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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성 칼럼]중대본 방역지침은 헌법의 죄형법정주의에 위반된다

행정규칙에 불과한 지침으로 국민의 자유와 권리 침해… 법치주의 구멍

김학성 강원대 로스쿨 명예교수·헌법학회 고문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입력 2021-09-16 14:44 | 수정 2021-09-17 10:22

▲ 김학성 강원대 로스쿨 명예교수·헌법학회 고문.

중대본이 발표한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방역‘지침’을 보면, 결혼식과 장례식은 50명 미만, 돌잔치는 16명, 상견례는 8인까지 허용, 학술행사는 50명 미만, 종교시설은 10명 또는 99명까지 허용하며, 사적 모임은 주간 4명, 야간 2명이다. 중대본의 방역지침은 내용도 문제지만 법적 형식이 헌법에 위반된다. 

헌법은 자유와 권리를 제한할 때 법률로 하도록 했고, 부득이한 경우 법규명령인 대통령령으로 하게 했는데, 행정기관 내부를 규율하는 행정규칙에 불과한 ‘지침’(시·도는 ’고시‘로 정함’, 이하 지침)으로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마구 휘저으면서 침해까지 한다. ‘법적 형식’도 위헌이고 ‘방역 시간, 장소, 방법’에 대한 제한내용도 합리성이 없다. 대한민국의 ‘법치주의’ 한가운데가 뻥 뚫려 있는 헌정 상황이다. 

공권력 과잉 행사 일상화

결혼식은 왜 50명이고 돌잔치는 16명인지, 사적 모임은 왜 ‘주간 4인, 야간 2인’인지에 대한 정확한 근거를 제시하지 않으니 이해하기 어렵다. 시간도 9시나 10시로 제한을 마구잡이로 설정한다. 그러면서 헬스장의 러닝머신의 속도제한과 같이 방법까지 제한한다. 웃음만 나온다. 공권력의 과잉 행사가 일상화됐는데 국민은 그런가 보다 한다. 만일 7인 가족이 식사하려면 나눠 앉는 것은 물론이지만 식당에 들어가기 전부터 서로 모르는 관계인 척해야 한다. 거짓과 위장을 조장한다. 국민의 일반적 행동 자유, 집회의 자유, 신앙의 자유, 영업의 자유가 공권력에 의해 마구 짓밟히고 있다.  

영업장소에서 확진자가 발생하거나 거쳐 갔다면 필요 최소한의 소독 조치를 하고 영업을 하게 하면 그만인데, 자영업자가 무슨 죄인이라도 되듯 다룬다. 여수의 치킨집 사장과 서울의 맥줏집 사장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 가슴이 먹먹하고 마음이 아리다. 자살이라기보다는 ‘죽임’이다. 최근 자영업자가 방역 수칙의 개선을 요구하는 차량 시위를 했는데, 정부는 이를 금지하면서 감염병 확산을 주도한다는 이유로 주모자를 구속하려 한다. 헌법의 기본권은 휴지가 되어 버렸다. 

감염병예방법(이하, 예방법) 제49조 제1항 제2호는 질병관리청장, 시·도지사, 시·군·구장은 감염병 예방을 위해 ‘여러 사람의 집합을 제한하거나 금지’할 수 있도록 했고, 예방법 제80조 제7호는 이 제한을 위반한 때에는 3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예방법은 막연하게 여러 사람의 집합을 제한하거나 금지할 수 있다고만 할 뿐, ‘어떤 경우’에 ‘무엇을 대상’으로, ‘어느 정도’ 제한할 수 있는가에 관해 아무런 언급이 없다. 위 예방법 제49조는 헌법 제37조 제2항의 법률유보의 원칙과 포괄적 위임을 금지하는 헌법 제75조에 위반된다. 동시에 헌법 제13조의 죄형법정주의에도 위반된다.    

