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에 '세월호 구조팀' 보내라는 대통령… 국가가 잊혀져야 할 '슬픔'을 헤집어서야
  • ▲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에게 전화 통화로 우리 국민탑승 유람선 침몰사고와 관련 헝가리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요청했다. ⓒ뉴시스
    ▲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에게 전화 통화로 우리 국민탑승 유람선 침몰사고와 관련 헝가리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요청했다. ⓒ뉴시스
    지난달 30일 이른 아침, 안타까운 소식이 들려왔다. 한국인이 탑승한 헝가리 유람선 침몰. 7명 사망, 19명 실종. 실종자 명단에 6살 꼬마의 이름이 올랐다. 헝가리 하늘엔 구멍이 났는지 야속한 비가 멈출줄 몰랐다. 거센 유속 때문에 구조 작업이 쉽지 않다는 보도가 종일 흘러나왔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다. “세월호 구조팀 보내라.” 헝가리에서 다시 세월호 사고가 피어올랐다. 

    대통령은 ‘세월호’ 구조대를 언급해야만 했나. 세월호는 올해도 잊힐 권리를 찾지 못했다. 광화문에는 4년 8개월 동안 세워져 있던 낡은 세월호 천막이 걷혔다.대신 세월호를 추모하는 번듯한 시설물이 들어섰다. 세월호 기억공간 옆에는 바닥 분수가 나온다. 더운 여름이면 아이들은 그곳을 떠날 줄 모른다. 세월호 정부라 불리는 문재인 정부는 기어코 아이들의 만발한 웃음 사이로 슬픔의 공간을 세웠다. 

    세월호, 참 아프다. 내 동생 같은 아이들이 못다핀 꽃이 되어 차가운 바다에서 생을 마감했다고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저리다. 세월호를 생각만 해도 마음이 아픈 국민들이 제법 많은 것 같다. 그러니 광화문 광장에 세워진 세월호 기억공간이 세워진 것이겠지만…

    ‘세월호를 기억해야 한다’는 말을 반박하고 싶지 않다. 사고가 주는 교훈이 있고, 유가족의 슬픔을 나눠야할 사회적 의무가 있다. 그러나 지금은 '기억' 차원을 넘어 국가가 슬픔을 강제한다. 슬픔을 후벼 판다. 슬픔을 간직한 사람들이 슬픔에서 자유로워질 기회를 주지 않는다. 

    그래서 대통령의 이번 발언도 틀렸다. 대통령이 슬픔에 슬픔을 얹는 메시지를 내선 안됐다. ‘신속하게 최고의 구조팀을 보내세요.’ 이 한 마디면 충분했다.

    심리학에선 슬픔을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애도’의 기간을 충분히 거쳐야 한다고 조언한다. 지난 6년 우린 안타까운 사고로 사랑하는 이를 먼저 떠난보낸 이웃을 위해 애도했다. 그러나 애도는 자연스러워야한다. 국가가 나서 애도의 강도와 깊이 기간을 강제할 수 없다. 

    안 그래도 이 나라엔 슬픔이 많다. 6.25 전쟁 세대의 슬픔, 젊음 대신 산업화를 일구느라 청춘을 다 받친 이들의 슬픔, 민주화 시절의 슬픔. 각각의 세대들이 저마다의 슬픔을 안고 산다. 앞선 세대의 슬픔도 겨우겨우 아물어가고 있다. 

    그런 와중에 대통령의 ‘세월호’ 발언은 계속 반복된다. 대통령의 발언이 아물어가는 상처를 헤집는 발언이 되지 않길. '슬픔에 잡힌' 세대가 아니라 슬픔을 극복한 세대를 탄생시키는 발언이 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