튜브에도 풀영상을 그대로 게재하는 것이 맞다. SBS가 누구 눈치를 보고 있나.

    각설하고 필자가 이 글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싶은 것은 다른 것이다. 이날 SBS 앵커가 심각한 보도 공정성을 위반한 사실 말이다. 조씨가 날짜를 언급하면서 박 원장 이야기를 꺼내자 앵커가 “박지원 원장에게는 이 건과 관련해서 어떤 얘기를 하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해주시는 거죠?”라고 확인한 부분이다. 조씨는 “그럼요. 예”라고 답했다.

    SBS 앵커의 '이상한 편들기', 왜 아무도 지적하지 않는가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인가. 조씨가 권언유착 정치공작을 의심할 만한 자백성 말을 털어놓았는데 앵커가 그걸 오히려 부인하고 방어하는 듯한 발언으로 조씨가 뱉어놓은 말을 수습했다. 전혀 상식적인 진행이 아니다. 조씨와 인터뷰를 한 SBS 앵커는 기자 출신이다. 그렇다면 “그게 무슨 뜻이냐, 박 원장과 보도 날짜를 상의했다는 뜻이냐”라고 다시 확인했었어야 했다. 만일 그렇게 다시 물었다면 조씨가 스스로 발언을 수정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 앵커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오히려 앵커가 먼저 판단하고 자신이 먼저 나서서 조씨 발언을 수습해줬다. SBS 프라임 타임 메인뉴스를 진행하는 앵커가 박지원 국정원장과 그와 친밀하다는 조씨를 먼저 나서 보호해야 할 이유라도 있나? 누가 보더라도 명백한 보도 공정성 위반 아닌가. 조성은 씨의 고발 사주 의혹제기 사건으로 온 언론이 떠들썩하지만 SBS 앵커의 이 심각한 발언에 대한 지적은 아직 필자 눈에 띄지 않는다.

    작년 연말 KBS에서 아나운서가 뉴스 보도에서 정부여당에 부담이 되는 내용을 임의로 삭제하거나 고치고 야당 주장도 왜곡해 방송한 것이 크게 문제가 된 일이 있다. 예컨대 이용구 당시 법무차관의 택시기사 폭행 사건을 보도하던 중 야당 의원의 ‘주장’을 ‘트집잡아 거북할 만큼 따진다’는 ‘힐난’으로 단어를 고쳐 보도한 것이나 ‘택시기사는 술 취한 승객이 행패를 부린다는 취지로 경찰에 신고했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이 차관의 신분을 확인한 뒤 추후 조사하기로 하고 돌려보냈습니다’라는 핵심 내용을 삭제 후 방송한 것 등이 노조에 발각되어 방송법 위반혐의로 검찰에 고발당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그런데 SBS 기자 출신 앵커는 어찌보면 그보다 더 심각한 방송법 위반 혐의가 있는데도 별다른 지적이 없다. 어처구니없다. 필자는 SBS 사측과 노조 그리고 시민단체와 야당도 이 문제를 꼭 짚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SBS 메인뉴스 앵커가 특정 진영에 복무한다고 의심해도 이상하지 않은 심각한 사안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