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련도, 부대 시설공사도 잠정 보류한다니
  • 군대마저 정체불명의 ‘평화’에 휩쓸리면 어쩌나
    그래도 ‘국민의 군대’에 변함없는 애정을 보내며...

    李 竹 / 時事論評家

      “거 봐! 내 뭐랬어?” 
      쓰고 듣기 가장 싫어하는 말 중의 하나다. 어떤 사안에 대해 입께나 놀리고, 펜께나 굴린다는 얼치기들의 언사다. 특히 빤한 앞날의 일에 대해 거창한(?), 허나 그럴 듯하지만 누구도 할 수 있는 예측이란 걸 해대고서는, 그 예측이 맞는다 싶으면 대단한 일이나 벌린 양 떠벌이곤 한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비핵화 협상을 위한 방북(訪北)을 앞두고, 북한이 핵탄두와 시설을 은폐하려는 명백한 증거가 있다는 미국 정보 당국의 경고가 잇따라 나왔다. 북한이 뒤로는 핵무기를 숨겨놓고 위장 비핵화 협상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아무개 일간지 톱기사의 첫머리였다. 

      별로 대수롭지도 않은 일이다. 이미 많은 국민들은 판문점과 싱가포르로 이어진 세 번의 ‘비핵화 이벤트’가 ‘사기극’이고, 그 ‘북녘의 비핵화’가 ‘준비된 핵무기를’[備核化] ‘깊숙이 꼬불치는’[秘核化] 것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잘 꿰뚫고 있지 싶다. 필자 같은 어쭙잖은 얼치기들이 괜히 나서서 “사기극” 운운하며 나불거렸을 뿐이다. 그건 그렇다 치고...

      아무개 일간지의 기사 중에는 이런 것도 보인다. 국방부의 공식 입장이라고 전한다.
      “국방부는 최근 안보 상황 변화에 따라 군사 시설 건립 방향에 대해 현재 내부 검토를 하고 있다... 국방 예산의 낭비를 선제적으로 방지하기 위해 일부 전방부대를 대상으로 미착공 상태인 신축 사업에 한해 잠정 보류 중...”
      보류된 신축 예정 시설은 병영생활관[내무반]이 대부분이고, 일부 K-9 자주포 등 포병 진지 개선 작업도 포함되었다고 밝혔다.

      그 기사를 쓴 기자 양반은 군사분계선에서 평양까지의 거리가 180Km지만, 서울까지는 60Km에 불과하다는 것까지 들이대며, 국방부 조치의 위험성을 지적했다. 물론 북녘 ‘백도혈통(百盜血統) 적돈가(赤豚家)’ 손아귀에 들려있는 핵미사일을 감안하면 그까짓 거리가 대수일까 만은, 그래도 기사를 쓴 뜻이 가상하다. 
      이와 함께, 남북 간 군사회담의 결과로 육지의 군(軍) 통신선과 해상의 함정 간 핫라인이 복원되었다는 소식도 들린다. 

      이런 것들의 나열보다 ‘4·27 판문점 선언’의 내용을 들이대면, ‘국민의 군대’와 ‘조선인민군’은 서로 적(敵)이 아닌 게 된다.
      “남과 북은 지상과 해상, 공중을 비롯한 모든 공간에서 군사적 긴장과 충돌의 근원으로 되는 상대방에 대한 일체의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하기로 하였다.”

      정녕 그런가?

      며칠 전 68년이 지난 6·25남침전쟁은 고사하고, 몇 해 지나지 않은 연평해전과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등등에 대한 사과나 재발 방지 약속도 받지 못했다. “적대행위 전면 중지”라 함은 “적대행위가 있었다”는 뜻이고, 그 원인과 잘잘못도 분명하다는 의미일 게다.
      이 시점에서 북녘이 ‘무력(武力) 적화통일(赤化統一)’을 포기했네, 마네 하는 논쟁은 일단 거두자. 또한 ‘조선인민군’도 이 나라 ‘국민의 군대’와 같이 훈련을 때려치운 채, 군부대 시설은 그냥 팽개쳐두느냐고 따지는 일도 부질없을 듯하다. 

