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알 권리' 헌법이 보장한 기본권... 文 정부, 공영방송 장악해 '인민재판·여론재판'
  • ▲ 이헌 변호사(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 공동대표·자유와 법치를 위한 변호사연합 집행위원).ⓒ뉴데일리DB
    ▲ 이헌 변호사(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 공동대표·자유와 법치를 위한 변호사연합 집행위원).ⓒ뉴데일리DB
    지난 3월, "대한민국 대통령이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라는 낯 뜨거운 이야기를 듣지 않게 해주십시요"라는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발언과 이 발언이 인용된 미국 블룸버그통신 기사와 관련해 정치권의 공방이 거셌다. 필자는 이 칼럼에 "나도 문 대통령이 김정은의 수석대변인이라고 생각한다"는 취지의 글을 기고했고, 유튜브방송 ‘신의 한수’에 출연해 동일한 취지로 방송했다. 서울외신기자클럽은 더불어민주당이 ‘매국’이라고 표현한 논평에 대해 "기자 개인 신변에 위협이 된다. 각 당의 정치인들에게 언론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존중할 것을 촉구한다"며 논평 철회를 요구하기도 했다.

    당시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언급한 국가원수모독죄는, 6월 항쟁 이후의 민주화 목소리에 따라 이 대표가 초선의원이던 1988년 여야합의로 삭제됐다. 헌법재판소는 2015년 10월 "자유로운 비판과 참여를 보장하는 민주주의 정신에 위배된다"며 위헌결정을 했다(2013헌가20).

    지난해 대법원은 "공적인 존재의 정치적 이념에 대한 의문이나 의혹에 대해서는 광범위한 문제제기가 허용돼야 한다"며 이정희 전 국회의원에 대한 ‘종북주사파’라는 표현에 대해 토론자가 대리한 <뉴데일리> 등의 명예훼손죄 책임을 부정했다(2014다61654).

    박근혜 대통령 인격모독 발언 서슴치 않았던 '그들'

    나 원내대표의 발언은 국가원수모독죄로 처벌할 수 없을 뿐더러, 대통령과 같은 최고 공적 존재의 대북적 입장과 이에 대한 국제사회 평가는 국가 운명과 국민의 평화적 생존권을 결정하는 중차대한 사안이어서 이에 관한 표현의 자유는 폭넓게 인정돼야 마땅하다. 최근 문 대통령의 현충일 추념사 ‘김원봉 애국’ 발언에 대한 차명진 전 의원의 ‘빨갱이’ 발언도 종전의 사법적 판단과는 다른 상당한 법적 논란이 제기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가 기억하듯이, 문재인 정부의 상당수 인사들은 박근혜 정부 시절 박 대통령을 인격적으로 비하하고 모독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그들은 이명박 정부 시절 필자가 위원으로 참여한 국회 미디어발전위원회에서 대다수 일반 국민이 찬성하는 사이버모욕죄의 신설에 관해 대통령에 대한 비판에 재갈을 물리는 것이라고 극렬 반대하며 입법을 저지했던 당사자들이다.

    그들은 참여정부 시절 신문의 방송 겸업을 금지하거나 신문을 시장지배사업자로 규제하는 신문법 입법이나 정부기관의 기자실 통폐합 등으로 언론기관의 자유 침해 논란을 야기하기도 했다. 신문법과 기자실 통폐합 관련 헌법소원의 대리인으로 참여한 필자는 문 정부 측 인사들이 야당 시절에는 표현의 자유를 강조하고, 여당 시절에는 자신들에게 비판적 언론에 대해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려는 이중성을 드러냈다고 생각한다.

    얼마 전 필자를 공공기관장에서 해임시켰던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기자의 질문을 받지 않겠다고 해 '기자 없는 기자회견'을 했던 일이나, 문 대통령 부부의 납득 못할 해외순방 일정에 대해 '김정숙 여사의 버킷리스트'라는 제목의 중앙일보 칼럼에 대해 청와대가 이례적으로 칼럼 내용의 정정을 엄중 요청했던 일도 자신들에게 비판적 국민들의 표현의 자유, 언론의 자유를 억압하려는 문 정부 측 이중성의 현 주소이다.

