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세습독재자의 ‘의지’란 것을 믿어야 한다?“대화 참여 결과로 양보와 이득만 취하자는 것”“깡패는 두들겨 맞을 위기를 만나면 재빨리 항복”
  • 李 竹 / 時事論評家

      ① “조선반도[한반도] 비핵화는 우리의 핵 억제력을 없애기 전에 조선에 대한 미국의 핵 위협을 완전히 제거하는 것이다.”
      ‘6·12 싱가포르 공동성명’에 담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complete denuclearization of the Korean Peninsula)와 관련해, 북한은 최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이 같은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②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은 18일[현지 시각] 평양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 정부가 강연 자료 ‘경애하는 최고령도자동지의 위대성교양자료’를 바탕으로 주민강연회를 열고 있다며, 이 자료에는 “핵보유국 지위에서의 김정은식 세계화가 닻을 올리고 순항하고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고 보도했다.

      ③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12월 21일 “제가 볼 땐 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가 이제 돌이킬 수 없는 단계로 진입하기 시작했다고 보고 있다”며, “이제는 북한도 되돌릴 수 없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어리둥절하다”라고 밖에 달리 할 말이 없다. 이런 꼴을 만드느라 지난겨울 ‘평창 동계올림픽’ 어간부터 그 난리법석을 떨었던 것인가.
      북녘의 ‘완전한 비핵화 약속’, 달리 말하면 세습독재자가 내뱉었다는 몇 마디에 근거하여 지금까지 그 무슨 ‘4·27’이며 ‘5·26’이며 ‘9·19’라는 숫자를 거듭한 것이다. 물론 ‘6·12’도 마찬가지다. 꽤 여러 차례의 ‘합의’·‘선언’이 있었다. 그리고 그 외에는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결국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사기와 협잡”에 다름 아니었다는 것이 확실해지고 있다. 이 나라 ‘국민’들 머리 위에 얹혀있는 핵미사일이 더욱 다양하고 무거워지고 있다는 의심은 합리적임을 넘어, 명백한 사실이 되고 있다는 판단을 해야 맞다.
      따라서 위에 열거한 숫자들은 그저 한낱 휴지 쪼가리에 묻은 먼지 밖에는 안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키나라는 또 다시 북녘과의 ‘정상회담’과 ‘실무협상’을 입에 올리고 있단다. 또한 그 자리에 북녘 세습독재자와 똘마니들을 끌어내려 여러 가지 당근도 제시할 모양이다. 진짜라고 하기엔 도통 믿기지 않는 세습독재자의 ‘비핵화 의지’를 앞세운 ‘거간꾼’의 읍소와 통사정에 이끌려서? 비록 이렇게 얘기 하고는 있다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부과한 경제 제재는 북한이 지금껏 겪어보지 못한 수준... 앞으로도 경제 제재는 계속될 것”

      이 나라 ‘북악(北岳) 산장’에서는 아직도 그 무슨 ‘답방’에 대한 기대를 접지 않고 있나 보다. 그리고 ‘굴종(屈從)의 평화’에 대한 미련도 버리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고위 관계자의 말씀이란다.
      “우리 국민이 정전체제 하에서 늘 전쟁의 공포와 함께 생활해온 만큼 국민을 위해서라도 종전선언이 필요하다고 보고 검토해봐야 할 것... 종전선언에 대해선 너무 [북한의] 비핵화하고만 연계해 생각하지 말고, 사실 우리 한국 국민에 대해서도 필요한 것이라 본다...”
      상대방이 핵무기를 손에 쥔 ‘종전선언’이 어떤 것인지 이 나라 알만한 ‘국민’들은 다 안다. 아마도 ‘종전’(終戰)이 아니라, 새로운 또한 더 험악한 전쟁의 ‘개전’(開戰)이 되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는 것을...

      그러나 정 그렇게 전쟁을 피하고 싶다면, ‘대화’와 ‘협상’으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면 이쯤에서 다시 한 번 돌이켜 봐야할 선지자(先知者)들의 목소리가 있다. ‘북악(北岳) 산장’과 ‘하얀 집’ 모두가 경청해야 할 말씀들이지 싶다.
      허긴 그저 그렇게 북녘의 세습독재자와 짝짜꿍을 해가며 ‘사기와 협잡’을 계속해야 할 필요가 있고, 굳이 그 길로 가자고 한다면 외면해도 될 ‘잡소리’ 쯤밖에는 안 되겠지만...

      우선 양키나라의 협상 전문가라는 분의 지적이다. 국방부 아·태지역 부국장 등을 역임한 ‘척 다운스’(Chuck Downs)의 책 중에서 베꼈다.
      “북한이 회담장에 나오는 것은 반드시 어떤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그들이 회담에 참여하는 것은 합의를 모색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그들의 목표는 단지 대화하기로 동의하는 과정 또는 대화에 참여한 결과로 양보와 이득을 취하자는 것이다...”

      양키나라의 ‘보수주의자’가 설파하셨단다. 30년 간 연방 상원의원을 지냈다고 한다. ‘배리 골드워터’(Barry Goldwater)이다.
      “볼쇼이 발레단의 공연, 혹은 후르시초프 수상의 방미(訪美)가 소련의 진짜 모습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그리고 이 나라 건국 대통령이신 이승만 박사의 일갈이다. ‘일본 내막기’(Japan Inside Out)에 나온다.
      “적절한 반응도 얻어내지 못하면서 항의만 계속하는 것은 굴욕적인 일이다... 원래 깡패는 두들겨 맞을 위기를 만나면 놀라울 정도로 재빨리 항복하는 법이다.” 그런데...

      12월 26일 ‘남북 철도 연결사업 착공식’이 예정대로 열린단다. 혹시 하루 늦은 ‘크리스마스 선물’? 그 무슨 ‘비핵화’에 얽혀 앞으로 벌어질 일들도 뻔할 뻔자?

      세월은 속절없이 흘러간다. 기해년(己亥年)이 바로 앞에 와있다.
    <이 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