죄형법정주의란 ‘죄와 벌’은 사전에 ‘법률’로 규정되어야 한다는 것으로, 우리 헌법은 물론 문명국가 모든 나라에서 채용하고 있는 헌법원리이다. 어떤 행위가 죄가 되는지, 죄가 되더라도 어느 정도의 벌을 받을 것인가는 사전에 법률로 정해져야 한다. 죄와 벌을 법률로 사전에 정하지 않으면, 국민의 신체가 부당한 국가 형벌권에 의해 침해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감염병예방법 49조, 죄형법정주의 대원칙 위반

‘범죄와 형벌’은 ‘법률’로 정해져야 하나 이를 모두 법률로 규율하는 것이 불가능하기에 하위법인 대통령령 등의 ‘법규명령’에 위임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명령에 의한 처벌을 허용하더라도, 위임하는 ‘근거 법률’에 ‘구성요건, 형벌의 종류, 형벌의 상한과 폭’에 관한 명확한 기준이 제시되어야 한다. 헌법재판소의 확립된 판례의 입장이다. 그런데 위 예방법은 여러 사람의 집합을 제한 금지할 수 있다고만 규정하고 있어, 어느 경우에 어느 정도로 집합을 제한 또는 금지할 수 있는가의 ‘대강’조차도 언급하고 있지 않다. 그러면서도 대통령령에 위임하지 않고 바로 ‘행정규칙’에 위임하고 있다. 예방법 제49조는 범죄 여부를 법률로 정하거나 법률로 위임된 법규명령으로 규율해야 하는 죄형법정주의의 대원칙에 정면 위반된다.    

좀 어려운 부분이지만, 법률이 ‘직접’ 행정규칙에 그 내용을 위임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헌법재판소도 행정규칙에 직접 위임이 가능하다고 하면서, 조세감면의 대상이 되는 ‘업종의 분류’를 통계청장에게 맡긴 것을 합헌으로 보았다. 그러나 조세감면대상이 되는 ‘업종의 분류’와 같은 내용은 행정규칙에 위임이 가능할 수 있지만, ‘죄와 벌’의 문제를 행정규칙에 위임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 만일 위임한다면 죄형‘법정주의’에 명백히 위반된다. 예방법 제정 시 죄형법정주의 위반 문제가 지적되지 않았다면 무능이며, 지적이 있음에도 강행했다면 오만이요 인권 경시다.    

정리해보면, 질병본부가 행정규칙으로 자유와 권리를 제한하는 것은 첫째, 자유와 권리 제한을 ‘법률’로 하라는 헌법 제37조 제2항에 정면 배치되며, 모든 야외 모임, 활동, 예배, 집회를 ‘일절’ 금하는 것은 일반적 행동 자유나 종교의 자유, 집회의 자유의 ‘본질을 침해’하는 것으로 이 또한 헌법에 어긋난다. 마스크를 쓰고 거리두기를 하는 한 어떠한 야외 모임, 활동, 예배, 집회도 금지될 수 없다. 

정부, 법치국가원리 외면

둘째 범죄의 성립 여부는 법률이나 법률의 구체적이고 엄격하게 위임된 법규명령에 의해야 하는데 ‘행정규칙’으로 정하도록 한 것은 죄형법정주의에 위반된다. 자신의 행위가 왜 죄가 되는 가는 ‘명확’하게 규정된 ‘법률’로 규율해야 한다. 중대본 지침으로 이를 규율할 수 없다. 위헌인 지침이지만, 위 지침은 야외에서 모임, 활동, 집회는 무조건 안 된다고 할 뿐, ‘가능한’ 모임, 활동, 집회의 구체적이고 명확한 기준도 없다. 

셋째, 예방법 제49조는 제한 또는 금지만 언급할 뿐, 어떤 내용이 어느 영역에서 어느 정도로 제한되는가를 전혀 예측할 수 없도록 포괄적 위임을 하고 있어 헌법 제75조에도 위반된다. 

정부가 코로나19의 확산을 막기 위해 애쓰고 있는 것은 맞다. 그러나 그 방법이 ‘법의 테두리’ 내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법치국가원리는 우리 헌법의 생명인데, 지금 정부의 조치는 헌법의 법치국가원리의 최소한의 요구사항을 외면하고 있다. 국가는 내용도 형식도 위헌적인 공권력 행사를 중단해야 한다. 예방법의 위헌요소를 제거하고 규율 내용 중 자유의 본질을 침해하는 부분을 즉각 시정해야 한다. 부당하고 불합리하며 지나친 방역은 예방이 아니라 힘의 강제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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