      대신에 묻건대... 이 나라 ‘국민의 군대’는 전우(戰友)의 피값을 포기·묵살할 만큼 관대한가? 왜 무엇 때문에, 언제 적부터? 
      과거 육지와 해상의 군사 핫라인은 누가 일방적으로 교신을 중단했는가? 그리고 과연 북녘의 ‘비핵화’(非核化)는 가능성이 있는가? 있다면, 언제가 될까?
      “국방 예산의 낭비를 선제적으로 방지”한다고? 이건 한번 짚어보자. 요즈음 그 무슨 ‘남북 철도·도로 연결 사업’이란 걸 벌린다고 들끓는다. 입은 삐뚤어졌어도 말은 바로하랬다고, 말이 ‘연결’이지 북녘에 철도와 도로를 이 나라 국민들 세금을 보태 새로 깔아주는 거 아닌가. 수십 수백 조(兆)원이 먹힌단다. 이거에 비하면, 최전방 부대 시설공사와 만약의 경우, 부수는 비용까지 합쳐도 들어가는 돈은 애들 껌값 아닌가. 양키나라와의 연합훈련을 비롯해서 거의 모든 군사훈련이 허접한 설거지 취급을 받는 상태에서, 기본적인 군부대 시설공사까지 허겁지겁 중단한다니...
      허긴 ‘양심’(良心) 만땅인 이 나라 대부분 청춘들이 이제부터 전방에 갈 일은 흔하지 않을 테니, 뭔 시설공사가 필요할까 만은...
      
      ‘비핵화 사기극’이 아직도 진행 중이고, 그 단물을 미처 다 빨아대지 못한 상태에서 북녘 ‘백도혈통(百盜血統) 적돈가(赤豚家)’의 상주(喪主)가 섣부르게 군사적 장난질을 치지는 않을 것이다. 군사·정치·외교·경제·사회·문화 등등 전 부문에서 전략·전술적 이익을 챙길 만큼 챙길 때까지는 이른바 ‘평화 무드’를 유지하려 할 것이 거의 확실하다고 봐야 하지 않겠나. 그러나...

      이것이 ‘진정한 평화’라고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을 터이다. 그리고 설령 ‘진정한 평화’라 할지라도 명색이 한 나라의 ‘군대’가 그럴 수는 없지 않은가. 
      군 통수권자가 감기 몸살에 걸려 휴식을 취한다고, 군대 전체가 ‘열중 쉬어’를 할 수는 없는 일. 그렇듯 군 통수권자가 시 때와 장소 구분 없이 ‘평화’-정체도 아리송한-를 외친다 해서, 무턱대고 총창(銃槍)을 녹여 보습을 만들어야 되겠는가. 더군다나 주적(主敵)과 그 수괴(首魁)의 과거 행태를 너무나 잘 알고 있고, 현재와 미래의 저의가 뻔할 뻔자인 상태에서...

      이렇듯 “거 봐! 내 뭐랬어?”식의 지 잘난 넋두리가 무성하지만, 적지 않은 국민들은 이미 꽤 많이 헤아리고 있을 게다. 정작 ‘국민의 군대’에 대한 애틋한·변함없는 정과 사랑과 기대와는 별개일지라도, 그 안타까운 속사정을 대충이나마... 

      이 나라 군대가 어디, 하고 싶다고 지 꼴리는 대로 할 수 있나, 하지 말아야 한다고 언감생심(焉敢生心) 안 할 수 있나. 서두르라는데 개길 수는 더더욱 없지 않겠나. 별을 아무리 많이 달았어도, 그 목구멍은 포도청인 게 맞다. 
      그럼에도... 이 나라 국민들은 굳게 믿고 싶다.

      “대한민국 군인은 국방공무원이 결코 아니다!”
    <이 죽>