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협상' 중간평가… 南·北·美 승자는 누구?

북, '수석대변인 문재인' 확보... 미, FTA 재협상 성공... 한국 '선언적 이득' 그친 건 아닌지

권신일 에델만코리아 부사장 칼럼 | 최종편집 2018.10.08 16:21:13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이 6월 12일 싱가포르 카펠라 호텔에서 미북정상회담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싱가포르 통신정보부

지난 겨울 평창올림픽에서 시작된 북한과의 협상이 3차 남북정상회담까지 거치며 벌써 새로운 겨울이 다가오고 있다. 보다 구체적인 2차 북미협상도 앞둔 만큼 우리 입장에서 중간평가도 필요하다. 좋은 협상은 흔히 서로 파이(이익)를 키우는 협상이라고 한다. 내 파이만 키웠거나 상대 손해를 방조했다면 협상학에서는 협상이 아니라 사기라고도 한다.

북핵 협상은 그 의미나 파급력만큼 1968년 미국 프에블로호 사건 때 미북간 협상기간이었던 8개월보다 훨씬 길 것이라는 것이 공통된 인식이다. 따라서 현상황이 최종적인 것을 의미하지는 않지만, 중간평가 기준으로 한국, 북한, 미국 세 나라의 경제, 정치·사회, 외교·안보 등 세 분야에서 변화된 모습으로 구분해 보고자 한다.

세 나라 모두 외교·안보 리스크를 낮춘 점은 바람직하다. 그러나 만성화된 북핵 위협 완화라는 추상적인 측면과 구체적인 측면에서 들여다보면 세 나라의 손익은 좀 더 분명해보인다.

첫째 외교·안보의 경우 미국은 북한이 대륙간 미사일 실험을 안한다는 심리적인 안도 외에, 한미군사훈련 비용을 줄였다지만, 군사역량과 대비태세가 줄어들었다는 주한미군사령관의 경고가 있었다. 

반면 북한은 73회 유엔총회장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연설을 두고 한 외신의 평가처럼 남한의 대통령을 ‘수석대변인’으로 얻었으니 최상의 결과라고 볼 수있다. 그 밖에 중국과 러시아의 대북 경제봉쇄 조치 축소 요구와 정상국가의 이미지를 얻은 것도 값을 매기기 어려운 성과이다. 북한은 일부 핵시설을 폐기했으나 그간 생산해놓은 수십 개에 달하는 핵무기와 미래에 언제든 생산할 수 있는 핵기술자 리스트에 대한 이야기와 수도권에 가장 직접적으로 위협이라는 장사정포에 대한 논의는 배제시켰다.  

반면 우리나라는 서해 5도 수역과 GP 철수 등에서 크게 양보한 것으로 평가되고, 무엇보다 값으로 환산될 수 없을 만큼 중요한 ‘주한미군 철수’가 뜨거운 감자처럼 이슈화 되어 버렸다. 

둘째, 경제적인 측면에서는 더욱 극명하다. 미국의 경우 한미훈련 비용 절감 외에 이를 지렛대 삼은 한미FTA 재협상으로 특히 자동차, 신약 부분에서 미국 요구를 거의 그대로 수용해 트럼프가 틈만 나면 자신이 불공정한 것을 바로잡았다고 자랑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외국기업의 무분별한 ISD(투자자-국가간 소송)의 남용을 막았다는데 실질적인 제도적 장치가 논의되지 않아 사실상 선언적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다른 원인도 있지만 미국보다 낮은 저성장과 유례없는 고실업 경제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북한의 경우 2019년 한국의 예산에 반영된 약 4600억 규모의 대북 예산에는 향후 철도 SOC 분야에만 최소 43조원의 비용이 투입된다라는 국회예산정책처의 조사결과가 있었다. 미국보다 당장의 이익은 아니지만 정상국가 이미지와 국제사회의 대북경제제재 완화, 한국의 대규모 투자 및 지원이라는 가시적인 미래 이익을 손에 넣은 셈이다. 

