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간담회 영상 올리며 황교안 비판은 다 잘라내…"脫문재인을 한국 지지로 착각" 비판
  • ▲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난 19일 오후 서울 마포구 홍대 한 카페에서 열린 '청년 곱하기x 비전 더하기+' 행사에 참석해 청년정책비전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난 19일 오후 서울 마포구 홍대 한 카페에서 열린 '청년 곱하기x 비전 더하기+' 행사에 참석해 청년정책비전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 19일 자유한국당이 개최한 청년간담회에서 황교안 대표를 향해 쏟아졌던 청년들의 비판이 당의 공식 유튜브 채널인 '오른 소리'에서 통편집됐다. 행사에 참석했던 청년들은 "시간낭비만 했다"며 씁쓸해 했다. 일각에서는 "청년세대의 ‘탈문재인’을 한국당 지지로 착각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한국당의 '청년×곱하기 비전+더하기' 행사에서 청년들은 황 대표를 앞에 두고 거침 없이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한 청년은 "청년들의 목소리를 듣겠다면서 오후 2시에 행사를 열면 사회생활하는 청년은 오지 말라는 것이냐"며 "기본적인 디테일도 개선되지 않는데 어떻게 청년 목소리를 듣느냐"고 지적했다. 청년의 지적처럼 이날 행사는 오후 2시에 시작됐다. 

    한 대학생은 "한국당 하면 '노땅'정당이라는 이야기가 많다"며 "청년들이 설 자리를 당에서 마련해주고 있느냐"며 날을 세웠다. 또 다른 대학생은 "'샤이 보수'가 아니라 '셰임 보수'라고 한다"며 "보수라고 말하는 것 자체에 수치심이 든다. 민주당은 황희두 씨가 총선기획단에 참여하는데 한국당도 그런 노력을 부탁드린다"며 변화를 촉구했다. 황 대표는 "노력하는 정당이 되겠다"고 했지만, 이후 개별 질문을 받지 않았다. 취재진의 질문도 받지 않고 자리를 떴다.

    '노땅'정당·셰임보수… 비판 목소리는 영상서 '통편집'

    더 큰 문제는 한국당의 공식 유튜브 채널인 '오른 소리'에서 이러한 청년들의 비판이 '통편집'됐다는 것이다. 이 영상은 행사 당일 35분 안팎 분량으로 편집돼 공개됐다. 실제로 75분가량 진행된 간담회를 절반으로 줄여 편집하면서 청년들의 발언은 2분 안팎만 소화했다. 그나마 문재인 정부와 전교조 등을 비판하는 내용이었다. 영상은 황 대표의 정책 발표, 그리고 정용기 정책위 의장과 신보라 의원의 인사말 등에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했다.

    행사에 참석했던 한 청년은 실망을 감추지 않았다. 대학생 A씨는 본지와 통화에서 "영상에서 청년들의 목소리보다 높으신 분들 말씀만 나오는 것을 보고 실망이 크다"며 "영상을 그대로 내보내기만 해도 아무 말도 없을 텐데, 비판한 영상만 슬쩍 걷어낸 것을 보고 무의미한 행사에 시간만 낭비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불편한 감정을 드러냈다. 영상에는 "이러면서 문재인한테 쇼 한다고 했느냐" "이렇게 영상까지 잘라내니 내가 보수라고 말하지 못하는 것"이라는 글들이 달렸다.

    한국당은 의도적인 누락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이창수 한국당 대변인은 "그날 행사 내용을 전달하는 것으로 편집된 것으로 안다. 의도적 편집은 아니다"라며 "당시 분위기는 화기애애했고, 라이브로도 방송됐다. 청년들의 쓴소리가 아프기도 했지만, 피부에 와닿는 말씀을 많이 해주셨다"고 말했다.

    "한국당 헛다리 짚어…소통 자신없다면 공약경쟁 하라"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한국당이 헛다리를 짚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한국당이 2030세대가 탈문재인으로 보수화됐다고 자유한국당 지지로 돌아선 것으로 착각하고 소통 창구를 열었는데 의외에 쓴소리가 나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쓴소리가 나오면 이후 대처도 중요한데, 한국당이 관리를 전혀 못한다”며 "소통에 자신이 없다면 차라리 민주당처럼 청년세대를 향한 공약경쟁을 하는 것이 더 나을 것"이라고 충고했다.

    민주당은 ‘청년 전략공천’까지 생각하는데...

    민주당은 실제로 청년들의 표심을 얻기 위해 '청년 권역별 전략공천'까지 추진한다. 민주당 총선기획단은 20~30대 청년정치인을 서울·제주, 경기·인천, 충청·강원, 호남, 영남 6개 권역에 한 명씩 민주당 우세지역에 공천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총선기획단 관계자는 통화에서 "청년들이 국회에 입성해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다양한 논의를 하는 과정에서 하나의 안으로 나온 것"이라면서도 "험지보다 우세지역에서 청치초년생인 청년들이 국회에 입성할 수 있도록 당에서 배려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검토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5일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가 청년 지방의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내년 총선에서 전략적 거점을 청년들에게 비워주는 흐름이 형성될 것"이라고 한 것과 일맥상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