    강효상 한국당 의원이 주미대사관 외교관을 통해 알게 된 문재인 대통령과 미국 트럼프 대통령 간의 통화 내용을 국회 기자회견에서 공개한 것을 두고 "외교상 기밀누설이냐, 국민의 알 권리이냐"는 정치권의 논란이 있었다. 민주당 측은 강 의원을 형법 제113조 외교상의기밀누설죄로 고발했다. 문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외교기밀을 국민의 알 권리 등으로 비호·두둔하는 정당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기본과 상식을 지켜달라"고 했다. 5·18 기념행사의 ‘독재자의 후예’ 공세에 이어 야당을 직접 겨냥한 정치적 발언 공세를 이어나갔다.

    국민의 알 권리는 국민이 정부에 대한 일반적 정보공개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다. 국민주권주의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기본원리로 하는 우리 헌법의 해석상 당연히 인정되는 권리다. 알 권리는 자유롭고 풍부한 정보의 수집에 의한 책임있는 여론의 형성이라는 민주주의의 기능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알 권리는 미국의 베트남전쟁 개입에 관한 1급 비밀문서의 언론보도 사례 등과 같이 국가기밀이나 국가 이익과의 관계에서 어떻게 제한되는지에 관한 심각한 문제로 제기됐고 발전됐다. 국가기밀에 대한 1차적 결정권은 정부에게 있으나, 정부가 국민의 알 권리에 유래하는 정보공개의 원칙을 무시하고 일반적으로 정보를 독점하는 것은 민주주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보는 것이 헌법학계의 대체적 중론이다. 문 대통령의 발언 취지가 외교기밀이 국민의 알 권리에 무조건 우선한다는 것이라면, 이는 도리어 기본과 상식에 반하는 발언이 아닐 수 없다.

    야당시절 표현의 자유 강조, 여당 되자 표현·언론자유 억압…文 정부의 이중성

    필자는 세월호 특조위 부위원장으로 재직하면서 국회의 특조위 관련자료 요청과 관련해 이석태 당시 위원장이자 현 헌재 재판관 측과 상당한 갈등을 겪었다. 필자는 국민의 알 권리와 정보공개 원칙에 따라 응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던 반면, 이 위원장 측은 특조위 내부의 상황이 공개될 경우 자신들의 정치적 편향성과 파행적 운영 등이 드러날까 우려해 정보공개를 극구 거부했었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문재인 정부 측 인사들은 국민주권주의와 표현의 자유는 물론이고, 국민의 알 권리를 굉장히 과다하게 강조했다. 하지만 현재 그들의 행태를 보면, 그들이 말하는 국민주권주의와 표현의 자유, 국민의 알 권리는 그들만의 것일 뿐이고 그들과 다른 생각과 입장을 지닌 사람들의 것은 아닌 것으로 인식된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의 고사에서 보듯이, 국민의 말을 막는다고 진실을 덮을 수는 없다. 강효상 의원, 김태우 수사관, 신재민 사무관 사례에 과민 반응을 보인 문재인 정부를 보면, 이 정부는 국민에게 숨길 일이 적지 않고, 이를 알고 있는 공직자의 내부고발도 걱정스러운 듯하다. 최근 삼척항 목선 귀순 사건에서 남북군사합의 이후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다가 들통난 것처럼 언론 보도 후 군 당국이 거짓 발표를 하는 등 정부 차원의 사건 축소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검찰 수사에서 의혹이 하나라도 밝혀지면 의원직 사퇴하겠다던 김정숙 여사 절친 손혜원 무소속 의원은 불구속 기소되자, 검찰 수사가 엉터리라고 말을 바꾸는 거짓된 행태를 보이고 있다. 문 대통령 딸 문다혜의 해외도피 의혹에 대한 청와대 측의 동문서답은 거짓말 의혹과는 다른 차원의 의혹이 제기된다. 이러한 문 정부 측의 거짓말 의혹 등은 국민의 알 권리나 표현의 자유의 핵심인 언론의 자유를 짓밟는 처사이기도 하다.

