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억 2143만원… 2017년 1위 2018년 2위… '워크홀릭'에서 '재판 불복 옹호자'로 변신
  • ▲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최고위원. 이종현 기자
    ▲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최고위원. 이종현 기자

    '거지갑'이라는 별명으로 유명세를 탔던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후원금을 3억2143만원이나 모금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26일 '2018년 국회의원 후원회 후원금 모금액' 통계를 발표했다. 해당 자료에 따르면 2017년 1위였던 박 의원은 20대 국회의원 298명 중 후원금 모금 2위에 올랐다. 1위는 노웅래 민주당 의원이다. 박 의원보다 236만원이 많은 3억2379만원을 모았다.

    1인 평균 모금액 1.6억의 2배

    의원 1인당 평균모금액은 박 의원 모금액의 절반에 가까운 1억6571만원이다. 이우현 자유한국당 의원의 경우 1028만4462원을 모금해 최하위를 기록했다. 민주당은 3위 한정애 의원(3억2066만원), 4위 이해찬 의원(3억1721만원) 등 20위 안에 15명이 이름을 올려 집권여당으로서의 존재감을 확고히 했다.

    박주민 의원은 국회에서 헝클어진 머리로 단잠을 청하는 모습이나 백남기 농민 빈소에서의 남루한 행색 등을 있는 그대로 보여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거지갑'이란 별명을 얻었다.

    그는 2012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사무차장, 2015년 참여연대 부집행위원장 등을 역임한 뒤 '세월호 변호사'로 대중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20대 총선 당시 문재인 대통령의 영입으로 서울 은평갑에 공천받아 당선됐다.

    '돈 달라는 남자' SNS 홍보로 '모금 대박'

    박 의원은 2017년 7월 페이스북에 후원금 모금 동영상을 게재하고 "더는 견딜 수 없는 상황이라 손을 내밀게 됐다. 후원금이 많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7분짜리 이 영상은 소위 '대박'이 났다. 그는 후원금을 어디에 쓰는지, 얼마까지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는지를 세세하게 설명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영상을 올린 지 48시간 만에 3억4858만원이 모여 한도 초과로 모금을 중지했다.

    이 같은 'SNS 홍보효과'를 톡톡히 본 박 의원은 2018년에도 '돈 달라는 남자'라는 영상을 찍었다. 그는 "작년 정치후원금 정말 잘 썼다"며 "다시 한번 여러분들께 도움을 요청하게 됐다. 작년에 모아주신 후원금도 바닥이 났다"고 밝혔다.

    박 의원의 모금 비결은 '십시일반'이다. 2017년 전체 후원자 4672명 중 절반가량인 2350명이 10만원 미만의 소액 후원자였고, 10만~30만원을 후원한 사람이 2280명이었다. 30만원 이상 후원한 이들의 비율은 1%에 불과하다. 후원금은 사무실 유지비 월 1450만원, 법안 발의를 위한 각종 토론회·간담회 등에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보유재산은 '넉넉한 수준'

    실제로 '거지갑'이라는 별명답게 그의 재산은 국회의원 가운데 최하위권일까? 본지가 팩트체크한 결과에 따르면 답은 '그렇지 않다'.

    국회 공직자윤리위원회가 공개한 2017년도 국회의원 재산변동사항 신고내역에 따르면 박 의원은 8억4975만원을 신고했다.

    반면 진선미 민주당 의원은 재산총액이 -12억9699만원이라고 신고했다. 이어 김수민 바른미래당 의원 3100만원, 김한표 한국당 의원 5600만원, 김종훈 민중당 의원 1억4000만원, 문희상 민주당 의원 1억8000만원으로 재산 하위권에 속했다.

    박 의원은 처음엔 의정활동에 성실한 '워크홀릭' 의원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2017년 4월 MBC '무한도전'에 출연해 '박주발의'라는 별명을 얻었을 정도로 지금까지 100건이 넘는 법안을 발의했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개정안 △징벌적 배상에 관한 개정안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 개정안 등 약자를 대변하는 법안 발의에 힘을 쏟았다.

  • ▲ 19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사법농단세력·적폐청산 대책위원회 주최 김경수 지사 판결문 분석 기자간담회에서 박주민 의원이 회의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 19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사법농단세력·적폐청산 대책위원회 주최 김경수 지사 판결문 분석 기자간담회에서 박주민 의원이 회의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현재는 민주당 '내로남불' 입장 대변

    하지만 올해 들어 그의 행보는 심상치 않다. 김경수 경남지사 유죄판결에 대한 민주당의 '뒤집기' 여론전에 앞장섰다. "사법농단 잔재는 도려내야 할 환부"라며 법관 탄핵도 추진한다.

    민주당 사법농단세력 및 적폐청산대책위원회 위원장인 박 의원은 "판결문을 비판하면 안 된다고 이야기하는 분들이 있다"며 "사법부 결정에 어떤 토도 달지 말라는 건데, 그게 삼권분립이냐"고 반문했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YTN 라디오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환경부가 전 정부 시절 임명된 산하 기관장들에 표적감사를 시도했다는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 "지금까지 드러난 것만 보면 블랙리스트라고 할 만한 것이 없다"고 항변하기도 했다.

    국회의원 후원제도의 취지는 직접 정치자금을 받을 경우 제공자와 제공받는 자 간에 각종 비리가 발생할 우려가 있으므로 후원회라는 별도의 단체를 통해 중립적으로 정치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대중은 아직도 업무의 방향이 정치적으로 편향된 박 의원에게 열렬히 후원금을 보낸다. 이제 그는 초기의 모습과 달라졌다. 대부분이 소액이라는 일반국민의 '코 묻은 돈'이 집권세력을 옹호하는 결과를 낳게 한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