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로 드러난 검언유착 의혹 보도, 깨끗하게 사과하는 게 도리
  • ▲ 박성제 MBC 사장. ⓒMBC / 연합뉴스 제공
    ▲ 박성제 MBC 사장. ⓒMBC / 연합뉴스 제공
    MBC 박성제 사장이 소위 검언유착 의혹은 허구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얼마 전 방문진(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 약칭) 이사회에 참석한 자리에서 관련 질문을 받자 그는 “(이 전 기자 등에 대한) 우리 보도엔 전혀 문제가 없다”며 “무죄 판결이 났다고 해서 검언유착 의혹이 허구로 드러난 게 아니다. 아닌데 일부 언론이 몰아가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이미 많은 언론이 보도했듯 법원은 “이 전 기자의 언행만으로는 검찰과의 유착 가능성을 의심하기 어렵다”며 검언유착 의혹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다. 쉽게 말해 검언유착 의혹이란 사건 자체가 허구라는 것이다. 박성제 사장은 이러한 법원 판단을 거부했다. 공영방송 언론사 사장의 현실인식이 과연 맞는지 눈과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발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그렇다면 이 사건이 허구라는 취지의 법원 재판 결과나 앞으로의 진행과정과 별개로 박 사장 본인이 왜 법원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는지 명확히 근거를 밝혀야 한다고 본다. 개인으로든 MBC보도로든 그래야할 책임이 있다.

    왜냐하면 박 사장은 MBC가 이 사건을 보도하면서부터 취재기자만큼 의혹 확산에 열을 올렸던 당사자이자 현재도 자기주장을 굽히지 않는 ‘검언유착 의혹 호소인’이기 때문이다.

    박 사장은 본인 SNS에서 <한동훈 공모 없었나?…권언유착 주장 의도는>와 같은 기사를 공유하기도 했다. 더군다나 박 사장은 일개 사인이 아닌 공영방송 대표이사 아닌가. 공영방송 사장이 법원 판결까지 난 특정 사건에 대해 전혀 다른 주장을 굽히지 않는다면 많은 국민은 의아할 수밖에 없다. 도대체 무슨 근거로 공영방송 사장이 법원 판단과 전혀 다른 말을 하는 것일까, 하고 말이다.

    박 사장은 작년 8월 시민단체 미디어연대가 박 사장을 포함한 임직원들을 고발(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와 허위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 등)했을 때 “이동재-한동훈 검언유착 의혹에 대한 MBC 보도가 마치 정치적 공작에 의한 것처럼 호도하는 일부 언론이 있다”며 “MBC는 엄정한 취재윤리를 준수하면서 투명하고 정확하게 팩트 위주로 보도했다” “심지어 이 사건을 처음 보도한 장인수 기자는 검찰에 두 번이나 불려나가 보도 경위에 대해 조사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검언유착 의혹 보도, 되치기 하거나 망하거나


    하지만 엄정한 취재윤리를 준수했다는 박 사장 말과 달리 MBC는 제보자X와 짜고 함정취재를 한 사실이 드러났다. 취재원을 기만하는 함정취재 역시 언론윤리강령 원칙과 취재보도의 준칙을 벗어난 행위라는 걸 박 사장 본인이 누구보다 잘 알 것이다.

    또 정확하게 팩트 위주로 보도했다는 주장도 법원 재판 과정에서 사실과 거리가 멀다는 게 드러났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비위자료를 내놓으라고 이철 측을 협박했다는 이동재 기자의 강요와 협박 자체가 존재하지도 않는 거짓으로 드러났으니 더 할 말이 뭐가 있나.

    사건을 처음 보도한 MBC 기자는 이제 변명이랍시고 ‘검언유착 의혹이라고 했지 검언유착이라고 단정하지 않았다’고 발뺌하고 있다. 이제와 오리발 내미는 취재기자의 이러한 반응은, 아직 드러나지 않았을 뿐 여전히 검언유착 의혹이 존재하는 것처럼 주장하는 박 사장과도 또 결이 달라 보인다.

    당사자인 취재기자조차 궁색한 변명을 하기 바쁜데 박 사장은 무슨 이유로 여전히 의혹의 실체가 있는 것처럼 고집을 부리는 것일까. 집권세력이 총동원됐지만 실패한 ‘검언유착 프레임’에 뒤를 이어 또 다른 어떤 프레임이 등장할 것이라는 예고의 의미일까.

    박 사장 주장의 정확한 진의는 모르겠지만 어찌됐든 검찰이 항소한 이상 앞으로 재판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그 과정에서 MBC와 집권세력 간 ‘권언유착’ 의혹이 오히려 새로운 쟁점으로  등장할 수도 있다. 이미 이동재 기자와 한동훈 검사 측이 이 의혹을 집중적으로 제기하고 있지 않나. 법원 판결을 부정하는 박 사장 발언으로 보아 MBC는 앞으로도 검언유착 의혹을 계속 취재 보도할 것으로 보인다.

    필자는 박 사장이 관련 보도를 계속해주기 바란다. 그래서 본인 주장을 사실로 증명해줬으면 좋겠다. 그래야 “조국 지지 집회 딱 보니 100만명(재작년 서초동 집회 때)” “(광화문 집회 세력은) 약간 맛이 간 사람들”이라는 말로 국민 뇌리에 박힌 ‘MBC 사장은 약간 맛이 간 사람’이라는 오해가 조금이라도 풀리지 않겠는가.

    안 그래도 도쿄올림픽 개회식 막장 삼류중계로 세계에 국가적 망신을 단단히 시킨 MBC에 많은 국민이 화가 잔뜩 나 있다. 노파심에서 글을 맺기 전 진심으로 당부 하나 하자. 검언유착 의혹 되치기 할 자신 없으면 그냥 깨끗하게 사과하고 국민에게 용서를 구해라. 지금이라도 브레이크를 걸면 최소한 파국은 면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