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리 이어 구하라까지, 유명 연예인 잇따라… "악플 근절" 여론에도 정부는 묵묵부답
  • ▲ 걸그룹 카라 출신 가수 구하라. ⓒ뉴데일리 DB
    ▲ 걸그룹 카라 출신 가수 구하라. ⓒ뉴데일리 DB
    악플에 시달리다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연예인들의 사례가 늘어나면서 이른바 '설리법(악플방지법)' 도입 여론이 커지고 있다. 차별이나 혐오적 표현이 들어간 게시물이나 댓글 등을 플랫폼 사업자가 삭제할 수 있도록 하거나 댓글을 남기는 아이디의 풀네임과 IP를 공개해 온라인 댓글의 책임성을 부여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다만 이미 국회에 악플방지법 여러 건이 발의됐음에도 계류 중인 데다 인터넷실명제가 헌법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이유로 위헌 결정이 났던 만큼 실질적으로 법률을 도입되는 데에는 상당한 진통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25일 강남경찰서에 따르면 걸그룹 카라 출신 가수 구하라(28)는 전날 오후 6시 9분께 서울 강남구 청담동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현장에서 구하라가 신변을 비관하는 내용의 메모를 남긴 점과 외부 침입 흔적이 없다는 점을 들어 사건에 범죄 혐의점이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연예인의 극단적 선택 소식이 들려온 것은 지난달 14일 구하라의 동료이자 친한 친구이기도 했던 걸그룹 에프엑스 출신의 가수 겸 배우 설리(25·본명 최진리)의 사망 이후 불과 한달 여만이다.

    구하라와 설리는 악플에 시달렸다는 공통점이 있다. 구하라는 지난해 9월부터 전 남자친구 최종범(28)씨와 불법 촬영 및 폭행, 협박 등 의혹 등을 둘러싸고 법정 공방을 벌였다. 이어 안검하수 수술로 성형 논란에도 휩싸이며 악플 세례를 받았다. 구하라는 지난 6월에는 악플러를 향해 "제 정신건강을 위해서라도 앞으로 악플 선처 없다"며 강경대응 방침을 선언하기도 했지만 악플은 줄어들지 않았다.

    인터넷준실명제 등 악플방지법 발의됐지만 계류

    짧은 시간에 유명 연예인의 비보가 잇따라 전해지면서 악플방지법을 도입해야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미 국회에도 악플을 방지하는 내용의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보통신망법)' 개정안 여러건이 발의됐지만 계류 중이다.

    박대출 자유한국당 의원은 설리의 극단적 선택 이후 지난달 25일 인터넷준실명제를 골자로 하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박 의원의 개정안은 댓글 아이디의 풀네임과 IP를 공개해 온라인 댓글의 책임성을 강화하고 처벌 강화를 통해 가짜뉴스나 허위 사실 등 댓글 부정행위를 개선하는 것을 내용이 포함됐다. 박선숙 바른미래당 의원도 지난달 25일 정보통신망법 일부 개정안을 대표발의 했다. 해당 개정안은 포털 등 정보통신서비스 이용자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차별·혐오 표현을 발견할 경우 사업자에게 해당 내용을 삭제하도록 요청할 수 있도록 했다.

    과방위 소속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 2017년 10월 개정안은 이용자·매출액이 일정 규모 이상인 사이트 운영자에게 불법정보 감시 의무를 부여하고 이를 어기면 과징금 등을 부과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언주 무소속 의원도 지난해 4월 처벌 수위를 높인 개정안을 냈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지난 5월 '불법정보'의 정의를 확대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했다. 기존 불법정보 범위에 '성별·나이·지역·피부색·장애 등을 이유로 한 비방이나 조롱, 욕설의 내용'과 '폭력·살인·테러 등 사회규범이나 질서를 위협하는 반사회적 범죄를 조장·방조하는 정보'를 포함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악플 근절해야" 여론 확산

    이들 법안에 대한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심사는 지지부진한 상태다. 김성태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지난 2017년 11월 법안심사소위원회에는 보내졌지만 2년여가 지나도록 심사가 진행되지 않았다. 이언주 의원과 하태경 의원의 개정안 역시 심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심사가 늦어지는 이유에는 이들 법안이 헌법이 명시한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킨다는 주장이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 2007년 도입된 '인터넷 실명제'는 2012년 헌법재판소가 위헌 결정을 내리면서 5년 만에 폐지됐다. 헌재는 "인터넷 실명제가 표현의 자유·개인정보 자기 결정권·언론의 자유 등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인터넷 실명제 시행 이후 불법 게시물이 의미 있게 감소하지 않았다"고 위헌 결정 사유를 밝혔다.

    그러나 이 같은 헌재의 결정에도 악플을 근절해야한다는 여론은 확산하고 있다. 구하라의 비보가 전해진 지난 2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사이버 범죄 및 악플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주길 바란다"는 국민청원이 올라왔다. 이 청원은 하루만에 2만2000여명의 공감을 받았다. 청원자는 "악플은 더는 방치해서는 안 되는 문제이며, 이는 법적으로 강력하게 처벌해 재발의 싹을 잘라내야 한다"면서 "언제까지고 악플과 비난에서 버티고 있을 수만은 없다"고 썼다.

    일각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우파 시민단체나 유튜버들에게는 노란딱지 등을 붙이며 탄압하는 등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면서도 사회적 문제로 비화하고 있는 악플에 대해서는 입을 닫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우파 유튜브 등과 관련해서는 '가짜뉴스'라고 매도하며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있는 것이 현재 문재인 정부"라면서 "본인들에게 비판적이나거나 하면 규제를 하고 문제를 제기하면서 악플 등 커다란 사회문제가 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입을 닫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