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과 협상학(36) "핵무기는 없지만 경제력은 북한의 30배 이… 그 힘을 이용해야"
  • 미 트럼프대통령의 협상이 하루도 빼놓지 않고 우리나라를 포함해 지구촌 전체에 영향을 주고 있다. 북핵 뿐만 아니라 빅 2인 중국과 무역, 국경을 맞댄 캐나다, 멕시코에는 관세 폭탄, 우리나라에도 FTA재협상을 본인 희망대로 성사시켰다고 자랑했다. 본인의 책 ‘거래의 기술’ 이야기처럼 협상을 예술로 생각하며 동시다발적으로 창의적이고 재미있게 만드는 모양새를 즐기는 듯하다. 

    과하다 싶은 조건을 제시하고 자신감 있게 밀어붙인 후 상대의 양보를 얻어낸 후 내가 이겼다라고 언론을 이용하라는 것도 본인의 11가지 사업 원칙과도 딱들어 맞는다. 대만을 국가로 인정하고 2조원대 무기까지 판매하며 중국에 주도권을 내주지 않으려는 모습에 감탄을 하다가도, 주한미군 주둔 부담금을 5년 단위 협상에서 1년 단위로 바꾸고 1조원대로 올려놓는 모습에는 좋아할 일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게 된다. 북핵 협상도 트럼프의 기본 입장인 ‘미국 우선’에 부합하되 우리에게는 재앙이 될 수 있는 거래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흔히 트럼프니까 또는 미국이니까 힘이 있어서 저런 자신감이 나온다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러나 정작 본인의 책에서는 자신은 힘이 없다는 생각을 전제로 깔고 철저한 준비를 통해 대비한다는 점을 찾을 수 있다. ‘늘 최악의 경우를 예상’하고, ‘발로 뛰며 시장을 조사해라’, ‘신념을 위해 저항하라’는 원칙들이다. 임팔라 같은 준비가 사자 같은 자신감과 힘으로 드러나 보인다. 거래에 있어 상대에게 ‘힘’이 있어 보이는 모습은 중요하며, 이는 철저한 준비를 토대로 자신감에서 나옴을 알 수 있다. 
     
    트럼프의 협상전략과 전술에서 우리가 배우고 대비해야할 점도 바로 ‘힘’에 의한 협상이다. 그 힘은 소자본으로 부동산 왕이 되는 과정에서도 나타났듯 늘 객관적인 우위의 전력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철저한 준비와 자신감에서 나온다. 우리는 이를 북핵 협상에서 이용할 수 있다. 우리에게 비록 핵무기는 없지만 북한이 가장 아쉬워하는 경제 분야는 북한보다 GDP로 놓고 보면 30배 이상의 힘을 갖고 있다. 그 30배의 협상 지렛대를 자신감 있게 드러내야 한다. 

    북한 주장처럼 ‘사소한 식량 원조’를 하며 받아달라고 부탁하는 듯한 모습은 결코 힘과 가까운 태도가 아니다. 미국, 중국 등 객관적으로 전력이 위에 있는 나라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여러 개를 동시에 벌여놓고 예술적으로 수습하기 좋아하는 트럼프의 미국 못지않게 중국도 주변국 대부분과 현안이 쌓여 있다. 이를 이용해 우리의 모든 자원을 하나의 우리 이슈로 집중해, ‘신념을 갖고 대응하라’면 승산이 생긴다. 그 하나에 상대는 우리만큼 전력을 다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크게 생각하고, 선택의 폭을 최대한 넓히라’는 원칙에 부합하는 이익과 대안을 준비한다면 강대국의 협력을 얻을 수 있어 보다 지혜로운 방법이다. 미중 충돌에 불안해하기보다 미국의 안보이익과 중국의 경제이익에 부합하는 방안을 찾는데 지금이라도 총력을 모아야 한다. 안보와 경제가 상충된다는 생각은 선입견이자 트럼프의 크게 생각하고 선택의 폭을 넓히라는 전략에도 맞지 않다.
     
    끝으로 지난 일요일 U20축구국가대표 정정용 감독이, 객관적인 전력으로는 탈락이 예상됐던, ‘죽음의 조’ 탈출과 4강 진출 후 메시지는 우리나라 협상팀의 갈 길을 잘표현해 주었다. “우리 팀은 전체 감독부터 후보 선수까지 하나이다. 원팀! 그게 우리의 힘이다” 내부 갈등을 불러오는 과거논쟁이나 얼마 되지도 않는 인재들을 또 편가르기 하기 보다 코리아팀의 힘을 하나로 모으면 승리는 따라준다. 어느 정권이 들어서더라도 강대국에 둘러싸인 우리나라 지도자들이 협상에 나설 때 반드시 새겨야할 원팀 코리아팀의 교훈이다.

    / 권신일 前허드슨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