    문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언론노조가 나서서 정부에 비판적이거나 협조적이지 아니한 공영방송 임·직원들을 ‘정권 부역자’라고 지칭하는 등의 인신모욕을 가하고 치졸한 뒷조사로 몰아낸 후 정부를 지지하거나 협조적인 언론노조 출신 등의 인사들로 하여금 공영방송을 장악했다. 문 정부는 장악한 방송을 이른바 사법농단 등 적폐청산 수사와 재판에 ‘인민재판·여론재판’식으로 동원하고 있고, 이로 인해 5명의 아까운 전현직 공직자 및 대기업 사주가 불행한 결과를 맞게되는 상황을 우리는 목격했다.

    한편 ‘문 대통령의 드루킹 여론조작 사건 관여, 문 대통령 아들의 불법취업 및 딸의 해외도피’ 의혹 등 이 정권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사안이나 ‘치매설·음주설’ 등 국가 최고지도자의 신상과 근황에 대해 합리적 의문을 제기하는 우파 유튜브TV를 ‘가짜 뉴스의 진원지’라며 고발해 겁박하거나, 방송통신위원회의 허위조작정보 규제 등으로 이를 탄압하려는 제도를 끊임없이 모색하고 있다. 돌이켜보면 문 정부의 인사들이 관련된, ‘광우병·세월호·사드·4대강 등 국책사업’ 사태에서 나돌던 ‘온갖 괴담’이 바로 가짜뉴스의 원조일 것이다.

    국민은 생각이나 역사관 표현할 자유도 없나?

    문 정부는 유해사이트라며 인터넷을 차단하거나 5·18 관련 막말을 처벌한다는 입법을 강구하기도 했다. 이는 페미니스트나 특정 지역주민 등 자신의 지지층을 결집해 반대 세력을 억누르려는 조치이고, 일반 국민의 헌법상 행복추구권과 표현의 자유 등 기본권을 억압하려는 헌법위반적 시도이다. 5·18이나 세월호에 대한 작심 발언에 대해 문 정부 측 우호언론이나 시민단체가 막말이라고 해 집단적이고 공세적으로 대응하는 것도 이 범주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자신의 저서에서 "조선의 세도정치로 나라를 망친 노론 세력이 일제강점기에 친일세력이 되고 해방 이후 반공이라는 탈을 쓰고 독재세력이 되면서 기득권 주도세력이 됐다. 이런 구체제와 낡은 질서를 대청소하고 경제교체·시대교체·역사교체를 해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이러한 해묵은 80년대 운동권적 역사관은 지난 3·1절 행사에서 “‘빨갱이’와 ‘색깔론’은 하루빨리 청산해야 할 대표적 친일 잔재”라는 말로 이어지고, 5·18 행사에서의 ‘독재자의 후예’라는 말로 이어졌다. 문 대통령의 생각이나 역사관에 동의하지 않는 국민은 친일 잔재이고 독재자의 후예로서 교체돼야 할 대상이고, 그 생각이나 역사관을 표현할 자유도 없다는 것인가?

    헌법과 법률에 따라 합법적으로 행사해야 하는 대통령의 권한과 직무에는 국가의 주류세력을 교체하는 것이 포함될 여지가 없다. 문 대통령이 그 국정운영에 있어 표현의 자유를 포함해 대부분의 영역에서 헌법을 위배하고 있다는 지적은 이제 단순히 비판을 제기할 수준을 훨씬 뛰어넘었다. 최근 범죄인인도법 입법을 계기로 중국 공산당 체제에 반대하고 표현의 자유와 신체적 자유를 수호하려는 100만명이 넘는 홍콩 시민의 민주투쟁에 대해 모택동의 중국공산당을 '짝사랑'한다고 평가되는 문 정부 측 인사들은 침묵하고 있다. 홍콩 시민의 민주투쟁이 결단코 우리 국민의 미래가 될 수는 없다. 우리 국민은 문 정부의 종북·좌파적 국정운영에 결코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 국민은 헌법에 위반하고 주권자인 국민을 무시하거나, 부정선거로 민주정치를 배신하거나, 표현의 자유 억압으로 독재정치를 도모하는 무리들을 한치도 용납하지 않았다. 문 정부에 대해서도 반드시 그리할 것으로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