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앞에서 시작… '밤 10시 제한' 뒤늦게 알고 국회로 옮겨…시간도 2시, 3시 오락가락
  • ▲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20일 오후 청와대 앞 분수대광장에서 문재인 정부의 총체적 국정실패와 관련해 무기한 단식 투쟁에 들어갔다. ⓒ정상윤 기자
    ▲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20일 오후 청와대 앞 분수대광장에서 문재인 정부의 총체적 국정실패와 관련해 무기한 단식 투쟁에 들어갔다. ⓒ정상윤 기자
    ‘갑자기? 왜?’

    20일 시작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단식농성에 대한 정치권의 대체적 반응이다. 황 대표는 “문재인 정부의 총체적 국정 실패에 대한 책임을 묻고 국정 대전환을 촉구하겠다”고 했지만, ‘뜬금없다’는 반응이 나온다. 단식 시간‧장소와 관련해 당 관계자들이 우왕좌왕하는 모습까지 보이며 긁어 부스럼인 상황까지 연출됐다. 

    황 대표는 이날 오후 3시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지소미아 폐기‧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선거법 개정안에 대한 반대 입장이 관철될 때까지 무기한 단식을 이어가겠다”는 취지를 알렸다. 

    한국당 대표가 단식농성에 나선 것은 2003년 최병렬 당시 한나라당(한국당 전신) 대표에 이어 16년 만이다. 공수처‧선거법 개정안의 본회의 부의를 코앞에 둔 상황에서 당내 대여투쟁력을 최고조로 끌어올리고, 보수통합 논의가 오가고 있는 범야권 내에 ‘반문(反文)’ 분위기를 굳히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황 대표는 나름의 돌파구로 ‘혹한기 단식농성’이라는 초강수를 뒀지만, 정치권은 냉소적인 입장이다. 최근 김세연 한국당 의원의 용퇴 요구에 이렇다할 답변을 내놓지 못해 리더십‧결단력 부재 논란이 일자, 조급함에서 나온 결정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시작했는데... 국회로 옮기는 ‘웃픈’ 상황 연출   

    그나마도 시기‧장소가 주먹구구식으로 변경되는 해프닝도 연출됐다. 당초 이날 황 대표의 단식농성 기자회견은 2시로 예정돼 있었으나 3시로 변경됐고, 농성 장소도 시작은 청와대 앞에서 했지만 국회로 옮겨야 한다. “당초 분수대 앞에서 계획했는데 관계규정을 보니까 오후 10시를 넘어서는 안 되고, 청와대에서도 어려움이 있다고 하니. 법을 어길 순 없었다. 시작은 청와대에서 하고, 부득이하게 국회로 장소를 옮긴다”는 게 박맹우 한국당 사무총장의 설명이다. 

    이에 대해 보수야당 내에서도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대여투쟁의 전략은 부재하고, 그나마도 시기‧방법 등에서 미숙함을 보여 해프닝만 연출했다는 지적이다.

    “집회‧삭발‧단식 외엔 투쟁 방법 없나?” 비판도

    한국당의 한 관계자는 “구태 정치로 보일 수 있는 대여투쟁 방법이다. 집회‧삭발‧단식 외 뚜렷한 대안이 없다”며 “한국당의 지지율이 왜 하락세인지 보여주는 단면”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황 대표의 단식농성 장소가 변경된 데 대해서는 “황 대표 참모진의 업무미비로 인해 청와대에 갔다 국회로 돌아오는 촌극이 벌어진 것”이라고 한탄했다. 

    야당의 한 관계자도 “풍찬노숙의 단식이 국민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줄 수 있는지부터 의문”이라며 “인재영입 등으로 흔들리는 리더십 논란을 타개하려는 목적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농성 가능 여부도) 미리 체크하지 않고 메시지부터 내는 것 자체가 당의 의사결정이 즉흥적이고 거칠다는 방증 아니겠냐”고 꼬집었다. 

    황 대표는 지난 1차 인재영입 당시 박찬주 전 육군대장 영입 당시에도 최고위원단과 사전 교감 없이 추진한 것으로 알려져, ‘소통 부재’ ‘리더십 부재’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국당의 한 의원은 ‘황 대표의 단식농성이 적절하다고 보는가’라는 질문에 “대표가 하겠다는데 이렇다 저렇다 말을 하기가…”라며 “이왕에 하신 거니 어쩔 수 있겠나”라며 난감해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