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성은커녕 진정성 없는 사과만… 전국대학생청년위원회, 28일 ‘반성 없는’ 설훈•홍익표 비판 기자회견
  • ▲ 설훈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이종현 기자
    ▲ 설훈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이종현 기자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20대 청년들의 분노가 들불처럼 번지는 기세다. 당 주요인사들의 잇단 ‘20대 무시성’ 발언 때문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더불어꼰대당'이라는 비판이 속출, 해당 의원들의 사과 및 의원직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급기야 20대 민주당 지지층의 대표 격인 당 전국대학생위원회는 28일 공식 기자회견을 열고 ‘충언(忠言)’을 불사하겠다는 각오를 내비쳤다. 

    설훈 민주당 최고위원은 20대 민주당 지지율 하락과 관련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초등학교에서 고등학교 동안 제대로 된 교육을 받았다면 보다 건강한 판단을 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과연 당시에 제대로 된 교육이 됐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고 22일 <문화일보>와 통화에서 밝혔다. 

    이어 20대 남성 지지층 이탈 가속화에 대해선  “아직 깊어진 현상이라고 보긴 어렵고, 일시적 현상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이 신문은 보도했다. 

    게다가 설 최고위원은 앞서 '폴리뉴스'와 인터뷰에서도 “기본적으로 교육에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나는 유신체제 이전에 학교 교육을 거의 다 마쳐서 민주주의 교육을 잘 받은 세대였다고 본다”며 “지금 20대를 보면 그런 교육이 제대로 됐느냐 하는 의문이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여권의 주요 인사들의 ‘20대 무시’ 발언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홍익표 수석대변인은 앞서 지난 15일 국회 토론회에서 '지난 정권에서 1960∼70년대 박정희 시대를 방불케 하는 반공교육으로 아이들에게 적대감을 심어줬기 때문에 20대가 가장 보수적'이라는 취지로 발언한 사실이 알려져 도마에 올랐다. 

    장경태 민주당 전국청년위원장은 지난 19일 최근 성(性) 갈등에 대해 “(20대가) 성인지감수성에 기초한 사고를 하기까지 성숙해가고 발달하는 과정으로 생각하고 설명과 홍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여론은 “젠더 갈등을 ‘20대 인식 부족’ 책임으로 돌리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당 지도부 진화에도 당사자는 ‘사과 못 해’

    특히 논란 당사자의 반성 없는 듯한 태도가 여론의 분노에 기름을 부었다. 민주당 지도부가 공식사과하며 진화에 나섰지만 당사자는 사과에 ‘동의 못한다’고 버텨 비판이 가중된 것이다.  

    홍 수석대변인은 25일 홍영표 원내대표가 자신의 20대 관련 발언에 대신 사과한 데 대해 “원내대표가 내 발언을 모르고 사과하신 것 같다. 나는 원내대표 사과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내가 문제삼은 것은 그런 내용을 강요했던 일부 보수당”이라며 “그것 때문에 우리 당 지지율이 낮다고 한 것이 아니고, 20대들이 통일문제 등에 부정적 인식을 가진 것은 다 알지 않나. 왜 그렇게 됐는지 분석을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설 최고위원도 뒤늦게 “교육환경의 영향과 정책의 구조적 문제를 지적한 것”이라며 “모든 책임은 열악한 교육환경을 만든 여야 정치권과 기성세대에 있다”고 해명했지만 20대 남성 지지율이 하락한 객관적 원인에 대해 고민하는 태도는 여전히 부재했다는 지적을 면치 못했다.  

    장 위원장도 26일 본지와 통화에서 “20대가 겪고 있는 아픔에 대해서는 (당에서도)고민이 많다. 제시할 수 있는 대안도 수십 가지가 된다. (논란이 된 발언들은)여러 관점 중 한두 가지 부분에 대한 얘기다. 그런 것들만 언론에 부각된 것”이라며 “(발언의)맥락을 전체적으로 이해해야 한다. (언론이)20대 남성들에게 기분 나쁜 '워딩'으로만 보도하는 것 같다. 다양한 고민들을 다 실어주지 않아서 아쉽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관심이 없으면 발언도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자신의 발언이 비판의 대상이 됐던 것에 대해서는 “도덕적이지 않다고 해서 도덕공부를 하는 것은 아니지 않으냐”며 “그런 맥락에서 얘기한 것이다. (언론에 의해) 확대재생산되는 것 자체가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데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고 해명했다. 

    “與, 20대를 '일베'로 취급”… ‘아군’도 비난

    복수의 여권 인사들의 이 같은 발언에 국민은 실망스러운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20대 지지율 하락의 본질인 ‘실정(失政)’은 외면한 채 ‘국민 탓’에만 급급하다는 비판이다. 김수민 바른미래당 최고위원(당 전국청년위원장)이 민주당을 저격해 “더불어꼰대당”이라고 한 표현이 SNS 상에서 유행어처럼 번지는 양상이다. 

    서울 소재 4년제 대학 A단과대 B학생회장은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모두 민주당을 지지했는데 참 실망스럽다”며 “비단 몇몇 인사들의 생각으로 보지 않는다. 같은 기간에 여러 (당) 주요 인사들 입에서 이런 발언이 나왔다는 것은 청년을 대하는 (당의) 전반적 인식이 그러한 것 아닌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해당 의원들의 사퇴 및 사과를 요구하는 청원이 봇물처럼 이어졌다. 청원인 아이디 twitter****는 “민주당이 20대를 전부 틀딱(‘틀니딱딱’의 준말로 노인을 비하하는 말), 일베(극우 성향의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의 준말) 취급한다. 민주당이 바라보는 20대는 철저히 남의 자식, 피지배계층, 각성하지 않는 민중에 불과하다”며 분노를 표했다. 

    급기야 '아군' 진영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는 실정이다. 민주당 전국대학생위원회는 오는 28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을 전면 비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국대학생위원회 관계자는 “설 최고위원과 홍 수석대변인의 반성 없는 태도를 비판하는 내용이 주가 될 것”이라며 “정확한 시간과 장소는 추후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에 앞서 25일 열리는 확대간부회의 모두발언에서 입장 표명이 있을 예정”이라고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