셋째 정치·사회적인 상황은 11월 6일 미국 중간선거가 나온다면 좀 더 명확해지겠지만 미국으로선 연일 트럼프 대통령이 자랑하는 경제 소식에 이어 북한의 대륙간 미사일을 없앴고, 보수 성향의 캐버너 대법관까지 임명한 것을 보면 나쁘지 않다. 

북한은 원래가 1인 독재국가여서 리더십에 문제라기 보다는 주민생활의 불안이 가장 큰 문제였으니 지금은 국제사회의 긍정적인 평가와 미래 희망을 심어주며 고난을 끝낸 리더로서 그 불안을 잠재웠다고 한다. 한편 우리나라는 통일과 북한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 비율은 높아지고 있으나 전임 대통령이 둘이나 감옥에 있고 보수세력의 반발은 점점 더 심해지고 있으니 정치적으로 안정화되어 가고 있다고 평가를 내리긴 어렵다.

한반도 통일로 가는 길은 한반도 주변의 트럼프, 시진핑, 아베, 푸틴에 이르기까지 더욱 강력해진 열강들의 리더십 속에서 쉽지 않은 길이지만 반드시 완수해야할 우리나라의 숙명이기도하다. 그러나 그 디테일에 있어 상대들의 이익만 커보인다면 제대로 된 협상이 아니다. 

전반적인 평화 분위기의 과실을 공통적으로 누리는 파이라고 본다면 외교·안보, 경제, 정치·사회 각각의 분야에서도 균형감 있게 추진되어야 한다. 그런 만큼 미정부에는 줄어든 본토에 대한 안보불안과 한편으로 북인권에 대한 문제제기로 대북 강경파에 대한 이익도 설득해야 한다. 북한에도 그들의 이익에 대해 수시로 일깨워주며 한국의 이익을 다양하게 얻어내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야 결국 모두가 승리하는 협상이 될 것이다. 

안보는 우리 민족의 역사를 토대로 중국과 일본이 원하는 결과로 흐르지 않도록 하는 것이 진정한 민족이 함께 사는 길임을 남북 국민 모두에게 강조해야 한다. 그 하나로서 주한미군은 우리민족끼리의 원칙에 반하는 것이 아니라 한반도 평화에 인접 강대국을 견제하는 핵심 제어장치임이 양측 모두에게 공유되어야 한다. 

경제 분야에서는 특히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 기업들의 투자가 과거 현대그룹 사례처럼 다 놓고 나오지 않도록 제도적인 보호장치 공론화가 우선되어야 한다. 그 과정에 장밋빛 예측보다 실패 사례들이 보다 더 부각되도록 해서 국제적으로도 보호받는 장치들이 마련되어야 한다. 

정치·사회 분야에서도 우리 내부의 동력을 하나로 모으는 것은 여야 모두에게 필요하다. 다만 내부에는 적폐라며 철두철미하게 엄단하며 온세계가 비난해온 독재정부의 인권 대해서는 제대로 말도 못하는 불균형만큼은 바로잡아야 한다. 어떤 정책이든 형평성은 가장 중요한 원칙이다. 

끝으로 북한은 협상을 세계에서 제일 못하는 나라라고 한다. 상대의 이익에는 관여하지 않고 늘 벼랑 끝 전술로 국제사회에 협박을 일삼아왔기 때문이다. 한편 승부사 기질이 크고, 스스로 대단한 협상가로 자평하는 트럼프 대통령과도 협상에 나서고 있다. 

그런 가운데 우리 정부가 김정은 리더십이 이번에는 진정성 있다고 강조하고, 미북 협상중재자 역할까지 나서고 있다. 커뮤니케이션의 출발은 내부 커뮤케이션이라고 한다. 먼저 우리 내부 여야의 공감을 얻으며 추진되는 것이 중요하고, 미북에도 진정한 협상은 ‘상호 파이를 키우는 것’인 만큼 간절한 마음만 내세우기보다 중간평가 결과를 양쪽에 이해시키며 당당한 요구도 병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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