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청 부동산정책 '엇박자'… ‘정권심판론’ 확산하자, 민주당 위기감
  • ▲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 ⓒ뉴시스
    ▲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 ⓒ뉴시스

    문재인 정부가 이번주 안에 경기도 수원·용인·성남(수·용·성) 등 최근 집값이 폭등한 수도권지역을 대상으로 구체적 규제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총선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며 반대했지만,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정한 방침이 확정돼 당·청 간 갈등이 심화할 조짐이다.

    국토부 산하 주거정책심의위원회는 곧 조정대상지역 지정을 위한 심의에 들어가 이르면 20일, 늦어도 21일 수·용·성지역을 포함한 대출규제안을 공개할 계획이다.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이 각각 60%, 50% 이상으로 하향조정된다는 내용이다. 규제지역은 경기 남부 외에 '풍선효과'가 보이는 수도권 전역으로 확장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민생문제가 여당심판론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총력을 다해온 민주당 지도부로서는 부동산 이슈는 피하고 싶은 주제다. 앞서 지난 14일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너무 성급하다. 정부가 너무 앞서서 얘기를 꺼낸다"는 취지로 수도권 부동산 추가 규제에 불만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수·용·성 13개 지역구 가운데 9곳의 현역 의원이 표심 이탈 우려를 전달했기 때문이다.

    靑 '투기와 전쟁' 불사… 與는 민심 걱정

    그럼에도 정부가 부동산 규제 강화에 드라이브를 건 것은 ‘부동산 투기와 전쟁’을 선언한 문재인 대통령의 입김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은 지난달 문 대통령의 '전쟁 불사' 신년사 발언 이후 '부동산거래허가제'까지 꺼내들며 거들었다. 

    강 수석의 발언은 정부의 확고한 의지를 보여준 효과는 있었지만, 지나친 발언이라는 논란이 불거지자 이해찬 대표가 "당과 전혀 협의한 적도 없었고, 허가제 자체는 강한 국가통제 방식이기 때문에 시장경제에는 적절치 않다"고 대신 진화했다.

    서울과 수도권 일부지역 여당 의원들의 모임 ‘험지쓰’는 지난해 12월 정부가 내놓은 부동산대책을 고쳐 실수요자의 대출규제를 완화하고 세금부담도 낮춰야 한다는 의견을 당에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정식 민주당 정책위 의장은 17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의원들이 현장에서 선의의 피해자들로부터 안타까운 얘기들도 듣고 있는 것 같다"면서도 "12·16부동산대책의 기본 틀은 일단 견고하게 유지한다는 것이 기본적인 방향"이라고 밝혔다.

    진중권 "與 의원들, 극성 친문 때문에 쓴소리 못해"

    청와대의 독주에도 민주당이 제대로 반기를 들지 못하고 시늉만 하는 이유는 극성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의 집단행동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18일 페이스북을 통해 "문제의식을 가진 극소수의 의원들마저 괜히 쓴소리 했다가는 극성스런 친문 지지자들에게 '양념'당할까 두려워 말을 못한다"며 "잘못된 부분을 지적하면 바로 적으로 몰아버린다"고 꼬집었다.

    진 전 교수는 "청와대에서 조국 임명을 강행했던 윤건영, 대통령에게 대국민 사과를 하게 한 중대한 정치적 실수를 하고도 책임지고 물러나는 게 아니라 외려 국회의원으로 영전하지 않느냐"며 "실수를 아예 실수로 여기지 않기 때문이다. 갑갑한 상황"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아울러 청와대가 부작용을 고려하지 않고 투기규제만 외치는 것은 '당사자들이 이미 투기로 볼 이익을 다 봤으니 부동산 대출이 어려워져도 상관없는 상황'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지난달 기준 청와대 전·현직 고위공직자 76명 중 65명의 아파트·오피스텔 관련 재산은 약 3년간 1인당 평균 3억2000만원 증가했다. 이 중 상위 10명은 1인당 평균 10억원이 늘었다.

    이미 이익 챙긴 靑 참모들… 심재철 "'억 소리' 시세차익 올려"

    심재철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는 19일 국회 교섭단체대표 연설에서 "부동산정책 실패는 이 정권의 무능과 실정의 결정체"라며 "그럼에도 청와대 대변인을 비롯한 이 정권 주요 실세들은 부동산으로 '억 소리' 나는 시세차익을 올렸다"고 꼬집었다.

    심 원내대표는 "정부가 부동산을 잡겠다며 18번이나 대책을 발표했지만, 결과는 가격폭등과 거래절벽뿐"이라며 "부동산대책도 수요와 공급의 원리에 충실해야 한다. 공급은 하지 않고 수요만 틀어막아서는 절대 집값을 안정시킬 수 없다"고 강조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도 이날 "문재인 대통령과 여당은 경제위기에 따른 민심이반과 함께 각종 독선과 오만으로 민심이 변하고 있는 현실을 엄중히 받아들여야 한다"며 "독선과 오만의 행보를 계속한다면 이번 총선에서 국민의 준엄한 심판을 받게 될 것임을 깨달아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