욱일기, 감정적 대응 합리적인가?

일본인들 "군국주의? 그냥 디자인의 하나일 뿐, 왜그리 민감?" 반응

김동우 기자 프로필 보기 | 최종편집 2018.10.08 15:58:56
▲ 욱일승천기. ⓒ위키피디아

”일본에 있을 때는 욱일기에 대해 전혀 신경쓰지 않았다. 한국사람들이 욱일기를 싫어한다는 것도 한국에 유학하고 나서 알게 됐다. 학교교육 과정에서 욱일기에 대한 내용도 포함돼 있지 않다. 과거 일본제국이 욱일기를 사용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관련해서 자세히 교육을 받은 기억은 없다“. (도쿄 거주 일본인 A씨)

”욱일기를 디자인의 하나라고 생각했다. 일본적인 느낌이나 특히 쇼와(昭和, 쇼와덴노 재임시기·1926~1989년)시대의 느낌을 표현하고자 할 때 채용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사이타마 거주 일본인 B씨)

일본의 욱일승천기(旭日昇天旗)가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오는 10일부터 14일까지 제주해군기지에서 열리는 2018 대한민국 해군 국제관함식에서 일본이 해상자위대 함선에 전범기인 욱일기를 게양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기 때문이다. 우리 해군측은 “자국 국기만을 게양해달라”고 요구했지만 일본은 “예의없는 행위”라며 관함식 불참을 통보했다. 

욱일기 파문은 비단 이번뿐만이 아니다. 지난 2013년 7월 동아시안컵 축구대회 한일전 경기에서 관중석에 욱일기가 나오면서 논란이 일었고 지난해 아시아 챔피언스리그에서도 가와사키 프론탈레의 서포타가 수원 삼성과의 경기에서 욱일기를 꺼내 들어 벌금 처분을 받았다. 일본 극우단체의 혐한시위에서도 욱일기가 자주 등장하고 있다. 

◆일본인들 "욱일기 잘 모른다"

그렇다면 일본의 일반 시민들은 욱일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본지 취재 결과 일본의 일반시민들은 욱일기에 대한 관심 자체가 적은 편인 것으로 나타났다. 욱일기가 담고 있는 의미나 해석은 물론, 욱일기가 현재 일본 자위대에서 쓰이고 있다는 사실에 대한 인식도 낮았다.

서울에 거주 중인 일본인 C씨는 “(욱일기를) 아침 해가 떠오르는 모양을 묘사한 디자인의 한 종류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며 “대부분의 일본인들은 한국이나 중국 등 아시아권 국가가 욱일기에 대해 민감한 모습을 보인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일본인 D씨도 “다른 나라에서는 인기가 있는 깃발인데 왜 한국에서는 그렇게까지 민감하게 반응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실제 독일의 나치당을 상징하는 하켄크로이츠에 비해 욱일기에 대한 인식은 전세계적으로 낮은 편이다. 최근에도 미국의 스포츠용품 브랜드 나이키에서 욱일기의 디자인을 차용한 에어조던 운동화를 출시해 논란이 된 바 있다. 심지어는 독일 브랜드 아디다스에서도 욱일기를 형상화한 티셔츠를 판매해 비판을 받았다. 

익명을 요구한 한일관계 전문가는 “일본의 젊은이들이 욱일기에 대한 인식이 낮은 것은 교육적인 부분이 크다”며 “유토리 교육 이후 역사교육이 각 학교의 선택이나 재량으로 바뀌면서 일본인들의 역사인식이 많이 흐려진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 “전범기 게양 말도 안된다”

반면 한국시민 욱일기에 대한 인지도가 높았다. 욱일기를 알고 있느냐는 질문에 대부분의 시민들이 “알고 있다”고 답했다. 또 시민 대부분이 욱일기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었다. 

서울에 거주 중인 대학원생 E씨는 “전범기인 욱일기를 게양하고 한국에 들어온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행위이며 매우 부적절하다”며 “일본의 침략전쟁으로 큰 피해를 본 한국과 중국 등 아시아권 국가들을 기만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회사원 F씨 역시 “한국 정부에서 강경한 태도를 보이지 않기 때문에 독도나 욱일기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욱일기에 대한 논란이 지속되면서 욱일기 금지법을 제안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는 최근 라디오에 출연해 하켄크로이츠를 법으로 금지한 독일의 예를 들며 ”욱일기 게양을 금지하고 일본 군국주의를 상징하는 모든 상징물을 쓰지 못하게 하는 법안을 통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역사인식 차이 줄여 나가야“

다만 욱일기 논란에 대한 감정적 대응은 자제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섣부른 대응으로는 양국국민들 간의 감정의 골만 깊어지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것. 

남상구 동북아역사재단 소장은 ”역사문제를 접할 때는 사람들이 감정적으로 변하기 때문에 본질이 흐려지는 경향이 있다. 양국 모두 상대방의 입장을 들어볼 필요가 있다“며 ”특히 자극적인 보도는 양국국민들의 이해를 가로막는 벽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남 소장은 이어 ”앞으로 양국국민들 간 역사인식의 차이를 어떻게 줄여나갈 것인가가 중요하다. 섣부른 대응은 감정의 골만 깊어질 수 있다“며 ”이기고 지는 문제가 아니라 동아시아 평화의 차원에서 양국이 역사를 어떻게 기억하고 공유해나갈 것인가를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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