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미사일 불인정, 육군 2사단 해체… 비현실적 이상론으로는 평화 확보하지 못해
  • ▲ 북한이 지난 5월 4일 원산 호도반도에서 발사한 단거리 탄도미사일. ⓒ뉴시스
    ▲ 북한이 지난 5월 4일 원산 호도반도에서 발사한 단거리 탄도미사일. ⓒ뉴시스
    론다 번의 『시크릿』. 2007년 6월에 출판되어 한동안 돌풍을 일으켰던 책이다. 이 책은 수세기 동안 소수의 사람들만이 알고 있던 ‘부와 성공의 비밀’에 대해 언급하면서 흥미를 끌었다. 경제적인 성공에서부터 건강과 인간관계까지. 삶의 전 영역에서 성공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는 비밀을 전수 한다. 그 비밀은 일명 ‘끌어당김의 법칙’이다. 이루고 싶은 바를 시각화하여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진다고 한다.

    요즘 대한민국 정부는 위의 법칙을 맹렬하게 수행하고 있는 듯 보인다.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시크릿』이 말하는 ‘시각화(視覺化)’의 흔적이 엿보이기 때문이다. 시각화란 바라는 마음을 더 강력하게 만들기 위해 사진이나 모형 따위로 원하는 바를 눈에 보이도록 하는 작업을 말한다. 

    현 정부는 노무현 정부 시절부터 햇볕과 같은 따뜻함으로 다가가면 북한이 착해질 것이라 외쳤다. 도의적으로 쌀을 주고, 돈을 주면 평화로운 남북관계가 이루어지리라 확신했다. 간절히 바랐다. 그들의 바람과는 다르게 문재인 정부가 집권한 그 해 9월, 북한은 6차 핵실험을 감행(敢行)했다. 2018년에는 어선 나포와 청와대 해킹 등으로 도발했고, 2019년도에 들어서는 5월에만 두 개의 미사일을 발사했다.

    5월의 미사일 도발에서 우리 정부가 시각화를 시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북한이 더 이상 도발을 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너무나 커서였을까. 미사일을 제때 감지하지 못했다. 발사된 미사일이, 미사일이 아니었으면 하는 바람이 너무 커서였을까. 미사일을 미사일로 보지 않았다. 불상(不詳)의 발사체. 합동참모본부의 답변이었다. 정말 『시크릿』의 가르침을 실천중이라면 훌륭한 시각화라고 칭찬하고 싶다.

    동부전선 강원 양구지역에 위치한 육군 2사단이 국방개혁 2.0에 따라 지난달 31일 열린 32보병연대 3대대 해체식을 시작으로 72년 만에 해체된다. 육군 2사단은 6.25전쟁 당시 맹활약한 사단이다. 화령장전투, 북한강지구전투, 저격능선전투, 화살촉고지전투 등 치열한 전투에서 전승을 거둔 강한 사단이다. 이들의 전투력은 최근까지도 육군 최고수준을 유지했다. 상징성과 실력을 겸비한 강군(強軍)이다. 

    이러한 육군 2사단을 해체시키는 이유는 2사단 휘하 연대병력을 활용해 인근 사단을 강화하고, 항공기를 활용해 침투하는 강하사단을 만들기 위해서라고 한다. 북한의 남침을 대비하기 위해서는 보병중심의 전진기지가 반드시 필요하다. 굳이 2사단의 강병들을 뿔뿔이 흩어서 항공기 중심의 강하사단을 창설하는 이유가 궁금하다. 2사단 해체소식을 듣고, 왜 남북 60:160 비율의 GP를 동일하게 11개씩 철거했던 일이 떠오를까. 2사단 해체가 ‘시각화’가 되지 않길 바란다.

    지피지기백전불태(知彼知己百戰不殆), 기원전 512년 지금으로부터 약 2500년 전 손무가 기록한 『손자병법』에 기록돼있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는 말이다. 적과 나의 전력을 정확히 알고 승산이 있는 싸움을 하라는 뜻이다. 2500년 전부터 이어져온 전쟁 상식이다. 최강대국 미국이 ‘천조국’이라는 대명사로 불리며 막대한 예산을 국방에 투입하는 이유다. 

    평화(平和)는 간절한 바란다고 오지 않는다. 철저하게 대비해서 쟁취해야 한다. 전쟁을 억제하려면 상대를 철저히 파악하고, 내가 상대보다 강함을 보여줘야 한다. 감히 덤비지 못하도록. 전 세계가 실천하고 있는 상식에 대한민국만 역행(逆行)하고 있다. 눈앞의 위협인 북한을 대상으로. 

    우리는 전쟁경험이 풍부한 미국과 동맹이다. 그들의 경험과 지식을 흡수하려면 충분히 할 수 있는 위치다. 미국과의 동맹을 활용하지 않고, 현실과 동떨어진 이상론 같은 자주국방을 좇고 있다. 자주국방을 하려면 철저히 준비해서 단계적으로 해야 한다. 모양만 자주인 국방은 유명무실(有名無實)이다. 대한민국 국방을 담당하고 있는 모든 위정자들에게 부탁드린다. 국방은 연습이 아니니, ‘간절한 바람’이 아닌 ‘당면한 현실’을 택해 주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